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 끈이 내게 주어졌을까?
사랑에 대하여, 우정에 대하여
내 솜씨는 형편없구나
마치 가을날 나뭇가지 끝에 끝까지 매달려 낙엽이
겨울 초엽 아무도 모르는 밤에 떨어지는 것처럼
내 사랑도, 내 우정도 그렇게 떨어지는구나
하지만 붙들고 있는 끈이 있으니
그건 믿음에 대한 끝이다
불교도도 천주교도도 가지고 있지 못한
야훼 닛시, 야훼 이레의 소망을
내 수만 가지 죄를 매달고서도
그 끈 끊어지지 않으리라
말할 수 있다네 그렇게 말할 수는 있다네
하지만 속이 끝없이 공허함은 어쩜인가?
난 내 몸에, 내 영혼에, 이웃의 마음에 죄를 범하니
가끔은 소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먼 산에 내리는 바다안개에 산능선의 윤곽
잘 보이지 않듯이
위안이 되는 것은 내게 시를 쓸 손이 있다는 것이다
정점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시는 영원히 내 안에 편만하니
내가 꼭 가난하지만은 않구나
내가 점점 더 괴이해져 미쳐
이웃과 연인에 대한 사랑을 다 저버리고
신에 대한 믿음도 잡지 못할 때도 시만은
어린 날 장난감 로봇처럼 어린 내 영혼 곁에 꼭 붙어 있으리라
그렇지 않는다면 나 죽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