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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탄 리 Dec 09. 2023

그 끈

정말 그 끈이 내게 주어졌을까?

사랑에 대하여, 우정에 대하여

내 솜씨는 형편없구나

마치 가을날 나뭇가지 끝에 끝까지 매달려 낙엽이

겨울 초엽 아무도 모르는 밤에 떨어지는 것처럼

내 사랑도, 내 우정도 그렇게 떨어지는구나

하지만 붙들고 있는 끈이 있으니

그건 믿음에 대한 끝이다

불교도도 천주교도도 가지고 있지 못한

야훼 닛시, 야훼 이레의 소망을

내 수만 가지 죄를 매달고서도

그 끈 끊어지지 않으리라

말할 수 있다네 그렇게 말할 수는 있다네

하지만 속이 끝없이 공허함은 어쩜인가?

난 내 몸에, 내 영혼에, 이웃의 마음에 죄를 범하니

가끔은 소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먼 산에 내리는 바다안개에 산능선의 윤곽

잘 보이지 않듯이

위안이 되는 것은 내게 시를 쓸 손이 있다는 것이다

정점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시는 영원히 내 안에 편만하니

내가 꼭 가난하지만은 않구나

내가 점점 더 괴이해져 미쳐

이웃과 연인에 대한 사랑을 다 저버리고

신에 대한 믿음도 잡지 못할 때도 시만은

어린 날 장난감 로봇처럼 어린 내 영혼 곁에 꼭 붙어 있으리라

그렇지 않는다면 나 죽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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