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소말리아 난민
우리는 에티오피아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6.25 때 군대를 보내준 고마운 나라. 그런데 진정으로 제대로 알고 있을까? `우리를 도와준 나라면 되었지, 무엇에 더 의문을 표하냐?` 하는 반박의 마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해외원조 일을 하다 보면 거짓에 현혹되어, 누군가의 의도에 끌려갔던 나의 모습을 직시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필자가 한때 현혹되었던 거짓은 이랬다.
6.25 때 우리를 도와주었던 에티오피아 군대는, 귀국하자마자 봉변을 당하게 된다. 에티오피아 솔로몬 왕조가 무너져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가서 목숨 걸고 싸우고 돌아오니, 자기를 돌봐줄 왕조가 망해, 오히려 국왕 친위 세력으로 내몰려 재산과 명예를 모두 빼앗기는 비참함이라니. 필자는 이 스토리에 분개했고, 에티오피아 군인을 돕자는 데 동조했다.
그런데, 해외원조 일을 하다 보니, 고개를 꺄웃거리게 하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에티오피아 솔로몬 왕조가 연이은 실정과 부정부패, 그리고 식량난으로 무너졌을 때는 1974년이다. 625가 끝난 후 20년이 지난 시점이다. 과거 내가 들었던 스토리가 진실이라면 625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군인들은 귀국 길에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미래에 도착한 셈이다. 혹시나 난독증이 있어, 글을 잘 못 읽은 것일까.
1974년 에티오피아는 쿠테다로 왕조가 전복되고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과정에서 국왕에 충성하던 세력은 상당수 숙청되었으며, 국왕도 살해당했다는 설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를 도왔던 군인들 중에는 왕조에 충성하던 이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기에 이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았을 듯 싶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 에티오피아는 계속 가난하고 배고파야 했다. 현재도 에티오피아는 내전 중이며, 연이은 가뭄으로 인하여 식량이 부족한 상태이다. 부정부패도 심각하여, 현장의 투명성을 상당히 강조하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원조를 해야 하는 주의해야 할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에티오피아가 우리에게 해적의 나라로 알려진 소말리아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원래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무력 충돌을 반복했던 나라이다. 그럼에도 소말리아 난민을 받아들인다. 왜일까? 아마도 부족과 종교, 그리고 정치적 셈법이 작동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9세기 이전 소말리아는 무역이 번성하였고, 학문이 발달하였던 살만한 나라였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이탈리아의 식민 시기 홍역을 앓는다. 독립 후 1960년대 강력한 독재를 펼치는 사회주의 국가가 들어서면서, 특정 부족을 중심으로 통합 정책을 펼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부족의 갈등은 쌓여가고, 결국 내전으로 발전하였고, 여기에 이슬람 과격주의 단체도 가세를 했다.
아프리카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부족과 종교에서 동력을 얻는 갈등의 폭풍에 휩싸여 버린 소말리아는 과거 에티오피아 제국과 맞서던 영광은 뒤로 하고, 해적이 종횡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내전과 무법의 나라에서 일반 시민의 삶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소말리아가 정상이 되려면 어찌해야 될까. 지난 독재정권시대에 쌓인 갈등의 골을 주요 부족 간에 풀어야 한다. 이 틈을 노려 진출한 이슬람 과격세력인 알사바브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그렇기에 2011년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던 소말리아 해적은 아직도 기승을 부리며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들에게 쫓겨온 소말리아 난민에겐 대한민국 쌀이 귀중한 삶의 양식이 되고 있다.
https://youtu.be/tE1xyne9E_c?si=DQgJmGKcOCw6y54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