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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Jan 27. 2021

현장 선생님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누구한테 도움을 청해야 할까? 


막상 현장에 나오면, 경험 없는 초보자는 혼란스럽다. 경험이 살짝 있어도 혼란스럽다. 3년이란 경험이 쌓여도 여전히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바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이론,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보고서에다 도움을 청하긴 어려운 게 현장이다.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고, 사람이 다르고, 기술이나 교육 수준이 다르고, 인프라도 다르고. 그러니 혼란이 없기를 바라는 건 불가다. 그래서 현장에서 도움이 될 선생님을 찾아다녔다. 맨 처음 찾은 선생님은 일본인 전문가였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소신이 뚜렷했었다. 그리고 바로 옆방이었고 무엇보다 동양인이라는 부분에서 부탁이 쉬웠다. 


그다음 찾은 선생님은 건너편 방에 있는 중국인 전문가였다.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지만, 해외원조와 협력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보다 몇 수 위였다. 자신감과 과감한 추진력에 감탄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일 출신, 영국 출신, 미국 출신, 남미 출신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았다. 물론 우리나라 전문가분들의 도움도 있었다. 이런저런 도움을 받다 보니, “해외원조라는 게 지역개발하고 상당히 흡사하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지역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조언자는 현지인이다. 현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현지인의 조언과 참여 없이는 지역개발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니 해외원조에서도 현지인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지역개발 업무를 5년 정도 하면서 터득한 일종의 공식이 있었다. 첫 번째는 공식적인 자리보단 사적인 자리를 만들어서 친해져야 된다. 그래야 현지의 사정을 미주알고주알 알아낼 수 있다. 


두 번째는 필요한 부분은 현지의 주민에게, 문제점은 옆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면 보는 게 좋다. 통상적으로 지역에 부족한 건 현지 주민이 체감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거나 일부러 회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기에 옆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면 그 문제점을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기하리 만치, 옆 동네의 문제점에 해박한 사람이 어디고 존재한다.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건 현지에서 능력자를 찾아야 해결방안이 보인다. 아무리 좋은 방안을 고안해서 잘 던져줘도, 이를 제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말짱 헛개 된다. 그렇기에 현지에 능력자가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 능력자라 함은, 덜 부패하고 소신껏 일하면서도 조직에서 살아남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절대로 부패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 대로만 살아가는 사람이 해외에서 원조를 해주러 온 사람과 만날 확률이 어떨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면 매일 밤 아프리카 전문가들, 공무원들과 친교를 다졌다. 그러다 보니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었다. 전설의 고향 같은 부족의 신화부터, 현지인들의 생각,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 등등. 


그 덕에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일해야 되는 지를 빨리 배웠다. 그 덕에 아프리카 3년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현장 선생님은 현지 전문가이다. 현지의 공무원이다. 그리고 해당국을 냉정하게 판단해 주는 옆 나라 전문가와 공무원의 도움도 힘이 된다. 


“** 국 전문가 말을 들어보니, 현지에 방문해서 도와줄 게 무언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알려진 것보다 주민들의 삶이 어려운 것 같아요.”

“맞는 말씀이긴 한데 거기 치안이 무척 좋지 않아요. 약도 듣지 않는 말라리아도 있고요. 사정을 알면 가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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