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는 대형슈퍼마켓이 여럿 있는데 내가 자주 이용했던 곳은 콜스(Coles)였다.
자차가 없어도 보통 버스, 트램, 지하철 정거장 근처와 같이
뚜벅이 여행자도 쉽게 접근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
과연 호주에서 대파를 살 수 있을까?
우리나라 대파에 해당하는 green onion이라는 것이 콜스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대파의 모양은 조금 웃기지만... 우리나라 대파와 쪽파의 중간 어느 선 사이라고 생각된다.
어제 사온 대파로 드디어 오늘 아침엔 간장계란밥을 해 먹었다.
우리 숙소 앞의 버스정거장과 호주자연사 박물관 전경 오늘은 호주 자연사 박물관(Australian Museum)에 가는 날이다.
구글맵으로 교통편을 검색해 보니
집 앞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만 가면 박물관 코앞에 위치한 정거장에서 내려준다는 사실에
다행히 오늘은 조금 덜 걷겠구나 싶었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는 길도 이제 두 번째라고 낯설지가 않다.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큰 아이가 박물관에 쓰인 글씨를 전부 읽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 경우 한글은 그림처럼 쓱 지나가도 대충 무슨 내용인지 가늠이 되지만... 영어는 그게 안된다.
만약 내용 파악을 보다 정확히 하려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봐야 하는데
큰 아이가 마치 영어를 한국어 읽듯이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경우엔 정말 작정하고 읽어야 할 것 같은데...
큰 아이는 그 중간 즈음의 시간을 할애해서 무슨 내용인지 다 파악하는 중인 것 같았다.
호주 자연사 박물관에 위치한 훌륭한 뷰를 가진 레스토랑에서의 점심식사 박물관 구경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하이드파크가 바로 근처라 한 바퀴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어제 보다 확실히 걷기를 덜 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이드파크를 한 바퀴 돌고 근처에 울월스가 있다고 해서
아침에 먹은 산딸기가 너무 맛있었다는 둘째 아이에게 꼭 다시 사주기로 약속한 산딸기를 사러 가려는데
6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다 같이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화가가 꿈인 둘째 아이가 큰 관심을 보였으나 쑥스러워서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다가
그들에게 방해가 안될 정도로 멀찍이 서서 그림을 구경해도 되는지 묻게 되었다.
선뜻 스케치북을 아이에게 내어주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나눠주던 화가들 그런데 그러자마자 선뜻 둘째 아이에게 스케치북과 펜을 주며 직접 그려보라는 것이 아닌가?
너무 고마웠다.
아이는 그 옆에 귀엽게 앉아 야무진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가 부담을 가지고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대단한 발전이다.
어린아이가 그림에 집중한 모습이 너무 귀엽다며
그런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봐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마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정말 전문 화가들이었다.
둘째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큰 아이는 능숙한 영어실력으로 그들과 대화… 아니 폭풍수다를 떨었다.
그러면서 그들과 친해진 덕분에 그들이 그동안 그려왔던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종이로 된 상자를 가득 건네주길래 처음에는 그걸 깔고 앉으라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무심코 시리얼 박스 뒷면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듯했다.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한 아이와 아이의 그림을 함께 감상해주는 화가들 아이가 어렵게 그림을 끝냈을 때
부족해 보이지만 그 그림을 함께 감상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명함도 선물해 주고
매일매일 꼭 그림을 그리라고 웃으며 당부하는 화가들을
둘째 아이가 평생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오랜 기간의 여행이 아니었으면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까?
짧은 기간 동안 도장 깨기 수준의 여행으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놀라운 경험들.
이 맛에 오늘도 시드니에 오길 참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