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한 베네수엘라는 핫뉴스다. 정치니 국제정세니 뭐니 다양한 이야기가 쓰나미처럼 몰려들고 있다. 내용들이 워낙 다양해 머리도 쓰나미에 휩쓸린 양 혼란스럽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정보의 쓰나미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부여잡을 튼튼한 밧줄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굶주림은 꾸밀 수 없는 현실 척도라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가난의 기준이 뭐니, 행복의 척도가 뭐니, 굶주림 앞에선 의미가 없다. 정치가 어떻고, 해외 개입이 어떻고. 이런 것도 굶주린 사람 귀엔 들어오기 어렵다. 굶주려 본 사람은 안다. 굶주림 현장에서 일해 본 사람은 실감한다. 굶주림은 생존을 위한 본능을 최대한 증폭시킨다. 법이니 이성이니 기준이니 사상이니 하는 거에 관심을 가지기에 배가 너무 고프다.
베네수엘라 2,800만 명 인구 중 얼마나 굶주리냐를 정확히 통계화하는 건 어렵다. Chatgpt를 보면 최대 900만 명까지 굶주린다고 한다. UN-WFP 자료에 따르면 500-600만 명 정도가 굶주리고,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한 인구는 200만 명이라고 한다.
다행이란 말을 하긴 어렵지만, 이 통계가 과장되었는지, 타당한지, 축소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가 있다. 굶주림을 피해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사람을 보면 된다. 베네수엘라는 700만 명 이상이 해외로 탈출했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같은 나라는 베네수엘라서부터 유입되고 있는 난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을 봐선, 베네수엘라에서 굶주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 얼마나 상황이 극악하고 굶주리는 사람이 많아야 집과 고향을 버리고 탈출까지 한 사람이 700만 명이 넘을까.
숫자를 적게 잡아도 1,20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굶주리고 있거나 굶주림에 지쳐 국경을 넘은 셈이 된다. 숫자를 최대한 늘리면 1,60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본능이 이성을 앞서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베네수엘라 인구는 2,800만 명이다.
이런 베네수엘라는 모습을 필자는 바라봐야 한다. 필자가 하는 일이 식량원조이기에 그렇다. 현재의 상황이 베네수엘라 국민을 더 굶주리게 할지, 아니면 현상을 유지하게 할지, 아니면 굶주리는 사람 수를 줄어들게 할지가 필자가 일하는 조직의 관심사다.
독자분들에게도 제안드리고 싶다. 정치적 혹은 국제적 이슈가 되는 나라를 판단하고자 할 때, 그 나라에 얼마나 굶는 사람이 많은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탈출하려 하는지, 그 나라에 이 탈출을 막는 장치가 있는지를 살펴보시라는 것이다. 굶주림이 그 나라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