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간혹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으로부터 인터뷰, 조언을 요청받는 경우가 있다. 우리 젊은이들의 국제기구 진출, 해외원조에 대한 관심은 선진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바, 환영했고, 성심을 다해 답변하고자 했다.
요청은 정중하고, 간절했다. 최선을 다한 답변 후, 아무런 답이 없었다. 알맹이만 쏙 빼먹고 끝나는 느낌. 10명 중 한 명이라도 감사의 표시를 했는지 모르겠다. 감사의 표시도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그런 감사의 표시에도 감사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혹시나 하는 마음은 사라졌다. 해외원조, 국제기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마음자세가 이러면 될까? 일하면서 익숙하게 벌어지는 느낌. 못살고 부패한 나라 관료들이나 하는 행동. 너무 닮았다. 감사함을 모르는, 너의 수고는 당연하다는 그런 마음자세.
그렇기에 인터뷰, 조언은 안 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겠지만, 지쳤다.
지금까지 쓴 필자의 글에 답이 있다. 정말 해외원조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고, 국제기구에 대한 사항을 알고 싶으면, 필자의 글을 읽기 바란다. 책 한 권 분량은 될 정도로 방대한 경험과 자료, 그리고 생각이 담겨 있다.
해외원조를 마냥 찬양하는 이론으로 가득 찬 글과는 다르다.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필자의 글과, 이상이 가득한 글과 비교해 가면서 읽어보면 해외원조 현장이 어떨지. 국제기구가 어떨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이 쓰는 리포트는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학생들이 요청하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고,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갑갑하다. 만약 우리나라 해외원조 전문가나 교수가 책이나 읽고, 학회나 참석하고, 평가나 하지 말고. 국제기구에 컨설턴트 생활이라도 몇 년 해보았거나, 현장에서 프로젝트 관리자급으로 일해보았다면, 학생들에게 그런 숙제는 내주지 않을 거라고 본다.
국제기구 경험도 없고, 현장에서 책임자 급으로 일해본 경험도 없는 사람이, 남들 이야기나 학회에서 수사가 가득한 주장을 듣고, 좋은 말이 가득한 모험 소설 같은 책을 보고서 학생을 가르키려하니 이런 숙제가 나오는 게 아닐까? 자신이 붕어빵 틀이 되어, 붕어빵 같이 똑 닮은 제자를 양산하는 건 아닐까?
필자가 대학원생일 때, 해외 원조로 잔뼈가 굵은 교수님이 내준 숙제는 이랬다. `인도를 사전에 공부하고, 인도에 방문해서 현장을 견학한 다음에, 인도 해외 원조와 발전을 위한 방안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하세요`. 내 돈 1000달러를 냈고, 학교에서는 1000달러를 보조했다. 그렇게 사전에 인도를 공부했고, 인도를 방문했고, 리포트를 제출했다.
다른 교수님은 자신의 경험을 수업 시간에 풀어냈다. 그분의 숙제는 인간에 대한 이해였다. 우리나라 식으로 숙제를 해갔더니 C를 주셨다. 한달을 넘게 고생해 인간의 이해를 담은 과제물을 제출했다. 그래서 겨우 B를 받았다.
이 분들의 숙제는 현장에서 충분하지 않았지만, 도움이 되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듣고 갔던, 배우고 같던 내용은 현장에서 방해가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부분이다. 필자처럼 현장에서 방해되는 말이나 글을 잔뜩 껴안고 가서 황당해 할 이들에게 일종의 예방 접종을 해주는 것이다. 모 씨의 글에 현혹되어, 해외 원조를 하겠다고 손드는 사람의 손의 내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필자가 우리나라 전문가에게 독설을 한 이유는, 당해서다. 말라리아까지 걸려가면서 돌아다닌 현장에서 제대로 당해서다. 지금은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