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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Dec 21. 2021

나를 위한 암 예방 - 커피

술도 담배도 끊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든 정이 워낙 깊은지라 문득문득 그립다. 이성은 그러면 안된다 하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 퍼져오는 건 참기 어려운 고역이다. '금단 증상'이라고 이름 붙일만하다.  


술과 담배, 알코올과 니코틴을 대체할 만한 걸 찾으려 했다. 무엇인가 대신 집착하면 술과 담배를 외면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그래서 눈이 간게 커피였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기 전 커피와 암의 관계를 알아야 했다. 커피가 암에 나쁜 음식이면 포기해야 되는 것이었다.


여러 자료를 종합한 바 커피는 항산화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암에 긍정적인. 그러니까 암을 억제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커피를 볶을 때 발암물질이 생긴다.  두 얼굴을 가진 식품인 셈이다. 그래서 나쁜 쪽 얼굴은 보지 않고 좋은 쪽 얼굴만 보면서 카페인을 섭취할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 결론은 '적게 볶은 미디움 커피'였다. 미디움 중에서도 덜 볶은 라이트 미디움이다.


처음 라이트 미디움 커피를 마셨을 땐,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걸 과연 커피라 할 수 있나? 커피 특유의 탄맛이 아닌, 약간 신맛에 생소한 향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까맣게 볶은, 그러니까 발암물질이 많다는 다크 커피를 마실 수는 없었다. 그렇게 라이트 미디움 커피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하루 한잔.


요즘은 너무 볶은 커피가 입에 당겨지지 않는다. 혹여 마시게 되면 피곤과 스트레스를 멀리하기 위해 마시는 것일 뿐, 좋다는 느낌은 없다. 라이트 미디움 커피가 선사하는 커피 고유의 향과 신맛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대략 두 달 전쯤 부터, 점심시간에 다크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니 아침 한잔의 커피로는 부족했던 탓이었다. 그렇게 지내도 괜찮은 듯싶었다. 하지만 일주일 전부터 소화기간에 이상이 생긴듯 했다. 어추 짐작하기엔 위였다.  순간 불안감이 몰려들었다. 동시에 작년 위 내시경 결과를 들었을 때 의사 선생님의 말이 울렸다. '잘못 관리하면 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일 년에 한 번은 꼭 위내시경을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위에 안 좋은 습관과 음식을 하나하나 집어 보았다.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밥을 빨리 먹는 습관은 좀 더 신경써 고쳐야 할 일이다. 그다음이 음식인데, 인터넷 검색에서 걸린 건 토마토와 커피. 토마토야 그리 많이 먹지 않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고, 커피는.  요즘은 꼬박꼬박 하루 두 잔, 그것도 한잔은 까만 다크 커피.


부랴부랴, 해외의 권위 있는 사이트를 뒤져 보기로 했다. 이는 한글로 된 내용, 그러니까 토마토와 커피가 위암에 좋지 않다는 정보가 믿음 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이트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저마다 말이 다른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간혹 보면 WHO나 WCRF와 같은 권위 있는 국제 암 기구에서 인정하지 않거나, 오래전에 바뀐 내용을 진짜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구글 검색창을 열고 Coffee, Stomach Cancer을 입력했다. 가능한 2015년 이후 나온 자료만 추렸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 참인 것이 현재엔 거짓으로 또는 이와는 반대로 된 내용이 드문드문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2021년 4월 4일. 미국 암연구협회(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에 업데이트된 내용과 2019년 네이쳐지에 발표된 내용(Coffee consumption by type and risk of digestive Cancer), 그 외 몇 편의 논문을 찾았다.  


가장 걱정을 한 위암에 있어선 안심 만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커피가 위암 위험도를 높인다거나, 줄인다는 증거는 없다는 게 현재까지 결론이다. 다만 과도한 양의 커피(하루 6잔 이상)는 위에 좋지 않다고 한다.  이쯤이면 목적은 이루었으나 이왕 찾는 김에 암과 커피의 관계를 좀 더 살펴보았다.  


미국 암 연구협회에 따르면 커피에 함유된 페놀산 같은 항산화물질이 자궁내막염, 간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는 일반 커피나 디카페인 커피나 효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리고 한때 논란이 되었던 커피를 볶을 때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 화학물)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결론이다.


자료를 좀 더 보던 중, 우리나라 연구 자료를 찾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커피는 위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커피는 위를 장상피화생( 위 점막의 분비선이 없어지고, 위 점막에 작은 돌기 같은 것이 무수히 생기며, 붉은 점막이 회백색으로 바뀌는 현상) 상태로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 결과다. 위가 장상피화생이 되면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이 자료만 본다면 커피는 위암에 악영향을 미치는 식품인 셈이다.


낙담이랄까. 짜증이랄까. 불순하고 불쾌한 감정이 몰려들었다. 위암에 관련돼서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암 연구기관이 나쁘다고 인정한 식품은 소금이 담뿍 든 음식, 그러니까 염장식(소금에 절인 생선, 채소, 고기 같은 것들) 종류와 탄 음식이다. 어디서고 커피가 위암에 관련된 식품이라 하지는 않는다. 카페인이 위암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추정도 있었지만, 최근 연구자료에선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위암으로 가는 과정이랄 수도 있는 위를 '장상피화생'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식품이 커피라니.


곤란한 상황이다. 어떻게 해석해야 되나. 우리나라 연구 자료만 보면 커피도 끊어야 할 대상이고. 국제기구 등 자료를 종합해 보면, 커피를 끊는 건 너무 오버고.


적당한 타협이랄까. 과거에 내렸던 결론을 다시 내렸다.


'하루 한잔 이하로 커피 마시는 것을 줄이고, 라이트 미디움 커피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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