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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근 Mar 09. 2021

지역관광의 대안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건 이미 시작된 디지털디커플링(Decoupling)이다” 온라인 여행업계의 기술·마케팅 포럼 WIT(Web in Travel)의 창립자 여시훈 대표의 발언이다. 

도대체 지금의 이 상황보다 더 위험한 게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미 여행 시장은 대규모 관광에서 소규모 개별 관광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정보를 얻고 여행을 예약하는 방법이 PC 웹사이트 검색에서 모바일 검색·예약·결제로 카페,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 유튜브로 바뀌고 있다. 

트렌드는 또 어떠한가? 다수의 보편타당성을 내세운 패키지 관광에서 개인의 성향, 경험 중심의 SIT(특수목적여행)로 바뀌고 있으며 트레킹, 캠핑, 펫투어, 웰니스 관광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주목할 데이터가 있다 BC카드 숙박업 카드 사용액 데이터를 살펴보면 경남 거창이 2019년 대비 2020년 841% 증가(전국 1위) 했다. 물론 논공단지, 골프장 등 근로자 숙박의 영향도 있지만, 계곡, 트레킹, 우두산 출렁다리, 아스타 군락의 영향이 있었다. 타 지역 관련 데이터를 함께 비교해 보니 기존 전통 관광지보다는 소도시, 한적한 해안 마을 등 새로운 지역을 선호하는 성향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이 시기 지역관광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첫 번째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트렌드란 소비자들이 물건을 지속적으로 사도록 이끄는 원동력을 말한다. 수요를 예측하고 상품을 만들든 시대에서 다수의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반응하는 상품을 고도화시키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최근 팔도유람 24박 25일, 475만 원짜리 상품을 출발시켜 화제가 된 승우여행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로 모두가 죽겠다는데 서울 합정역에 있는 이 미친 여행사는 고가의 장기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이구동성 실패할 거라 했지만 론칭 후 예약이 몰려들었고 11월에 첫출발을 시작으로 4~5월까지 예약을 받아두고 있다. 또 백두대간의 핵심 33봉을 찍는 백미대간 여행상품은 11회 445명을 출발시켰으며 2021년 12월까지 매달 출발 확정 상태다. 신안의 섬을 걷는 여행은 22회 790명을 보냈다. 2021년 1월 예약 현황을 살펴보니 한 달 동안 500팀 예약을 받아두고 있었다. 봄이 시작되는 3월 초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일단 상품의 개수가 압도적이다, 직원 4명인 이 회사가 국내여행상품만 올해 론칭한 게 100개다. 승우여행사 이원근 대표는 매주 직접 전국을 누비며 상품을 만들고 있으며 직원들 역시 신입부터 경력까지 모두 국내여행상품에 미쳐있다. 매일 경리처럼 책상에 앉아 장부를 정리하듯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 상품들은 아버지와 아들까지 2대째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충성고객에게 노출되고 그들의 선택에 따라 여행상품이 빛나는 것이다. 


하지만 승우여행사의 누적 상품 300개는 모두 성공했을까? 이원근 대표는 24박 25일짜리 상품을 출시 당시 출발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을까? 단연코 아니다. 여행상품의 성공률은 5~20%선이다. 선수들도 100개를 만들어야 겨우 5~20개가 팔린다. 매일 여행 데이터를 체크하는 나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트렌드 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여행산업을 변화시키는 건 업계가 아니라 여행자인 소비자들인 것이다. 한없이 겸손해야 하며 그저 묵묵히 현장에서 좋은 상품을 연구하고 트렌드를 읽고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시설(숙박)도 예외가 아니다 오픈만 하면 손님이 밀려들든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소비자들은 빠르게 숙소 정보를 공유하고 시설 이외의 서비스적인 요소들에 대하여 평을 만든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고객 대응에 따라 숙박 시설 예약률이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데 모객이 상승한 숙박업소의 몇 가지 대응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방역 방침을 홈페이지에 공지하였고 비대면 시설로 전환, 번호키의 비번을 문자로 전송하였으며 마스크를 숙소에 비치하고 음식 배달 서비스 이용에 관한 자세하게 소개된 브로셔를 객실마다 비치해 두고 있었다. 고객을 향한 작은 서비스 차이가 큰 매출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콘텐츠(여행상품)를 유통·판매하는 채널의 변화를 주목하고 동승해야 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관광산업의 반은 콘텐츠(여행상품)이며 반은 유통·판매다.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는 유통되고 팔려야만 상품이 된다.

