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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May 05. 2022

유기농산물의 '달음질'


유기농산물 확대에 전 세계가 '달음질'하고 있다. 21세기 첨단기술을 장착한 농업이 아닌, 과거의 투박함과 흙 내음이 물신한 유기농업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달음질'이란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과거를 돌이켜 보자면, NGO 같은 데서 유기농업 확산에 핏대를 올렸던 적이 있었다. 지구 환경이 어떻고, 건강이 어떻고. 그 분위기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유기농업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NGO 말에 귀를 기울인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 대부분 나라는 콧방귀를 꼈다.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했는데, 똥퍼 나르는 유기농업이라니...'

 

그러나 이번은 너무나도 다르다. 나라마다 높은 목표점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 그 모습이 사뭇 '달음질'을 떠올릴 정도다. 그것도 NGO가 아닌 정부에서. 


EU 27개 회원국이 대표적인 바, 2030년까지 전체 농산물 재배면적의 25%를 유기농업으로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니까 나라에서 발 벗고 전 국토 농지의 4분지 1에서 유기농산물 생산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농사짓는 최첨단 농업이 떠오르는 이 마당에, 국가에서 앞장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EU 각 나라의 움직임을 보자면,  직불금의 25%를 과감하게 유기농업에 돌렸다. 이에 더하여 농촌개발기금의 35%를 기후환경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8년 뒤. 유럽 어디서나 유기농산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 원료가 늘어나면 가공제품과 음식도 늘어난 법. 유럽 어디를 가나 손쉽게 '유기농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건강을 생각하는 유럽인이라면 큰 부담 없이 유기농산물을 사고, 유기농 요리를 시식할 때가 머지 않아 도래한다. 


이웃 나라 일본도 유기농업을 대하는 자세가 사뭇 진중하다. EU 보다 농지가 좁고, 농업인 고령화가 심하여 유기농업 확대에 크게 불리한 상황임에도 '달음질'을 위한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오죽하면 2018년 농림수산성 장관이 진두지휘하는 대책반을 만들어 '녹색 식량시스템 전략'을 세웠겠는가. 이 전략을 실행시키기 위해 2021년부터는 새로운 예산을 만들었다.  상황이 EU 보다 열악한 지라, 목표 달성 시기를 2050년으로 정했다. 더하여 유기 농업 확대를 위한 농지조성, 새로운 기술과 기계 개발, 연구 등 종합 패키지 사업을 치밀하게 구성했다. 앞으로 대략 30년 후면 일본에 관광가서 유기농 건강식을 즐기는 코스가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중국이라고 다를까. 2019년 새로운 유기농산물 인증 기준을 만들었다. 과거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중국도 유기농산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왜? 유기농업 확대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는 것일까. 유기농업이라. 말이 쉽지 농사를 한 번이라도 지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없이 농사를 짓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자칫 잘못하면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비용만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기농업에 매달리데는 이유가 있어서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급격한 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멀지 않았다는 경고등에 불이 번쩍이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 예상보다 기온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밝혀져 경고등의 번쩍임이 더 긴급해졌다. 그런데 청청하고 자연을 보호하여 공익적 기능에 충실할 것 같은 농업도 지구 온난화에 손을 보태고 있는게 현실이다. 농업과 임업 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20%를 차지한다는 국제기구의 보고가 있다. 그러니 이를 줄이기 위한 처방전을 마련해야 했고, 그 처방전의 중요 부분이 화학농약과 비료를 줄이는 것이다.


EU는 이 처방전을 토대로 유기농업 면적을 25% 까지 늘리고, 화학 농약사용량은 50% 줄이며, 화학비료 사용량 역시 30% 떨어뜨리는 조치를 담은 농업전략을 발표했다.  이름 하여 Farm to Fork 전략이다. 그런데 여기에 EU 암 예방 전문가들이 숟가락을 얹었다. 21세기 들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암 환자 수를 줄이는 방법을 찾다, 환경을 보호하는 안전한 먹거리에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2021년부터 시행된 EU의 암 예방정책에 Farm to Fork 전략이 포함됐다. 


정리해 보자면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농업분야의 대표 주자로 유기농업이 떠오른 셈이다. 


우리나라는 한발 늦은 2021년 12월, 2050년까지 친환경농업을 30%로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친환경농업은 유기농과 무농약을 포괄하고 있어, EU와 일본에서 목표로 삼은 유기농 확대보다 넓은 개념이다 (2020년 기준 전체 농경지 대비 유기농 면적 2.4%, 무농약 면적 2.5% 수준). 정책 마련에 일본보다 대략 3년 정도 늦은 상황인지라, '달음질'의 정도가 좀 더 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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