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를 위한 정책을 세우면 안 되지요.

by 이타카

해외 원조 일을 하다 보면, 부자와 가난의 기준을 나라로 세우는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게 생기는 듯하다. 얼마 전, 정부 정책에 대한 댓글을 읽다 보니, `부자를 위한 정책을 세우면 안 된다.`라는 글이 보였다. 바로 직업병이 발동하여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지나친 빈부격차는 국가의 안정성을 헤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부자를 위한 정책이 아닌,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고 중산층이 탄탄하고 두터워야 미래가 있다고 본다.


둘째는 가난한 나라에 태어난 이유 만으로 평생을 삼시세끼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 대한민국의 가난과는 질적으로 틀리다. 굶어 죽지 않는 게 다행인 사람들이다. `부자를 위한 정책을 세우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라면 하루하루 굶주림을 버텨 나가는 이들을 위해 우리 밥을 덜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이 많아질수록, 해외원조에 대한 지지층도 넓어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해서, 그런 주장을 펼치는 분들은 아닐 터이다.


해외원조를 늘린다 해도, 마음에 걸리는 난제가 있다. `기상이변`으로부터 기인한 굶주림의 심화다. 우리나라가 매년 반복해서 겪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여름 집중호우에 태풍이 같이 몰아치고, 봄철 가뭄이 기승이 부릴 때면, 재해지역을 선포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구에 집중한다. 태풍과 가뭄을 대비한다고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방비해도 그렇다.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이 `기상이변` 상황에서 어떨까? 제방과 댐이 턱 없이 부족한 나라다. 태풍이 오면 건물은 쓰러지고 마을은 물에 잠겨야 한다, 가뭄이 몰아치면 온 사방이 메말라야 하는 운명이다. 가끔 그런 게 아니라 매년 반복된다. 근원적으로 이를 방비하려면 우리나라만큼은 제방을 쌓고, 배수로를 내고, 댐을 건설해야 하는데, 돈이 만만치 않다.


pexels-jplenio-1119974.jpg


마다가스카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한숨이 같이 나오는 나라다. 그 천연의 관광자원과 해상무역이 발달하기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가난을 탈출하지 못했다. 독립 후, 모두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공산주의를 택했다. 독재로 이어진 공산주의. 온 나라의 산업이 붕괴되고, 농업과 관광만 남았다. 국민의 80%가 농민인 나라. 부패는 덤이다.


pexels-lara-jameson-8828447.jpg


주기적인 허리케인과 집중호우, 가뭄은 이들의 식량 생산량을 줄이고, 급기야 기상이변으로 인하여 상당수의 국민이 `기아` 상황에 놓인 나라로 지목되었다. 이 나라가 기상이변에서 벗어나려면 가뭄지역에는 큰 저수지와 댐, 숲조성을 병행해야 한다. 허리케인지역에는 큰비와 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방풍림, 방파제, 거대한 배수로가 필요할 것이다. 대한민국보다 약 6배 큰 마다가스카르에 이런 대규모 사업을 한다고 상상하다보면, 계산이 어렵다.


WF180525 IDN_20050110_WFP-Rein_Skullerud_0336.JPG


우리나라는 매년 쌀을 지원하여 도움을 주고 있다. 기상이변이 지속되는 한, 매년 반복된 도움이 필요할 터이지만, 그들 나라에 댐을 지어주고, 거대한 배수로를 지원해 주기에는 너무나 큰돈이 들어갈 것이다. 우리의 도움이 부족하다 생각하면 끝이 없겠으나, 그래도 이 쌀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


WF1836917 MAD10595.JPG


해외원조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모두 잘 사는 나라는 없다.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가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본다. 선진국이 빈부격차가 심하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는 상상조차 못 할 만큼 빈부격차가 크다. 극소수의 아주 부자와 국민 대다수의 아주 가난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산층은 극도로 얇다. 아주 가난한 사람 중, 끼니 걱정을 덜한 사람을 중산층이 칭한다면 모를까.



https://youtu.be/hTX7GP6qe8U?si=fDDBPBnzu8I7M6KL


마다가스카르는...관광으로 정말 가보고 싶은 나라다. 하지만, 일로는 참으로 부담스럽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국이 나눈 UN 국제기구 서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