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의 예산은 그해에 다 써라.

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드는 해외원조

by 이타카

우리나라 정부에서 가장 개발도상국 같은 시스템을 찾으라면, `그해의 예산은 그 해에 다 쓰라`는 원칙이다. 굳이 원칙이라 표명한 이유는 그만큼, 그해 예산을 그 해에 다 쓰지 않으면 담당자에게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불성실한 국제기구에도 분담금을 꼬박꼬박 준다. 불성실한 나라에도 지원금을 꼬박꼬박 준다. 혹여, 예산집행을 하지 않으면, 담당자에게 `너 문제 있다.`라는 질책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예산이라면, 정책 자금을 돌려 국내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핑계라도 댈만하다. 해외 원조 세계에서는 오로지 `호구`가 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


얼마 전엔 *** 기관에서 꽤 많은 돈을 수혜국에 기분내듯 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후 그 나라는 정권이 무너지는 난리가 났다. 부정과 부패로 국민이 들고 일어나서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세금이 부정과 부패로 무너진 정권에, 아무런 장치 없이 그냥 퍼준 것이나 진배없는 일을 한 셈이다.


그런데 정권이 무너질 정도로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 제대로 사업 평가를 하면서 돈을 주면, 어느 세월에 1년 예산을 쓸 수 있겠는가. 이게 담당자만의 문제일까? 안 주면 나만 손해고 질책을 받을게 뻔한데. 누가 정권이 이리 무너질 줄 알았나? 비슷하게 부정 부패한 나라도 잘 버티는데.


이 사례는 필자의 레이다에 최근에 잡힌 하나의 예일뿐이다. 2025년 기준 우리의 해외원조 예산은 6조 2000억이 넘는다. 모두 우리가 힘들게 번 돈에서 일부를 떼어 낸 세금이다.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금이 `그해 예산은 그해에 다 써라`라는 원칙에 근거해 우리를 호구처럼 대하는 국제기구에도, 우리를 호구처럼 대하는 수혜국에다가도 국민 세금을 바칠 가능성이 없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미국을 봐야 한다.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 국제기구는 분담금을 주지 않겠다며, 과감하게 잘라버렸다.


다른 나라도 유사한 기준이 있지만, 담당자의 재량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담당자의 재량마저도 믿지 못하여, 예산을 깎는 수준이 아닌, 과감한 결정을 해버렸다.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국제기구는 원조 예산을 0달러로 만들었다. 미국의 국익에 반한 나라에도 원조 예산을 0달로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런 기구와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돈을 더 달라고 한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돈을 더 달라고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 다른 나라는 주판알을 튕기고, 우리는 원칙을 고수할 것만 같아 보여 마음이 무겁다. 그냥 노파심이길 바란다. 우리나라가 설마 그 정도로 호구짓을 하지는 않겠지.


그럼 남는 예산은 어디에 쓰나? DAC 회원국으로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지원금은 써야 하는데. 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관련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질문은 충분히 납득된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호구처럼 되는 거다. 그러니 필자가 이런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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