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외 원조를 비난하는 글을 읽었다. `돈 받아 원조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직원 복지에나 쓴다`는 내용이다. 모두 부정하긴 어렵다. 해외 원조를 하는 기관 혹은 단체 중에선 직원 복지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곳도 있다.
얼마 전 네팔에서 일하는 동료와 화상 미팅을 했다. 우리나라 출신 의사로, 가난한 나라에서 영양결핍을 겪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돕고 싶어 하는 분이다. 네팔 국민의 영양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우리 기술을 논의하고자 연락을 해왔다. 처음 뵙지만, 신념과 열의로 가득하신 분이란 걸 알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분도 직원 복지에 더 신경을 쓰는 기관에서 근무를 하신 경험이 있었다. 필자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가정을 해보았다. `보고서를 잘 쓰는 국제기구, 현장 일을 잘하는 국제기구`.
어쩌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가정 해보았다.
해외원조는 특성상,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그랬다면, 21세기에는 배고픔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크게 줄었을 터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독보적인, 아주 드문나라다. 오히려 북한같이 계속해서 배고프고 가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해진 가장 근원적 책임은 본인이고, 가난을 이겨내는 힘도 본인에게서 나온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이겨낼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외부의 도움은 백약이 무효다. 자신의 가난을 남탓으로 돌리는 건, 모든 가난한 나라들에게 원칙과도 작동하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도움을 준다 해도 가난을 이겨내고 배고픔을 극복할 수 없다. `언발에 오줌 누는 것`과 진배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해외원조 기관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진화하게 된게 아닌가 싶다. 온 가지 미사여구와 희망스토리를 동원하여 보고서를 멋지게 쓰는 기관이 첫번째이다. 이 기관들의 보고서나 홍보물을 처음 접하게 되면, 마음이 훅하고 기운다. `정말 큰 일을 하는 기관이구나`
반면에 비록 계속 가난하고 배고픈 나라지만, 당장 굶어 죽겠는 사람을 눈뜨고 볼 수 없어, 열의를 다해 도움을 주는 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의 보고서나 홍보를 보면 거칠다. 다른 원조기관과 비교해서 `좀 어설프다`란 생각부터 든다.
이 두 부류를 구분하는 건 의외로 쉽다. 첫 번째로 이에 대한 명확한 가늠자가 있다. 그 다음은 트럼프 행정부가 욕 덜먹으면서 해외원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에 그 구분이 잘 드러나 있다.
해외원조 현장은 매우 위험하다. 가자지구, 수단, 하이티, 예멘, 아프가니스탄. 한번 생각해 보자. 이런 곳에서 원조 일을 하는 사람은 특별하게 보호를 받을까? 자신들을 돕기 위해 온사람이니, 특별대우를 해줄 듯 생각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찌보면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나라에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어려움이 발생한다.
위험하고 가난한 나라의 현장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기관은 끊임없이 희생자가 생긴다. 정규직원도 그렇지만, 현장에서 고용한 계약직 직원이 사망하는 숫자도 무시 못한다. 저격이나 습격, 폭격에 의한 사망자다. 납치나 구금은 덤이다. 근무 중 병으로 사망하는 건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United Nations says staff member died in detention in Yemen | Reuters
WFP statement on the death of a staff member in Yemen | World Food Programme
Five humanitarians killed in ‘horrendous’ attack on aid convoy in Sudan | UN News
그렇기에 필자가 일하는 국제기구는 직원의 정신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 매년 사망자가 생기고, 이 분들과 가깝게 일하거나 일했던 직원은 정신적 충격을 적지 않이 받는다. 가난한 나라의 난민촌 같이 법과 상식이 잘 통용되지 않는 곳에서 근무를 하는 직원들 역시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 질병이 만연하고, 위생상태가 열악한 나라에서 일다가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일을 중시하는 기관의 직원 평균수명은, 퇴직하고도 그리 길지 않다.
우리가 파트너로 삼아야 할 국제 해외원조 기구는 어떤 기구여야 할까? 이는 국가 전략에 따라 달라질거라고 본다. 혹여라도 보고서나 쓰면서 직원복지에 몰입하는 기관을 더 쉽게 알아내어 정책에 반영하고 싶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한 기관을 살펴보면 된다. 아무리 트럼프라도 현장에서 핵심적인 일을 수행하는 기관의 예산을 모두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여기도 헛점은 있다. 해외원조를 지원하는 은행들은 트럼프의 화살을 일단 피했다. 이에는 복잡한 시스템적, 정치적 복잡함이 있다. 그럼에도 큰 범위에서 구분하기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민간싱크탱크인 aei의 UN 기구 평가도 참고할만 하다. 설마 지원중단을 권고한 Tier 3에 속한 국제기구를 중점협력 국제기구로 지정하지는 않을거라고 본다.
https://www.aei.org/un-review/
국민의 세금으로 본연의 임무는 충실하게 하지 않는, 먹고 살만한 내,외국인의 복지에 도움을 주는건 누구라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지원 예산 대부분을, 혹은 전액을 삭감했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