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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망자수 1위 폐암, 원인과 예방

by 이타카

정밀검사를 할 때면 X-ray를 찍고, CT를 찍는다. CT는 이해가 되는데 X-ray를 찍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암 발생 부위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가슴 부위를 찍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에게 X-ray를 찍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폐에 전이될 우려가 있는 암이라서 그런다는 답이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지만, 간혹 호흡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는 불안하다.


2019년 우리나라 암 통계에 따르면 폐암으로 18,574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망자 수가 많은 암이다. 2014-2018년 5년간 생존율은 32.4%. 폐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을 넘기지 못한 셈이다. 생각보다 흔하고, 생각보다 생존율이 낮은 암이었다. 걱정이 깊어졌다.


WHO 자료를 찾아보면, 폐암에 확실하게 영향을 끼치는 물질은 종류가 다른 암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중에는 언 듯 생각하기 어려운 물질들도 있었다. 금속 또는 중금속인 알루미늄, 베릴륨, 카드뮴, 비소, 크롬, 니켈과 같은 물질들이다. 어쩌다가 이런 물질들이 폐에 암을 일으킬까. 호흡뿐 아니라, 음식물 또는 음료를 통해서도 폐암의 원인 물질이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하긴 비소가 석인 음료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하니.


코를 찡그리게 하는 벤젠이나 석탄가스, 디젤 엔진 배기가스 같은 것도 폐암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석면이나 실리카 분진, 나무나 용접 시 연기도 원인으로 된다고 한다.


WHO는 알루미늄 생산 관련 직업, 채굴, 유리제품 제조, 살충제 취급자, 역청(아스팔트) 관련 직업 같이 폐암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도 제시하고 있다. X선이나 감마선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석탄이나 목재를 사용한 난방이나 취사로 인한 실내공기 오염도 폐암의 원인이다. 물론 대기오염이나 담배는 폐암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출처 : WHO-IARC List of Classifications by cancer site


WCRF는 비소가 함유된 식수, 흡연자의 고용량 베타카로틴 복용, 적색육, 가공육 및 알코올음료가 폐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남자는 90%, 여자는 80% 이상이 담배로 인한 폐암으로 추정된다니 담배의 영향은 지대하다. 이외에도 석면, 결정질 실리카, 라돈,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및 중금속 혼합물에 대한 직업적 노출. 조리 및 난방을 목적으로 한 목재, 석탄 연소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 등도 폐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https://www.wcrf.org/dietandcancer/lung-cancer


WHO에서 제시한 자료에서는 알코올이나 적색육, 가공육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는데, WCRF는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두 기관의 자료가 다르니 혼란이 찾아왔다. WCRF의 자료는 과연 정확한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의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을 방문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음주와 적색육, 가공육 소비는 폐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출처 : The Association Between Alcohol Consumption and Lung Carcinoma by Histological Subtype (nih.gov)

출처 : Red and processed meat consumption and the risk of lung cancer: a dose-response meta-analysis of 33 published studies (nih.gov)


나는 담배를 피우며 술 마시고, 지글지글 기름이 타들어가는 고기를 먹고, 소시지를 즐기며 살았다. 그런데도 폐암을 용케 비켜간 셈이다. 내 폐에 있는 DNA는 생각보다 단단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고 여태껏 버틴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문제가 있었으니, 조심에 조심을 더해야 할 듯싶다.


여하튼 폐암 예방은 원인물질이 많다 보니, 다른 암에 비해 예방책 마련에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할 듯싶다. WCRF의 권고기준을 바탕으로 본다면 술 안 먹고, 담배 안 피고, 적색육과 가공육을 적게 먹으면 일단 기본적인 예방 조치는 될 것 같고. 조금은 수고스럽고 돈이 들지만 실내공기를 깨끗이 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디젤엔진(Engine exhaust, diesel)으로 움직이는 SUV는 조만간 처분해야겠다. 생각보다 돈이 더 들어갈 듯.


과일을 많이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폐암 예방에 좋다고 하니. 요즘은 얼추 채식주의자를 흉내내는 식생활을 하고 있다.


식수오염, 대기오염, 중금속, 화학물질, 농약 이런 것들은 개인이 예방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니 정부에서 관리해야 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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