네 문은 열리고 있는가?
나는 너의 문을 열기 위해 두드렸다.
비가 내려 빨갛고 노란 꽃잎이 떨어지는 봄부터
땅 위의 모든 형상이 안개에 갇히는 여름까지
또 뙤약볕 아래에서
나는 너의 짐을 들어주며
몰래, 네가 네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젖은 셔츠로 땀을 닦아내며.
한여름이 되어도
너는 문을 활짝 열지 않았다.
들판 위에 꽃들이 산들거리고
소나기가 네 집 창문을 때려도
너는 문을 살짝 열 뿐이었다.
그리고 먹구름 아래 잠잠히 서 있는
나를
조심히, 아주 조심히 바라볼 뿐이었다.
네 검은 눈동자는.
그가 나에게 오랫동안 그랬던 것처럼
나도 너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의 두드림에 내 문이
아주 서서히, 서서히 열렸던 것처럼.
교차로 위에 쓰러졌던 내 몸이
봄날 빗물의 건드림에 서서히
서서히 고개가 들렸던 것처럼.
네 집 문도 끼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렸다.
나는 그처럼 네 문 밖에 서서
오늘도 너를 기다리고 있다.
너에게 줄 하얀 꽃다발을 등 뒤에 숨긴 채
밀짚모자를 정돈하면서.
오늘도 네 짐을 들어줄 팔을 매만지면서.
그래도 네가 그 맘 알려나.
네가 햇빛을 쐬러 네 집에서
문을 열고 나온 순간
나는 꽃을 놓치고
너를 보러 달려갈 텐데.
그럼 너는 바람을 맞은 들풀처럼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