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파워하우스 뮤지엄에 가는 날.
오늘의 아침메뉴 볶음밥과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우리 숙소 앞에서 흔쾌히 포즈를 취해주는 큰 아이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고 숙소를 나섰다.
콜스(Coles)에서 쉽게 살 수 있는 free range egg는 계란의 노른자 색이 얼마나 예쁜지...
계란을 깨트릴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계란을 활용한 음식은 더더욱 옳다.
처음으로 트램을 이용해서 파워하우스 뮤지엄까지 가보기로 했다.
집 근처 트램정거장인 Winyard역에서 트램을 타고 Chinartown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고작 5분여인데....
숙소에서 트램정거장까지 그리고 트램정거장에서 박물관까지 각각 10여분을 걸어야 한다.
박물관에 도착하기 전부터 둘째 아이의 체력을 쏙 빼놓을 수 없어
아빠와 오빠가 번갈아가며 둘째 아이의 킥보드를 끌어준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달 착륙 시뮬레이터를 비롯한 참여형 전시 그렇게 도착한 파워하우스 뮤지엄.
참여형 전시가 많아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과학관 키즈카페 같았다.
호주에서 세 달 살기를 하며 나는 하루에 여러 개의 일정이 아닌 단 하나의 일정만을 넣었었다.
오늘도 파워하우스 뮤지엄 이외에는 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속도에 맞춰
박물관의 모든 전시를 꼼꼼하게 둘러보며 반나절 정도 신나게 놀았다.
만약 우리에게 다음에 계획된 또 다른 일정이 있었다면...
"얘들아 이제 이거 그만 보고 다른 거 하러 가자", "시간이 얼마 없으니 조금만 더 하고 가자", "우리 이제 곧 있으면 가야 돼" 등등의 말을 했을 텐데
이곳에서 나와 남편이 한 일은 그저 재밌게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이런 것들 또한 장기여행자들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닐까.
에어비앤비 집 주인이 우리 가족을 위해 직접 설치해준 바베큐 그릴 숙소에 돌아왔더니 에어비앤비 주인인 Catherine으로부터 반가운 메시지가 와있었다.
우리 집 옥상에 드디어 바비큐 그릴이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시드니 에어비앤비를 검색할 때 Catherine의 집이 제일 가성비가 있다고 판단돼서
예약 직전에 혹시 바비큐 그릴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물었더니
흔쾌히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바비큐 장비를 구매해 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Catherine의 남편 Mike가 직접 설치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설치에 어려움을 겪어서 바비큐 그릴 사용이 며칠 지연되었었다.
훌륭한 바베큐 그릴 덕분에 풍요로워진 우리의 저녁식사 숙소에 일찍 돌아온 덕분에 저녁을 일찍 먹은 우리는
매주 토요일 저녁 9시에 열리는 달링하버 불꽃놀이를 보러
숙소에서부터 cockle bay warf까지 킥보드로 걸어가기로 했다.
(불꽃놀이 시간과 요일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듯했다.)
우리 숙소에서 내려다 보이는 한창 공사 중인 Barangaroo 지하철역저녁 8시쯤 숙소에서 출발했는데 일몰시간과 겹쳐서 하늘이 너무 예뻤다.
너무 어둡지도 않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밤마실.
뜨거운 한낮과는 달리 바랑가루 해변 데크길을 따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만 같은 기분.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오히려 식당에 자리를 잡은 채 저녁을 먹으며 불꽃놀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지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길거리 인파는 적었다.
덕분에 이곳이 명당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비교적 명당이라고 볼 수 있는 곳에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보니 달링하버 근처를 수개의 대형 호텔들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방에서도 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니
문뜩 그들이 부러웠다가
그래도 그 돈 주고 주방도 없는 비좁은 방에서 한 달을 사느니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링하버의 불꽃놀이는 비교적 짧은 7분여간 진행됐다.
막상 불꽃놀이를 구경한 시간은 얼마 안 됐지만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오며 가며 하버데크 길을 따라
곳곳에서 들려오는 파티 음악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걸으며 느꼈던 행복함이
오래오래 우리 아이들에게 기억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