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을 위한 시낭송 수업 by 김양경
귀뚜라미/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타고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시샘의 시 해설과 감상 ===
행여, 귀뚜라미가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비관하고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늘 고운 소리로 힘껏 제 삶을 노래하고 사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이토록 자신의 처지를 매미와 비교하며 열등감에 젖어 있었다니... 이 시에 힘입어 나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은 열등감이라는 치졸한 감정이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해도 될 것 같다.
매미와 귀뚜라미를 대조적으로 전개하여 귀뚜라미의 울음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매미의 소리가 높은 가지에 위치에 있다면, 귀뚜라미는 차가운 바닥에 있다. 매미는 큰 나무를 소유하고 있으며 높은 곳에 위치한 존재이다. 소리도 매우 커서 귀뚜라미 소리는 묻혀 버리고 만다. 매미가 권력가이고 유명인이고 부자이고 사회적으로 높은 계급에 있는 사람이라면, 귀뚜라미는 이와 대조적으로 계급이 낮고 가난하고 무명인이고 권력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1연에서 귀뚜라미는 자신의 울음이 노래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매미가 높은 나뭇가지를 흔들만큼 큰 소리로 울기 때문에 그 소리에 묻혀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연에서는 귀뚜라미는 자신의 처지를 드러낸다. 귀뚜라미는 차가운 바닥 위에서, 풀잎도 없고, 이슬 한 방울도 없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 있다.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에 비하면 지상도 아니고 지하에 있으니 매미와 달리 귀뚜라미는 매우 낮고 가난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귀뚜라미는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기 위해서 타전을 보낸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울음 소리를 들어주기를 바라면서.
3연에서는 귀뚜라미는 지금 현실을 다시 한 번 자각한다. 그러나 하늘을 찌르는 그런 소리라 할지라도 가을이 오면 소리가 걷힐 것이라고 한다. 그런 가을이 되었을 때에는 귀뚜라미 자신의 울음소리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 보고 있다.
전체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1연에서는 매미 소리에 묻혀 자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을 드러내고 2연에서는 매미와는 대조적인 귀뚜라미의 처지를 자세히 드러낸다. 그런 상황에서도 귀뚜라미는 자신의 소리가 누군가에게 전달이 되길 소망하고 있다. 3연에서는 가을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자신의 소망이 좀 더 자세히 이뤄질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by 시샘 김양경
출처
이 시는 나희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1994)에 수록된 작품이다.
주제는
권세를 누리는 매미와 달리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귀뚜라미의 삶과 노래가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구성 이 시는 총 3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간의 흐름과 화자의 심리 변화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연: 소외된 현실 (여름)
'높은 가지'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묻혀 자신의 울음이 '노래'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토로한다. 이는 화자의 존재가 타인에게 인식되지 못하는 소외감을 나타낸다.
2연: 고통스러운 생존 (지하도)
차가운 '지하도 콘크리트벽'이라는 극한의 공간에서 숨 막히는 고통을 겪고 있지만, '나 여기 살아있다'고 외치며 생존의 의지를 드러낸다. '타전 소리'는 절박한 소통의 시도를 상징한다.
3연: 희망에 대한 갈망 (가을)
'매미 떼가 걷히고' 가을이 오면, 자신의 울음이 '노래' 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시간의 변화를 통해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려는 희망을 보여준다.
시적 표현 및 특징 대조적인 시어 사용:매미와 귀뚜라미: 매미는 '높은 가지'에서 시끄럽게 울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반면, 귀뚜라미는 '차가운 바닥', '지하도'에서 조용히 울며 소외된 존재를 상징한다.
여름과 가을: 시끄럽고 절망적인 여름과 달리, 가을은 귀뚜라미의 울음이 '노래'가 될 수 있는 희망의 시간으로 대조된다.
'울음'과 '노래': 화자의 '울음'은 고통과 절망의 소리이지만, '노래'는 누군가에게 가닿아 공감을 얻는 소망의 소리이다.
감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 '매미 소리', '울음', '타전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통해 화자의 처지와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촉각적 이미지: '차가운 바닥', '콘크리트벽' 등을 통해 귀뚜라미가 처한 척박하고 고통스러운 환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상징적 의미 부여 :
귀뚜라미: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목소리를 내기 힘든 약자나 소수의 존재를 상징한다.
매미: 사회의 주류나 기득권층을 상징하며,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약자의 목소리를 덮어버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타전 소리: '살아있다'는 절박한 외침이자, 소통을 갈망하는 간절한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특징들을 통해 '귀뚜라미'는 약자의 고통과 절망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소통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어조
자신의 열악한 처지는 다소 비관적인 면이 있으나, 2연에서는 상황 설명을 하고, 3연에서는 희망적인 태도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