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t 1 : 이 망할 놈의 날씨
유럽의 날씨는 참 지랄 맞다.
흐린 날이 계속되며 뼛속까지 시린 날씨에 비 까지 오면 자동으로 와인잔을 들게 만든다.
더구나 유럽의 고즈넉한 성, 수도원, 교회가 주는 특유의 음침함이 더해지면 온갖 잡생각이 다 든다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면 결국 자존감이 흔들리게 되는데 여행자의 버팀목은 자존감 아닌가? 이 자존감이 흔들리면 여행에 대한 회의까지 밀려온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여행자들이 날씨적인 요인을 간과한다.
"여행의 피로일 거야... 혼자 너무 오래 여행을 했나?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나는 해발 2~3천 미터 안나푸르나에서 7일간 비를 맞고 걸은 적이 있다.
아예 비가 온다고 생각하면 힘들긴 하지만 오히려 맘은 놓이더라. 어차피 피가 오니깐.
하지만 지속적으로 흐린 날이 계속되면 맑은 날에 대한 기대, 여행을 망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다운된 기분 때문에 몇 배로 더 힘들더라.
더구나 맘에 안 맞는 일행과 함께 한다면, 냄새나는 숙소에서 배드버그를 만난다면, 자괴감은 이로 말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날씨가 계속될 때 여행자에게 어떤 행동이 도움이 될까? 몇 가지 팁을 적어본다.
1. 오전에 가벼운 조깅이나 산책을 해라.
흐리거나 비가 오면 대부분의 여행자는 늘어지기 마련이다. 기분도 다운, 몸도 다운.
늦잠을 자거나 낮잠을 자게 되는데 피로가 풀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녁에 숙면을 취할 수 없어 더 피곤하게 된다.
이럴 땐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비가 오든 말든 정해진 시간에 계획된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사실 조금만 준비한다면 이동에 큰 지장은 없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면 되고 우비를 입으면 된다.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면 움직여라. 정신도 맑아지고 입맛도 돌아오고 자존감도 상승한다.
2.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 전신욕을 해라.
온천이나 마사지를 받으면 한결 기운이 나겠지만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하루쯤 무리해서 욕조가 있는 숙소를 예약해라.
따뜻한 물을 욕조에 가득 담고 황제와 황후의 마음으로 편안하게 즐겨라.
질 좋은 와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읽어라.
이쁜 꽃과 함께 아로마 향을 피우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해라.
3.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당당하게 웃어라
의도적이라도 웃어야 한다
혼자 있을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심지어 운동할 때도 웃어라
눈을 크게 뜨고 입꼬리를 올리고 밝은 마음을 가지고 당당하게 웃어라
어느새 당신의 마음마저 웃게 할 것이다. 흐린 날엔 그냥 웃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