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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경 Oct 13. 2024

시드니 4일 차

오페라 하우스와의 첫 만남

한국에서부터 미리 예약해 두었던 오페라 하우스 한국어 투어가 있던 날.

호주에 오면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오며 가며 오페라 하우스를 종종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게 웬걸... 4일째 되던 날까지 오페라 하우스 그림자도 구경하지 못했다.


유부초밥과 호주의 국민과자 팀탐

시드니 한인마트에서 득템 한 유부초밥 재료 덕분에 든든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 주인인 Catherine이 선물로 냉장고에 준비해 준 팀탐.

아이들에게 맛 보이게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 오늘에서야 꺼내주었더니 아이가 그 맛에 감동했다.

한 봉지를 다 먹을 기세이길래 하루에 한 조각만 먹기로 약속했다.


구글맵으로 길 찾기를 하는 남편과 킥보드를 타고 아빠를 따라가는 아이들


한국에서 남편이 챙겨 온 킥보드.

초등학교 3학년인 10살 큰 아이는 충분히 걷는 여행을 소화할 수 있겠지만,

7살인 둘째 아이는 유모차를 타기에는 애매한 나이인지라 우리는 늘 여행 시 작은 아이의 킥보드를 챙겼었다.

지난 여름방학 하와이 한 달 살기 때도 비교적 부피가 작은 둘째 아이의 킥보드만 챙겼었었는데...

아이가 자신도 걷느라 몸이 힘들어지자 속이 깊은 아이임에도 속상해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두 아이의 킥보드를 분해한 후 김장용 봉투에 돌돌 말아 2개의 캐리어에 각각 하나씩 넣어왔다.

게다가 호주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상 킥보드 탑승 시 헬멧 착용이 필수라고 해서 헬멧까지 가져갔더랬다.

날이 너무 더워 헬멧을 쓰는 게 고역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헬멧을 쓰지 않은 채 킥보드를 타는 호주 아이들도 종종 있었다.


Barangaroo Reserve의 산책길

Barangaroo에 위치한 우리의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페리 정거장인 Barangaroo Warf에서 페리를 타고 오페라 하우스로 가는 길을 검색한 남편.

페리 정거장에 가기 위해서는 Wulugul Walk를 따라 걸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기에 최적의 길이었다.


중간 정거장인 Circular Quay에서 바라보는 전경

첫 페리에 탑승한 우리.

페리에서 볼 수 있는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는 너무 아름다웠다.

시드니에서는 페리, 버스, 트램, 지하철 등 다양한 대중교통들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날 이후 우리 가족의 최애 대중교통은 페리가 되었다.


오페라하우스 한국어 투어

호주에서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37도의 한증막 같던 날씨.  

바람이 많이 불기는 했지만 그 바람마저 뜨거운 스팀 같았다.

순전히 영어 듣기에 취약한 나 때문에 오페라하우스 투어를 30분짜리 한국어 투어로 신청했는데

아이들을 위해서 1시간짜리 영어 투어로 신청할걸... 하고 뒤늦게 후회했다. 

나는 분명히 15년 전에 같은 투어를 했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 영어투어였을까? 한국어 투어에서 설명해 주는 내용이 처음 듣는 내용 같았다.

건축가가 2명이었다는 점과 천장과 기둥이 맡닿아 있지 않다는 점등…


오페라 바에서의 점심 식사

투어를 마치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오페라 바(Opera Bar)로 향했다.

날이 너무 뜨거워서 그늘이 있는 자리에만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우리처럼 식사를 해결하러 온 여행객들도 있었겠지만

예쁜 드레스와 멋진 슈트를 입고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갈매기들이 테이블 위의 음식을 노린다는 것이었다.

옆 테이블의 한 여자분은 음식을 먹다가 잠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사이,

용감무쌍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음식을 낚아채가자 비명을 지르며 놀랐다.

그 모습을 목격한 우리는 음식을 먹는 내내

혹시라도 새들이 음식을 낚아채갈까 봐 손으로 가리거나 늘 뚜껑을 덮고 있어야 했는데

멋진 경치 덕분에 그러한 불편함도 즐겁게 감수했다.


아이들의 한국어 그림책을 공수할 수 있었던 커스텀즈 도서관(Customs House Library)

오페라 하우스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써큘러키 근처에 위치한 커스텀즈 도서관(Customs House Library)에 들렸다.

아이들에게는 시원한 도서관에서 잠깐 쉬었다 가자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 호주에 머무는 석 달 동안 아이들이 책을 읽지 못할까 봐 걱정했었더랬다.

큰 아이의 책을 한국에서 몇 권 가져오긴 했지만 작은 아이의 경우 그림책이 차지하는 무게가 상당해서 작은 아이의 책은 챙겨 오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시드니 커스텀즈 도서관에서 한국어 책을 대출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일부러 찾아갔다.

도서관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한국에서는 도서관 가는 걸 썩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도 이곳에서는 한참을 책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대출증까지 발급받아 작은 아이를 위한 한국어 그림책을 대출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즐기는 조촐한 저녁식사

 

날이 좋았으면 아이들에게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남기자고 졸랐을 텐데

날이 너무 더워 피신하다시피 숙소로 돌아온 우리.

우리 아이들이 오페라 하우스를 처음 본 날인데... 다 같이 남긴 가족사진 한 장이 없다.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남은 날이 많으니 또 기회가 있겠지.

이런 게 바로 장기여행자의 특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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