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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경 Oct 12. 2024

시드니 2일 차

텀발롱 놀이터에 가보자

새벽 5시경…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3시일 텐데 잠에서 깼다.

좀 더 잠을 청해보려다가

어제 나의 미흡했던 준비로 인해 아이들이 고생한 게 생각나

오늘 하루는 좀 더 완벽을 기해야 할 것 같아 홀로 거실에 나왔다.


어제 모기가 많아 걱정했는데

밤사이 나를 비롯해 아무도 모기에 물리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는 오늘 목적지 텀발롱 놀이터(Tumbalong Park Playground)에 가기 위한 교통편, 근처 한인마트에서 사야 할 물품, 어제 못다 쓴 일기, 시드니에서의 부분 렌트 일정 등을 정리하느라 홀로 아침 시간을 바삐 보냈다.

아이들은 곤히 자다가 결국 한국시간에 맞춰 느지막이 일어났다.


무수비와 Calypso 망고

아이들에게 계란밥을 해주려고 했는데 아뿔싸 진간장을 쏙 빼놓고 한국에서 안 사 왔다.

또 하나의 실수.

결국 예정에 없었던 무수비를 만들게 되었다.

어제 사온 애플망고는 아직 덜 익어서 사과처럼 딱딱했다.

좀 더 상온에서 보관했다가 먹을걸…

그럼에도 아이들은 고맙게도 불평 한마디 없이 맛있게 먹어주었다.


버스 정류장 가는 길을 알려주신 친절한 현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덕분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우리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어제의 경험에 비추어 짐은 최소한으로… 그리고 오늘은 대중교통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분명히 우리 숙소에서 버스 정류장이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버스 정류장을 찾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도로가 잘 정비된 시드니 중심부와 달리

시드니 외곽에 위치한 우리 숙소 주변의 도로들은 도로와 도로가 서로 거미줄처럼 뒤엉켜 있었다.

굴다리도 많고 지하로 내려가는듯한 길도 많았다.

구글 맵으로만 버스 정류장까지의 길을 찾으니 고저차가 적용되지 않아, 바로 옆 도로라고 생각했는데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큰 아이가 다행히 기지를 발휘하여 길 가던 할아버지에게 길을 물었다.

그 할아버지는 굉장히 친절하신 분이었는데 본인이 가던 길을 멈추고 직접 우리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셨다.

시드니에서 우리 가족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다.


텀발롱 놀이터와의 첫 만남

그렇게 버스를 타고 우리는 텀발롱 놀이터에 갔다.

사실 이곳이 7살 10살 아이들의 수준에 맞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다.

더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노는 곳인데 심심하다고 할까 봐 걱정되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주변의 파워하우스 뮤지엄이라도 가는 것을 플랜 B로 세워놓았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이들은 엄청 재밌게 놀았다.

텀발롱 놀이터는 우리가 그동안 가보았던 놀이터 중에 가장 규모가 크고

유아부터 중고등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의 아이들이 놀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놀이 시설이 있었다.

우리가 막 놀이터에 도착했을 때에는 주변 학교에서 아이들이 단체로 견학을 왔는지

중학생 정도돼 보이는 건장한 남학생들이 놀이터를 장악하다시피 놀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조금 움츠러드는 듯했는데

그 학생들이 정오쯤 사라지고 나서 텀발롱 놀이터는 다시 가족단위의 평화로운 놀이터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텀발롱 놀이터의 다양한 놀거리

내가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주문한 것은 딱 하나.

원 없이 놀라했다.

정말 원 없이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도 행복했다.

회사 일처리를 마무리하느라, 여행 준비를 점검하느라…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보냈던 지난주가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시드니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나도 아이들도 완전히 적응한 것 같다.


텀발롱 놀이터 주변에 즐비한 음식점 중 우리가 선택한 Betty's Burger

누군가 텀발롱 놀이터에 간다면 먹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놀이터 근처에는 구글 평점이 높고 경치마저 훌륭한 노천 식당들이 많았다.


텀발롱 놀이터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점심을 두둑이 먹은 아이들은 물놀이터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깔깔 웃으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참 신기했다.

엊그제만 해도 추운 한국에서 두꺼운 패딩을 입고 다니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한여름의 물놀이라니.

여러 아이들과 뒤섞여 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누가 저 아이들이 어제 막 시드니에 도착한 아이들인지 알 수 있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시드니에 스며들고 있었다.


게다가 감동스럽게도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었다.

텀발롱 놀이터 근처 한인마트에 들러서 무려 4킬로의 한국쌀과 김치, 다진 마늘, 국간장 등등을 사서 남편과 둘이 나누어 들었음에도 힘겹게 이고 지고 걸어가고 있던 중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큰 아이가 내 보따리를 하나 뺏어서는 본인이 짊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꿋꿋하게 앞장서서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비단 나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강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렇게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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