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모랄 비치에 가다
시드니에서 머무를 날이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일정상 오늘은 시드니에서 마지막으로 비치에 가볼 수 있는 날이었다.
시드니에서는 맨리 비치와 본다이 비치가 유명하지만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기엔 파도가 너무 거세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미리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 적절한 비치를 검색해 두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발모랄 비치였다.
그래서 우리는 유명한 비치는 뒤로하고, 오늘의 행선지로 발모랄 비치를 선택했다.
발모랄 비치에 도착하니 바다 한가운데에 설치된 놀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까지 어떻게 헤엄쳐 가야 하나 싶어 신기했다.
무료가 아닌 유료로 이용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특별히 원하지 않아서 우리는 이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다 위에 세워진 놀이터라니, 참 기발한 아이디어다.
발모랄 비치가 다른 비치와 달랐던 특징 중 하나는, 바다를 따라 길게 놓인 데크길이 있다는 것이다.
데크길 위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다이빙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안전요원도 보이지 않으니 처음에는 '이래도 괜찮을 걸까? 혹시 불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지켜보니, 그들에게는 그저 일상이었다.
모래사장 한켠에 짐을 풀자마자 남편과 큰 아이도 다이빙 행렬을 따라나섰지만
한동안은 남들이 뛰어드는 모습만 구경하며 다이빙하기를 망설였다.
이곳에서 다이빙하는 사람들은 물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높이 튀기는지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
뛰어내릴 수 있는 장소도 여러 곳이 있었는데, 어떤 곳은 조금 낮고 또 어떤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더 높았다.
자신의 수준에 맞춰 다이빙할 자리를 고르면 되었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큰 아이를 독려하기 위해 아빠도 엄마도 시범 삼아 다이빙에 나섰다.
수영에는 자신 있었지만 수심이 얼마나 되는지, 물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어 나도 조금 겁이 났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다이빙 행렬에 동참했다.
막상 뛰어들 때는 망설여지지만, 물속에 풍덩 하고 들어가니 짜릿한 쾌감이 든다.
엄마 아빠의 시범 덕분에 결국에는 용기를 낸 큰 아이도 입수에 성공했다.
호주 사람들을 따라 다이빙을 즐기다 출출해진 우리는 비치를 둘러싼 데크길 한편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어김없이 이곳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키즈메뉴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큰 아이는 키즈 치즈버거를, 둘째 아이는 키즈 피시 앤 칩스를 주문했다.
키즈 메뉴 치고는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아 아이들이 모두 만족스러워하며 잘 먹었다.
발모랄 비치는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비치였다.
파도도 잔잔했고, 해변을 따라 우거진 나무 덕분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그늘도 많았다.
모래는 곱고 부드러워 맨발로 걸어도 될 정도였다.
데크길을 따라는 안전망이 쳐져 있었고, 바로 옆에는 화장실과 무료로 운영되는 실내 간이샤워장, 널따란 놀이터, 물놀이하다 중간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음식점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시드니에서의 해변을 계획한다면, 발모랄 비치를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