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사이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세번 접했다. 가장 최근은 어제. 조카가 암이 재발했단다. 워낙 자기 관리가 철저해 암이 재발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조카의 암 재발 소식은 암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던 외삼촌이 돌아가실 때 만큼이나 적지 않은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다.
조카는 외삼촌과 닮은 모양새 였다. 화학적 암 치료를 거부하고 민간요법을 통해 암을 극복한, 그러니까 꽤나 효과성 높은 암 퇴치 비법을 알아내어 몸소 적용했다. 둘 사이에 다른 부분이 있다면 외삼촌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조카는 단 두 가지 방법에 집중하여 암을 이겨냈다.
조카의 비법 중 그 첫 번째는 민들레 뿌리, 두 번째가 살구 씨앗(행인)이다. 조카의 권유로 나도 이 두 가지 천연 항암제를 시도해 보았다. 민들레 뿌리는 달여서 '차'처럼 먹었는데, 약간은 역겨운 맛이 감돌았다. 살구 씨앗(행인)은 독성이 있어 하루 2알 이상 먹는 건 조심해야 하고, 빈속에 먹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암을 제거한 후, 화학적 항암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까지 이 방법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 요법은 적절치 않은 듯 싶었다. 수술로 떼어내지 못한 암세포가 자라났기 때문이었다.
더하여 본격적인 항암이 시작되자 이 둘을 섭취하는 건 무리였다. 간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이때 외삼촌의 조언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외삼촌은 이 두 가지 천연 항암제를 사용한 경험이 없으셨지만 다양한 민간 암치료 요법에 통달하셨다. 병원에서도 포기한 상황에서 자신만의 요법으로 생존하셨기에 그 비법은 큰 설득력이 있었다.
뚝 떨어진 체력을 높이기 위하여 '공진단'을 추천해 주셨다. 한의원에서 비법으로 만들었다는 암을 이겨내는 환과, 마술과도 같이 암을 없앤 '콩'을 이용한 비법, 특히나 기생충약에 몰입을 하셨는데 아낌없이 그 노하우를 전수해 주셨다. 이 중 '콩' 요법은 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권유하셨지만, '콩을 이용해서 항암을 한다?'한 말은 끝내 이해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볼 때도, 외삼촌의 처방에 좀 더 의존한 경향이 있다. 조카는 암 초기였고 외삼촌은 암 말기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 비싸다는 공진단을 많이도 먹었다. 외삼촌이 값싸게 공진단을 구입하는 방법을 알려 주셨지만, 워낙 원재료가 비싼 약재라 적지 않은 돈이 나갔다. 나는 여기에 고주파 온열치료를 더했었다. 이는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신뢰할 수 있는 비법이라 할 수 있겠다.
고주파 온열치료는 조카와 외삼촌이 권했던 일종의 약물요법과는 거리가 있다. 열을 이용한 물리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고주파 온열치료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항암치료를 한 번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이란 간절한 소망이었다. 여기에 힘을 실어 준 분은 요양을 하러 간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었다. 화학적 암 치료와 병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고주파 온열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고주파 온열치료만으로 암을 치료하긴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애매모호한, 하지만 솔직함이 묻어 있는 권유. 여기에 설득당했다.
고주파 온열치료의 원리를 요약하면, 암세포는 힘을 잃거나 사멸하지만 정상인 세포는 견뎌내는 특정 온도가 있다고 한다. 고주파 온열치료기는 이 특정 온도를 암이 걸린 부위에 집중시키는 기계다. 고주파 온열치료기는 1억짜리부터 10억이 넘는 기계까지 다양한데, 가격의 차이는 출력의 차이라고 들었다. 그러니까 출력이 높은 기계를 사용하면 온몸을 관통하여 고주파가 열을 올려주고, 출력이 낮은 기계는 몸 속 깊이 고주파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요양을 하러 간 병원은 10억이 넘는 기계를 사용하여 고출력의 고주파를 몸에 관통시켰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 다행이도 지금은 많이 견딜만 해졌다.
일주에 2번. 두 달 넘게 고주파 온열치료를 했고 그 덕인지 항암치료를 최소한으로 하게 되었다. 간간이 외삼촌과 조카의 비법도 조심스럽게 적용하기도 했고.
효과를 본 후, 고주파 온열치료를 외삼촌에게 권했다. 하지만 외삼촌은 회의적이셨다. '그거 나도 20번 넘게 받아 보았는데, 별 효과가 없어. 사우나한 느낌 정도랄까. 그리고 그 뜨거운 열 때문에 속이 익으면 큰일 나지 않겠어?' 조카 역시 회의적이었다. 한 번에 30만 원 정도 돈이 든다는 말에 부담이 되었던 것이었다.
항암치료가 끝난 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고주파 온열치료를 한 달에 한 번은 받는다. 한 달에 한 번은 기생충약도 먹는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민들레 뿌리를 달여 먹거나, 간혹 볶은 살구 씨앗도 먹는다. 이외도 외삼촌이 알려주신, 남겨주신 암에 좋다는 것들을 먹는다. 적지 않은 돈이 꾸준히 들어가지만 암 재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끊기는 어렵다.
내가 적용하는 이와 같은 비법이 모든 이에게 적용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항암제가 듣는 사람과 안 듣는 사람이 있듯, 비법도 통하는 사람과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비법은 여러면에서 계속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항암이 끝난 후 일년 반 정도 지나자 차차 마음이 헤이해졌다. 그러다 몇 달 못 생존할 거라는 의사의 판단을 훌쩍 넘어 5년 넘게 생존하셨던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정신이 번쩍들었다. 다시금 비법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생활이 시작 되었다. 그리고 어제 조카의 암 재발 소식에 긴장이 더해졌다.
암에는 완치가 없는 듯 싶다.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는 일반인보다 암 재발 뿐 아니라, 다른 암에 걸릴 확률이 월등이 높다고 한다. 암이 완치되기 위해서는 5년이 아니라 30년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들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변에서 암 재발 소식이 들려온다.
재발 없이 살아나가려면, 어떤 비법을 더 해야 될까. 좀 더 운동을 하고, 체중관리를 해야 하는 건 기본일 것이고. 아무래도 농약이나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에 암환자가 저항력이 약할 테니, 음식도 가려서 먹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쉽지만은 않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부지기수인 게 현실이다.
게다가 가끔은 술도 마시고 싶고. 가끔은 담배도 피우고 싶고. 불량한 음식에도 손이 가고....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는 것도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암이 재발한 분들 중, 상당수가 술을 다시 시작하거나 담배를 끊지 못했다. 살이 푹푹찌는 불량 음식에 저항하지 못하여 비만의 길로 접어든 암환자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암은 어찌 어찌 피하더라도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