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드는 해외원조
어제 지인으로부터 `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들지 않는 해외원조를 주장하는 건, 결과적으로 배고픈 사람들을 외면하자는 말이냐?`라는 소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이다. `똑똑하고 효과적인 해외원조를 하자는 의미다. 절반의 예산으로도 현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라고 대꾸했다. 지인은 놀라면서 `그럼, 현재 해외원조 예산 절반은 무의미하게 쓰이는 것인가?`라 질문했다. 그렇기에 호구지 달리 호구겠는가.
절반의 해외원조 예산으로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 번째는 다수의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프로젝트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는 국제기구를 끼지 않고 우리나라가 직접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주요 대상이다.
A 시에 병원을 지어주기로 했다. 화상환자를 특별히 관리하고 치료해 주는 특수 병원이다. 지원 예산은 200억 원. 중증 화상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는 지역에서, 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건 누가 봐도 의미 있다. 하지만, A 시는 가난한 나라의 지자체다.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가 태부족한 가난한 도시다. 사람들이 별거 아닌 상처로 불구가 되거나 죽는다. 임신한 여인이 애를 낳다 죽는다. 화상으로 인한 사망자수와 비교할 숫자가 아니다. 그런 A 시에 중증 화상환자를 위한 특수병원을 짓는다? 필자라면 그 절반인 100억 원을 들여서, 일반 병원을 지을 것 같다. 대한민국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지거나 불구를 모면할 시민의 수는 화상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불구가 될 환자수 보다 몇십 배는 될 것이다.
화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원조라는 건, 그들 나라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우호적으로 전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는 지원이 원조전략이라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병원도 태부족한 나라에서 소수의 사람을 위한 병원을 건립하겠다고 요청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다. 생명은 다 같이 소중하지만 그래도 유감이다.
다만 여기엔 걸림돌이 있다. 1년 예산을 그해 안에 다 쓰게 하는 우리나라의 회계시스템이다. 그걸 알기에, 수혜국에서도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싫어도 막바지에 이런 곳에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예산시스템은 수혜국의 검은 속내를 묵인해 주거나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
둘째는 파트너십을 하는 국제기구에 대한 부분이다. 원조를 해줄 때, 지원금의 몇 퍼센트가 그 기구의 운영비로 사용하는가 살펴봐야 한다. 실제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돈이 어떤 형태의 하청방식으로 사용되는 지도 살펴봐야 한다. 건물 짓는 걸 생각하면 된다. 건물을 지라고 돈 100억을 주었더니, 20억을 남겨 먹고, 80억으로 통째로 하청을 주는 경우, 그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겠는가?
건물을 지라고 돈 100억을 받은 업체 자체적으로, 콘크리트 타설, 전기공사, 목수 이런 파트별로 유능한 중소업체와 개별 계약을 해서, 건축하면 중간에 새버린 20억을 절감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국제기구도 마찬가지다. 개별적으로 중소업체와 계약하는 국제기구가 있는 반면, 아예 통째로 하청을 주고 보고만 받는 국제기구도 있다. 이런 국제기구는 과연 우리나라에 얼마나 유리한 구석이 있는지를 재단해야 한다.
필자가 알고 있기로는 모 국제기구는 보고서만 능하지, 현장일은 모두 하청을 주거나 하는 시늉만 한다고 알고 있다. 보고서에 능한 기구가 현장에서 하는 짓거리를 보면 회의와 콘퍼런스만 잔뜩 개최한다. 우리나라 관계자를 모셔와 눈이 동그래질 이벤트를 개최하고, 현장으로 모셔서 가난한 사람과 같이 사진촬영을 유도한다. 보고서만 보면 일을 열심히 하지만, 현장 동료의 말을 들으면 남의 성과를 베끼거나 저렴한 NGO에게 일을 떠넘긴다.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 주는 돈의 50% 이상을 실질적으로 현장에 쏟아붓는 국제기구 선별이 무척 중요하다. 회의와 콘퍼런스를 제외한 금액이 50% 라야 한다. 이런 부분만 걸러도 꽤 많은 돈을 세이브할 수 있다. 필자가 아는 모 국제기구는 지원해 주는 돈의 5%도 현장에 제대로 가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
다만 여기엔 큰 난관이 있다. 관계부처의 이해득실이다. 국제기구마다 연관된 부처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누가 봐도 성과가 부실해 외면하는 국제기구도, 우리나라는 지원을 지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내면을 살펴보면 부처의 이해득실이 도사린다. 정치권도 관여한다.
정리하자면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 해외원조 예산을 운영한다면, 절반으로 줄여도 현재 도움을 주는 배고픈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콕 집어 말하자면, 그만큼 우리는 해외원조 예산을 호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찌하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우리나라에 해외원조 전문가가 많으니 그분들과 같이 고민해 보라 조언하겠다. 그분들 중, 현장에서 일하다 감염병이나 지독한 설사를 경험해 본 분도 있을 게고, 국내에서 지역개발 관련 일을 해본 경험도 있을 것이고, 다른 나라의 해외원조도 깊이 있게 살펴보고 실무적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분도 있을 거라고 본다.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일을 하신 전문가분들의 의견은 언제나 소중하다.
해외원조 10대 강국이면 이런 전문가들이 해외원조 전략 수립에 깊이 있게 참여했을 게다. 필자는 이런 전문가에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을 다름이다. 그 분들이 필자 정도의 경험이 있다면, 필자의 주장 상당 부분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거라고 본다. 대놓고는 못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