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의 치유적 기능, '자기서사화'란?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중심으로

by 시샘 김양경

백석의 시가 문학치유적 기능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밝힌 바 있다. 그중 여기에서는 *서덕민의 견해를 바탕으로 백석의 시가 갖는 문학치유 기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서덕민은 그의 저서 「백석 시의 문학치료적 양상 연구」에서 백석의 시에 나타나는 치유적 양상에 대해 '불안' 혹은 '결핍'의 정서를 극복하고 이를 치유하는 '서사'의 과정으로 본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백석 시가 갖는 치유적 기능 중에서 '자기서사화(Self - Narrative)'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 이것의 치유적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이에 해당하는 백석의 작품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서덕민(2012).「백석 시의 문학치료적 양상 연구」,원광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자기서사화란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Story)로 구성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심리 치료 과정이다. 자기서사화 과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백석의 시를 낭송하는 것만으로도 자기서사화를 통해 자가 치유를 할 수 있다.



1. '자기서사(Self - Narrative)화' 진행 단계


1단계 삶의 사건 나열하기

- 사건을 단순하게 과거로부터 일어난 순서대로 늘어놓는다.

2단계 의미 부여하고 연결하기

- 흩어진 사건들 사이에서 인과 관계나 주제를 발견하여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엮어낸다.

3단계 객관화

- 객관화를 통한 거리두기 단계이다. 내 고통을 나의 전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속의 한 장면으로 객관화하여 바라보게 된다.


2. 어떻게 치유가 될까?


진단과 분석의 과정

-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서사화하면서 막연했던 불안이나 결핍의 정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스스로 진단할 수 있게 된다.


정서의 극복

- 백석이 자신의 고립된 처지나 고독을 시적 언어로 정교하게 묘사(서사화)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듯이, 내담자 역시 자신의 결핍을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치유의 힘을 얻게 된다.


새로운 자아 형성

- 기존의 부정적인 서사를 분석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대한

새로운 자기 서사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


자기서사화 과정은 "나는 누구인가?", "내 고통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써 내려가며 마음의 병을 진단하고 고치는 과정이다.



백석의 시를 낭송하는 것은 자기서사화를 통해 마음을 치유한다.


3.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鳳方)> 의 '자기서사화' 과정 분석


이러한 불안과 결핍의 정서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자기서사화 과정이 잘 드러난 작품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鳳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시적 화자가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응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의 의지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서 문학치료적 관점에서 자기서사가 가장 완벽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불안과 결핍을 어떻게 객관화하고, 새로운 삶의 의지로 재구성하는지 분석해 본다.


1 진단 단계, 결핍과 불안의 직시

화자는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무거운 슬픔과 어리석음에 짓눌려 지낸다. 화자는 자신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숨김없이 나열한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화자는 아내, 집, 부모,형제와의 이별 ->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 놓인 화자를 보여준다. 화자는 자신이 모든 사회적 경제적 지지 기반을 잃었음을 명확히 기술하고 있다. 현재의 심리적 결핍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 이렇게 치유는 내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2 객관화 단계, 감정의 객관화와 반추

방안에 고립된 화자는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어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이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을 하는 것"이라고 하며 자신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있다.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과정은 자기 서사화의 핵심인 반추(Reflection)에 해당한다. 내 슬픔과 어리석음을 부끄러워 하면서 낯이 붉어지는데 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 보는 과정은 감정에 매몰된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을 제 3자의 시선으로 관찰하게 하는 객관화의 단계에 이르게 한다.


3 통찰 단계, 운명적 수용과 거리 두기

고통의 원인을 개인의 무능력이 아닌 더 큰 질서 안에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모든 고통의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리던 자책에서 벗어나 거대한 운명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바라본다. 이는 과도한 자기 비하를 멈추고 정서적 안정을 찾는 심리적 방어 기제이자 통찰의 과정이다.


4 서사의 재구성 단계, 새로운 자아정체성 확립

화자는 부정적인 서사를 긍정적인 상징으로 치환하며 치유를 완성한다.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쌀랑쌀랑 싸락눈" 속에서도 "하이야니 눈을 맞을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부분에서 화자는 자신을 추위에 떠는 떠돌이 유랑자가 아니라 눈 속에서도 꿋꿋한 갈매나무로 재정의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갈매나무가 눈을 맞는 과정'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결핍의 서사를 고결한 자존감의 서사로 승화시킨 것이다.



백석시낭송공연 일정

참가신청 => https://forms.gle/b1C4voxStNNSnpit5

8회차 2026년 5월 17일 일요일 오후 3시

9회차 2026년 6월 14일 일요일 오후 3시


백석시낭송대회

26년 10월 25일 일 오후 2시.

261025-제4회백석시낭송대회포스터297x420-001.jpg 백석시낭송대회 26년 10월 25일 오후 2시


#백석시낭송 #백석 #백석시낭송대회 #백석시낭송공연

작가의 이전글백석의 시는 어떻게 내 마음을 치유해 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