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와 단둘이 미술관 데이트를 즐기다
시드니에 도착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큰 아이가 3일간 열리는 농구캠프에 참여하는 첫날이다.
다들 내가 3개월이나 호주에 간다니
아이들을 어학원에 보내려는 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내가 호주에 온 목적은 아이들 영어 실력 향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학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스포츠 캠프에는 간헐적으로 보내보고 싶었다.
호주의 아이들은 12월 중순경부터 1월 말 혹은 2월 초까지 방학기간이다.
그 기간에 맞춰 각종 대학 및 사설 단체에서 축구, 수영, 농구, 크리켓, 럭비, 양궁,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을 아우르는 스포츠 캠프가 개설된다.
스포츠 캠프가 첫날인 만큼 나도 아이 못지않게 기대가 되었다.
스포츠 캠프에 참석하는 아이들은 개인 간식과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가야 했다.
이를 위해 틈틈이 한인 마트에서 김밥 재료를 공수해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김밥을 점심 도시락으로 준비했다.
대부분의 재료는 구할 수 있었는데 김밥용 햄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현지 마트에서 핫도그용 소시지를 사다가 반으로 잘라 넣었는데 그럴듯했다.
농구 캠프는 시드니의 북쪽에 위치한 Ryde 지역의 스포츠 센터(Ryde Aquatic Leisure Centre)에서 열렸다.
숙소에서부터 대중교통으로 1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인지라 남편과 큰아이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둘째 아이와 그렇게 단둘이 남겨진 나.
한국에서도 해보지 못한 둘째 아이와의 데이트에 나섰다.
화가가 꿈인 둘째 아이를 위해 서큘러 키 근처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넷이서 걸어가 본 적은 있지만 둘이서 가니 전혀 다른 길이 되었다.
둘째 아이의 킥보드는 보통 늘 아빠가 끌어줬었는데
엄마와 함께여서인지 아이는 혼자 힘으로 앞장서서 킥보드를 탔다.
아이는 중간중간 멈춰서 예쁜 꽃과 신기한 풀을 발견하면 뒤따라 오는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빠와 오빠가 없이도 씩씩하게 우리의 첫 목적지인 시드니 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현대미술관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천천히 둘러보았음에도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관람이 끝났다.
시드니 현대미술관에 온 또 다른 이유는 미술관 옥상에 위치한 카페에서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뷰 맛집이라고 유명한 이곳에는 평일임에도 점심을 해결하러 온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많았다.
우리는 운 좋게도 야외 테라스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는데
우리의 앞 테이블에서는 사이좋은 노부부가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저 나이가 돼서도 튼튼한 두 다리로 남편과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던 중... 마침 할아버지가 나에게 하버브리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부탁하셨다.
내가 너무 정성스럽게 찍어주니 연신 고맙다며
그리고 내가 찍어준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밝은 미소를 보이셨는데
그런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식사를 마친 후 근처에 있는 시드니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오페라 하우스와 관련된 전시가 주를 이뤘다.
이곳에서 아이는 오페라 하우스 그림 그리기 체험을 가장 좋아했다.
아빠와 오빠가 농구 캠프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올 때까지, 둘째 아이와 나는 원 없이 오페라 하우스를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