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는 능동적 독자를 위한 시다

- 백석의 시를 능동적 독자가 좋아하는 이유

by 시샘 김양경

문학을 수용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능동적 독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장면 중심으로 전개되는 백석의 시를 읽는 독자는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능동적 독자는 텍스트를 통해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 자아를 확장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현대 문학에서는 능동적 독자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능동적 독자'라는 개념은 문학 이론과 교육학에서 매우 중요한 전화점이었다. 독자를 단순히 작가의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릇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직접 생산하는 주체로 격상시켰기 때문이다.


1. 학문적 이론

수용미학은 독자의 역할을 학문적 중심부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이론이다. 이 이론은 1967년 독일의 문학평론가 한스 로베르트 야우스(Hans Robert Jauss)가 그의 논문 <문학사로의 도전으로서의 문학사 <Literaturgeschichte als Provokation der Literaturwissienschaft)>을 통해 발표한 이론이다. 수용미학의 핵심 개념은 "기대지평"이라는 개념인데, 이것은 독자가 작품을 읽기 전 이미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지식의 체계를 의미한다. 텍스트에는 작가가 다 채우지 못한 공백이 있으며 독자가 자신의 경험으로 이 빈 자리를 채움으로써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또한 미국의 로젠블랫과 스탠리 피쉬도 능동적 독자의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

로젠블릿은 교섭 이론 (Transactional Theory)을 통해서 독서란 독자와 텍스트 사이의 거래나 교섭이라고 보았다. 독자는 단순히 읽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텍스트와 상호 작용을 통해 의미를 창조한다고 본 것이다. 스텐리 피쉬(Stanley Fish)는 이러한 이론을 한층 발전시켜 '해석 공동체' 라는 이론을 내놓았다. '해석 공동체'라는 것은 독자의 해석이 개인적인 동시에 그가 속한 공동체의 규칙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들을 통해 독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자는 텍스트의 빈 공백을 메우는 주체이며 텍스트의 의미를 생산해 내는 역동적인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독자에게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가" 혹은 "텍스트의 구조가 어떻게 짜여 있는가?"만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독자의 능동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면서 비로소 "비판적 읽기"와 "창의적 해석"을 강조하는 독서 교육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2. 능동적 독자가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1) 작가의 텍스트에서 독자의 텍스트로 치환

백석의 시처럼 장면 중심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간접 제시(Showing) 기법이라고 한다. 작가가 직접 나서서 직접 제시(telling)하는 방법과 달리 간접 제시를 하게 되면 텍스트에는 수 많은 빈틈이 생긴다. 능동적인 독자는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동원해서 그 빈틈을 메운다. 이 과정에서 시 속의 국수 냄새는 읽는 '나의 추억 속 냄새'가 되고 그 풍경은 '내가 경험했던 공간'이 된다. 즉 작품이 작가의 것에서 독자의 것으로 완전히 치환이 되는 것이다.


(2)정서적 카타르시스와 치유

남이 "슬퍼해라", "힘내라"라고 말해서 얻는 위로보다 장면을 보고 독자가 스스로 발견한 슬픔이나 기쁨이 훨씬 강력하다. 스스로 찾아낸 감정은 강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의 내면에 훨씬 깊이 침투하며 진정한 의미의 감정적 정화를 경험하게 한다.


(3)비판적 사고와 주체성 확립

능동적 독자는 작가의 메시지를 무조건 수용하지 않는다. 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왜 이 장면에서 이런 묘사를 했을까?라고 질문하며 읽는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도 타인의 주장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주체적인 자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3. 능동적 독자 vs 수동적 독자

독자 개인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당연히 능동적 독자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좋다.


4. 이미지즘적인 간접 제시 중심의 문학 vs 직접 제시 중심의 계몽주의적 문학

수동적 독자는 직접 제시 중심의 계몽주의적 문학을 원할 것이다. 작가가 답을 정해 주기 때문에 읽기 편하고 메시지가 명확하다. 독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게 된다. 안정감과 명확성이 높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독자는 작가가 설정한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된다. 작가의 생각이 틀렸거나 시대에 뒤떨어졌을 때 독자는 무방비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독서가 끝난 후에는 통찰은 없다. 지식만 남게 된다.


반면에 능동적 독자는 단순히 텍스트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다. 작가와 함께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공동 저자로 기능하면서 창조적으로 동참한다. 이때 능동적 독자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발견한 진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백석의 시 한 구절이 평생의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독자가 그 시 속의 구절을 자신의 삶과 능동적으로 투영했기 때문이다.


5. 세련된 독자란 어떤 독자인가

세련된 독자는 작가의 '장면' 뒤에 숨겨진 의도를 읽어낼 줄 아는 독자이다. 작가는 왜 여기에서 말을 아꼈을까? 이 고요한 장면이 나에게 왜 이토록 큰 울림을 주는 것일까? 등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독자는 이미 텍스트의 주인이 된 사람이다. 계몽주의 문학처럼 답을 주는 문학은 독자를 어린아이 취급을 하지만, 백석처럼 장면을 주는 문학은 독자를 대등한 예술적 파트너로 대우한다.

결국 독자가 능동적일 때 문학은 단순히 종이 위의 글자에서 벗어나 독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살아 있는 에너지가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샘이 추구하는 "순수시낭송"의 가치 역시 청중이 소리에 담긴 감정을 강요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울림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호흡을 찾아가는 능동적 감상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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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시낭송공연 일정

참가신청 => https://forms.gle/b1C4voxStNNSnpit5

8회차 2026년 5월 17일 일요일 오후 3시

9회차 2026년 6월 14일 일요일 오후 3시


백석시낭송대회

26년 10월 25일 일 오후 2시.

261025-제4회백석시낭송대회포스터297x420-001.jpg 백석시낭송대회 26년 10월 25일 성북구청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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