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석 시에 나타난 치유적 기능'에 대한 '김미선'의 논문을 중심으로
백석의 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비평가 김재홍은 백석의 시가 지나치게 과거의 상상력 내지 수동적인 정서에 편중되어 있다고 비평한다. 뿐만 아니라 현실과 맞서서 개척하고 이겨나가려는 치열하고 능동적인 대결의 정신이 부족하며 미래 지향의 역사 의식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김용직은 백석의 시를 좋게 보아도 거기에는 평안도 어느 지방에 국한된 과거의 이야기가 심상화되어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백석의 시에는 명백하게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에 항거하는 반제 투쟁을 하던 때에 백석은 어떤 작품에도 일제에 항거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러한 이유로 백석의 시를 두고 현실 인식이 부족하고,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로 향하고 있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미선은 백석에 대해 다른 견해를 밝혔다. 김미선이 밝힌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김미선은 그의 논문 "백석의 시에 나타난 치유적 기능"에서 백석의 시의 치유적 기능을 탐구했다. 김미선은 백석의 시가 단순히 과거에 집착하거나 현실을 도피한 결과라고 하던 기존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문학의 본질적 기능인 포이에시스(Poiesis), 아이스테시스(Aisthesis),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방법론으로 채용하여 백석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자기 체험의 서사화를 통해 내면의 진실을 형상화하고, 공동체 감각을 회복함으로써, 근대 사회 물질주의 속에서 자아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본다. 또한 시에 투영된 특유의 쓸쓸함과 연민의 정서는 일제 강점기라는 고통스러운 시대를 견디고 극복하기 위한 지식인의 자기 발견의 과정으로 해석해다. 결과적으로 백석의 시는 과거의 기억과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상처 입은 자아를 보듬고 정신적 가치를 복원하는 능동적인 치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았다.
정리하면 백석의 시는 독자로 하여금 삶을 재구성(Poiesis)하고, 감각적으로 느끼며(Aisthesis), 그것을 통해 감정을 정화(Catharsis)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미선은 백석의 시에서 아이스테시스, 포이에시스, 카타르시스가 일어나는 원리를 규명하였다. 그는 독자가 백석의 시를 통해 자기 체험을 서사화 하고, 공동체 감각을 회복함으로써, 자아의 통합과 자기 발견을 이루게 되며 이 과정에서 내면의 진실을 형상화함으로써, 능동적인 치유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아이스테시스(Aisthesis)와 포이에시스(Poiesis), 카타르시스(Catharsis)에 관한 이론은 독일의 문학 이론가인 한스 로베르트 야유스(Hans Robert Jauss, 1921~1997)가 정리한 이론에 의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20세기 후반 문학 비평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그는 독자가 작품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완성된다고 보는 수용 미학을 창시한 사람이다. 그는 1967년 "문학사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라는 강연을 통해서 문학에서 진짜 중요한 건 읽는 독자라고 선언하였다. 문학 연구의 중심을 작가에서 독자로 옮겨 놓았다. 야우스는 문학작품이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독자가 읽어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때 등장하는 핵심 이론이 기대 지평 이론이다.
기대지평(Horizon of Expectation)이론은 독자가 그동안 읽어온 책이나 경험이나 가치관을 바탕으로 갖게 되는 미리보기 같은 기준을 의미한다. 그는 독자가 이 기대지평을 통해서 작품을 통해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독자의 기대지평이 작품과 만났을 때 충돌하거나 확장되거나 혹은 충족되는 과정에서 치유가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야우스가 그의 저서 [미학적 경험과 문학사회학]에서 정리한 미학적 경험의 세 범주는 다음과 같다.
포이에시스(Poiesis) - 제작. 인간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며 느끼는 즐거움이다. 작가뿐 아니라 독자가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아이스테시스(Aisthesis) - 감각, 감각적으로 느끼고 지각하는 즐거움이다.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카타르시스(Catharsis) - 정화, 작품 속 인물에 공감하며 내 감정이 씻겨 내려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위와 같은 야우스가 정리한 미학적 경험을 토대로 하여 백석의 시가 갖는 치유적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백석의 시는 감각적 묘사가 풍성하다. 일상에 찌들어서 감각이 무뎌진 독자는 이러한 감각적 묘사가 낯설 것이다. 독자는 낯선 것에 반응하고 새롭게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무뎌진 감각을 깨우게 될 것이다.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심리적으로 멈춰버린 감정을 제대로 해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김미선의 논문과 야우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백석 시의 치유적 힘이 어디에서 생겨나는가에 대해 알아 보았다. 결국 백석의 시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문학을 현실의 기록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정신의 치유로 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김재홍과 김용직이 비평한 현실 의식 부족은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상을 고려할 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김미선이 야우스의 수용 미학을 통해 증명했듯이 백석의 시는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나 현실 도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백석의 시의 풍성한 감각의 세계(Aisthesis)는 일상에 무뎌진 독자의 지각을 깨우고, 독자가 자신의 삶을 서사적으로 재구성하는 포이에시스(Poiesis)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적 화자의 쓸쓸함에 깊이 공감하며, 내면의 응어리를 씻어내는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야우스가 말한 기대 지평의 확장과 충족을 통해 독자가 능동적으로 완성해 가는 미학적 치유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백석의 시를 읽는 것은 고통스러운 시대를 견디기 위한 자기 발견이자, 오늘의 현대인에게 필요한 정신적 가치를 복원하는 일이다. 그의 시를 읽는 행위는 상처 입은 자아를 보듬고 삶의 보편적인 보석을 찾아내는 가장 인간적인 치유의 과정이 되는 것이다. 현실을 이겨내는 힘은 투쟁의 언어가 아니라 가장 낮고 외롭고 쓸쓸한 곳에서 피어나는 연민과 정화의 목소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일 것이다.
참가신청 => https://forms.gle/b1C4voxStNNSnpit5
8회차 2026년 5월 17일 일요일 오후 3시
9회차 2026년 6월 14일 일요일 오후 3시
26년 10월 25일 일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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