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24일 차

시드니 대학교 스포츠 캠프에 가다

by 홍유경

아이들은 오늘부터 3일간 시드니 대학교에서 열리는 멀티스포츠 캠프에 참가한다.


시드니 대학은 현지 아이들의 방학 기간에 맞춰 다양한 스포츠 캠프를 운영한다.

축구, 펜싱, 크리켓, 테니스 등등 단일 종목만 집중적으로 배우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우리 가족이 시드니에 머무는 일정상 선택할 수 있었던 건 멀티스포츠 프로그램이었다.


멀티스포츠가 도대체 뭐지? 처음엔 고개가 갸웃했다.

한 종목만 깊이 배우기도 쉽지 않을 텐데, 괜히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봐야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니 단일 종목에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깊은 관심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오히려 다양한 스포츠를 두루 체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종목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멀티스포츠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이곳에서 둘째 아이는 처음으로 테니스를 접하게 되었고,

큰 아이는 평소 한국 학교에서 즐기던 피구와 호주 아이들이 즐기는 피구의 규칙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주 아이들 방학 기간이 가까이 다가오면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떤 스포츠 캠프가 운영되는지 홈페이지에 미리 안내가 잘 되어 있었다.

그 스케줄을 참고로 해서 하루 단위로 신청할 수도, 여러 날을 연속으로 선택해 신청할 수도 있었다.

특히 멀티스포츠 프로그램의 경우 3일을 연속으로 등록하면 하루씩 세 번 등록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했다.


한국에서 미리 신청을 할 때, 둘째 아이를 이 캠프에 보낼지 말지 꽤 고민스러웠다.

만약 영어가 서툰 둘째 아이를 혼자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큰 아이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큰 아이에게 둘째 아이를 책임지게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둘째 아이에게 다급한 몇 가지 상황을 예시로 만들어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았다.

"선생님, 저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는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

"엄마가 보고 싶어요"나 "엄마에게 전화해 주세요"는?

의외로 둘째 아이는 내가 던진 질문에 척척 영어로 잘 대답해 주었다.

이 정도면 캠프에서 꼭 필요한 말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둘째 아이도 엄마표 테스트를 통과 한 후, 큰 아이와 함께 캠프 신청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캠프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되는데,

3시 이후에도 돌봄이 필요한 경우 추가 요금을 내면 애프터케어를 신청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3시 이후까지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기본 일정인 오후 3시까지만 캠프를 신청하였다.


스포츠 캠프 필수 준비물 중 하나인 점심 도시락

두 아이들이 먹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여 오늘의 목적지인 시드니 대학으로 출발했다.

한국인은 역시 김밥이다.


스포츠 캠프 장소로 이동하는 아이들

여행 내내 거의 쓰지 않던 아이들 배낭이 오늘은 톡톡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물, 도시락, 모자, 선크림 등 각자의 준비물을 가방에 챙긴 채

킥보드를 끌고 이동하는 아이들을 보니

오늘은 정말 무언가를 배우러 떠나는 듯한 기특하고 대견한 모습이다.


멀티스포츠 캠프 장소 SUSAC

숙소 근처 윈야드 정거장에서부터 트램을 타고 시드니 대학으로 향했다.

트램에서 내려서부터는 아기자기한 주택이 늘어선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학생 기숙사처럼 보이는 집들도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오늘 아이들이 참가할 캠프 장소 Sydney Uni Sports & Aquatic Centre(SUSAC)에 도착했다.

역시 이 길도 킥보드 덕분에 힘들다는 투정 한번 없이 신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유리창 너머의 농구장에서 캠프 수업이 열리는 듯했다.

일전에 큰 아이가 혼자 참여했던 농구 캠프에는 우리 아이를 제외하고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등록을 하려고 보니 우리를 제외하고도 예닐곱 명의 한국인 아이들이 있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유리창 너머로 아이들을 지켜보며 부모들이 앉아 기다릴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특히 나이가 어린아이들의 부모들은 캠프 내내 그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스포츠 캠프의 시작

캠프 시작 시간인 9시 전에도 아이들은 삼삼오오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선생님과 함께 하거나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9시가 되자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선생님이 무언가 규칙을 설명하는 듯하더니 우리나라 술래잡기 같은 가벼운 몸풀기 게임이 곧 시작되었다.

오빠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있는 둘째 아이를 보다가,

계속 그곳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우리를 의식할 것 같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시드니에 와서 처음으로 단둘이 시간을 보내게 된 우리 부부.

아이들이 없는 동안 무엇을 할까, 한참을 스포츠 센터 건물 앞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커피를 좋아하는 우리는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시드니의 3대 카페 중 한 곳을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시드니 3대 카페 중 하나라는 campos

마침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한 campos 커피 매장이 시드니 대학교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명성에 비해 가게 규모는 굉장히 작은 편이어서 앉을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곳은 커피 맛으로도 유명하지만

아포가토도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라고 하여 두 잔의 아포가토를 주문했다.


잠깐의 여유도 잠시.

스포츠 캠프가 처음인 둘째 아이가 마음에 걸려

마치는 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씩씩하게 캠프에 잘 참여한 아이들.

기특한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Dymocks 서점에 또 들러

각자 좋아하는 책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Dymocks 서점이 있어 감사한 하루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보다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던 둘째 아이.

그런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테니스를 접하더니

한국에 돌아가서도 계속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 했다.

이것만으로 이번 캠프의 의미는 이미 충분히 채워졌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21화시드니 23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