'디커플링(Decoupling)', 고객의 소비활동 과정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제품 탐색-평가-구매-사용) 가운데 약한 고리를 떼어내어 강력한 사업모델로 키워내는 현상이 관광산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여행사 토마스쿡이 중국 OTA에게 넘어가고 한때 국내 항공 1위 탑항공은 왜 부도가 났으며 메이저 여행사들은 어떻게 몰락하고 있는가? 디커플링 현상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저렴한 항공 티켓을 랭킹으로 보여주는 메타서치 기술을 구현한 네이버, 스카이스캐너에게 항공시장을 내어줬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실시간 할인으로 무장된 야놀자, 여기어때에게 숙박시장을 내어줬으며 가이드 투어는 마이리얼트립, 입장권은 와그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여행자들은 쇼핑의 피로와 결코 저렴하지 않은 패키지 여행상품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가장 저렴한 항공권과 숙박을 모바일로 예약하고 현지에서 가이드 투어, 입장권을 예약해 여행을 즐기고 있다. 야놀자 누적 회원수는 무려 1,500만 명, 여기어때 1,100만 명, 월 활동 회원수 300만 명, 약 80만 개의 여행상품을 실시간 모바일로 예약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바일에 특화된 예약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MZ세대에 대응할 마케팅 전략이 있는가? 향후 5년 후 기술의 속도를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하루가 중요해진다...


국가 관광전략도 이를 반영 스마트관광도시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관광의 핵심은 무엇일까? 변화하는 관광 흐름에 맞춰 모바일, ICT 기술을 접목하여 관광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스마트폰 하나로 교통, 언어, 예약, 결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 관광인프라를 구축함에 있다. 또한 누적된 정보를 분석하여 지속적인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를 개선, 발전시키며 지역에 특화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지자체가 관광산업의 주체가 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하여 가장 먼저 팔릴 수 있는 콘텐츠(여행상품)를 만들어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역 관광사업자들을 발굴, 체계적으로 육성시켜야 하며 수도권에 있는 유통·판매사와 연결 후 집중적으로 홍보, 마케팅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후 플랫폼은 여행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지역 관광기업들에게 제공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여행상품)를 만들어 또다시 각자의 팬덤을 가지고 있는 다채널 유통 판매사들에 의해 판매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생태계를 구성해 놓고 이를 시스템으로 묶어줘야 한다.    
이 중요한 일을 실증사업으로 경상북도와 함께 38개의 협회 회원사들이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가미야마 지역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주자가 많은 시골 마을은 많지만, 소멸 위기의 산골마을에 IT기업이 이주한 마을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가미야마를 '최첨단 과소화 마을'로 부른다. 

10년 전 2010년 도쿄 시부야에 본사가 있는 '산산(Sansan)'이라는 IT벤처 기업이 처음으로 정착했다. 도쿄에서 500km 이상 떨어진 도쿠시마현 그곳에서도 외곽의 해발 1,000m 산간마을에 위성 사무실을 오픈했다. 그 후 2018년 기준으로 가미야마에 위성 사무실을 개설한 기업은 산산 외에 15개 기업이나 된다.

왜일까? 지역 DMO의 힘이다. 농업 인력을 육성하고, 먹거리로 지역을 연결하여 되살리는 지산지식(地産地食) 원칙을 통한 '푸드허브 프로젝트', 가미야마의 나무 자원을 활용한 임업 프로젝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워크 인 레지던스, 임업과 건설업이 조합된 '오노지 공동주택 프로젝트', 농업학교 운영뿐 아니라 주민과 지역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대 활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키워드는 하나다 ‘행복’, 

지역 내 행복을 스스로 추구했고 그 행복을 함께 누리고자 여행자들이 방문하고 대도시의 기업들이 산골마을로 오는 것이다. 


일상과 여행 그리고 기술은,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산산마을이 보여주고 있다. 

나의 삶도 행복을 위해 존재하며 나와 여행자들을 위하여 오늘도 지역관광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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