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박목월 시

중학생들을 위한 시낭송 수업 by 김양경

by 시샘 김양경

나무/박목월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은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 ===

화자는 여행을 가는 길에 흔하디 흔한 나무를 본다. 유성에서 제일 큰 호텔이며 관광지에 눈길을 두지 않고 나무를 본다. 조치원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수도승처럼 묵중한 나무를 본다. 그런 흔한 나무를 보기 위해서 꼭 어디론가 여행을 갈 필요가 있었을까?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이다. 관광이나 유흥이나 레저 말고 진짜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하는 작품이다. 여행을 가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허탈해져서 돌아오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돈 때문에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온다. 그러나 그건 여행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여행이 아니라 유흥이거나 관광이거나 레저인 경우가 많다. 근력 운동을 위해 등산을 간다든지, 더 맛있고 더 편안한 호텔로 가는 호캉스라든지, 관광버스에 실려서 다 같이 떼로 몰려다니는 관광이라든지. 여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익숙한 자신에게서 멀어져 보는 것, 익숙한 환경에서 멀어져 보는 것, 그래서 자신 안에 담겨 있던 것들을 꺼내어 놓고 다시 살필 수 있는 것, 그런 것들을 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화자가 여행을 하며 만났던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고독했던 내면을 떠올리는 작품이다. 내면에는 다양한 모습의 고독이 존재하는데, 1연에서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고독을 견디며 삶을 숭고하게 이루고자 하는 강인한 수도승 같은 모습이었다가, 2연에서는 어설픈 과객이었다가, 떼를 지어 몰려 있는 멍청이들 같았다가, 3연에서는 하늘처럼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을 지키려는 의지를 지닌 파수병 같은 모습이었다가 그런 모습들을 다 지나쳐서 집으로 되돌아왔을 때, 놀랍게도 그 모든 고독한 나무들의 모습이 모두 내 안에 깊게 뿌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시를 통해 여행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여행은 내가 살던 곳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고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리라. 늘 보던 것들이고 내 안에 담겨 있던 것들이지만 이것들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익숙한 삶 안에 흐릿하게 섞여 버린다. 그러던 것이 여행을 가면 비로소 내 안에 있던 것들이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내가 얼마나 고독한 존재였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고독하게 견디며 살아오고 있었는지 묻게 된다. 그리고 다시 보면 늘 보이던 나무와 하늘과 풍경 속에 내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시인은 삶을 구원하기 위해 늘 견디며 사는 수동승 같은 자신을 발견하고, 또 한 편으로는 어설픈 과객 같은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고, 남들처럼 따라 사는 멍청했던 모습도 발견한다. 그러나 그러한 삶의 모습은 결국 모든 나무들이 하늘을 우러러 푸르게 살아가듯이 인간으로서의 참됨을 실현하기 위한 모습들인 것이다. 시인은 조치원 가는 길에서 보던 수동승 같고, 공주 가는 길에서 보던 과객 같이 멍청한 나무들 같던 자신의 모습이었다가 서울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는 그런 삶들이 모두 숭고하고 아름다운 하늘 문을 지키는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속에 담긴 고독과 번뇌를 이해하게 된다.



■작품 분석

박목월 시인의 '나무'는 화자가 여행하며 만난 나무들의 모습을 통해 고독과 고뇌라는 주제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나무들을 단순히 자연물로 보지 않고, 다양한 시적 화자를 통해 인간의 내면적 고독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1)구성

1연: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수도승' 같은 나무의 모습을 그립니다. 묵중하게 서 있는 나무의 모습에서 삶의 고뇌를 견디는 강인함을 엿볼 수 있다.

2연: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어설픈 과객' 같은 나무들을 묘사합니다. 떼를 지어 멍청하게 몰려있는 나무들은 고독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3연: 공주에서 온양으로 가는 산마루에서 만난 '파수병' 같은 나무들을 그립니다. 하늘 문을 지키는 이 나무들의 모습은 고독을 감수하며 자신의 길을 걷는 인간의 외로움을 보여준다.

4연: 서울로 돌아온 화자의 내면에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표현한다. 이 나무들은 더 이상 외부의 대상이 아닌, 화자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고독과 고뇌를 상징한다.

(2)표현법

의인법: 나무를 '수도승', '과객', '파수병' 등으로 의인화하여 인간의 고독한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3)낭송 시 유의할 점

표준 발음

묵중하게: [묵쭝하게]

어설픈 과객일까: [어설픈 과개길까]

몹시: [몹씨]

아아 고독한: [아아 고도칸]


분위기와 어조

분위기: 시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어조: 담담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가 적합. 각 연의 내용에 따라 감정의 깊이를 조절하며 낭송.

4연: 마지막 연에서는 감정을 고조시켜 '아아 고독한 모습' 부분에서 깊은 내면의 고뇌와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4)주제

여행을 하면서 바라본 나무 풍경과 그것을 통해 느낀 고독감과 내면에 대한 성찰



(5)자료 출처

박목월 선별 시집<청담(晴曇)>(1964), 일조각 출판사


시샘의 시 감상과 낭송 오디오북으로 들어보기

https://youtu.be/ljpKIC8eBYc?si=mg5nQce_CxUD3gFa



by 시샘 김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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