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암에 걸린 가장 큰 이유는 담배와 술을 같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담배와 술, 둘 다 WHO-IARC에서 제시한 암을 유발하는 물질군 1 그룹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암을 유발하는 물질 두 가지를 장기간 피워대고 마셔댔으니, 암에 걸릴만하겠다 싶은 거다.
지금은 담배와 술은 모두 끊은 상태, 그래도 궁금한 것이 있었다. 담배와 술을 끊으면 암이 발생할 확률이 훅 낮아지는 것일까. 담배와 술을 같이 하면 알 수 없는 상승효과로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까.
WHO-IARC 자료를 찾아보았다. IARC에 따르면 담배를 피우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 입과 목에 있는 조직이 담배 연기에 함유된 발암성 화학물질을 더 쉽게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의 조직 손상이 많아지고 특히 입과 목, 식도 부위에 암 발병률이 높게 된다.
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암을 유발하게 하는데, 첫 번째로 주요 성분인 에탄올과 에탄올의 산화과정 생성물인 아세트 알데이드가 모두 암 유발물질이다. 두 번째는 알코올이 간세포를 손상시켜 간경변을 일으킬 수 있는데, 간경변은 간암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세 번째는 알코올이 에스트로겐과 같은 일부 호르몬 수치를 증가시키고, 이는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럼 술을 끊는 다면 암 발생 위험이 없어질까,를 알아보았다. 술을 끊은 지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인지라. 은연중 기대했다. 그러나 IARC의 자료에 따르면 술을 끊었다고 바로 위험이 해소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술을 끊거나 상당량을 줄이면 몇 년이 지나 암 발병 위험이 줄어들지만, 알코올을 얼마만큼 오래 마셨냐에 따라 위험이 줄어드는 정도가 다르다. 나는 꽤 오랜 기간 꽤 많은 양을 마셨기에, 술을 끊었다 하더라도 암에 대한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싶다.
IARC는 유럽 국가들의 알코올음료의 섭취 기준을 제시했는데, 맥주는 280-330ml, 샴페인은 30-40ml, 위스키 같은 독한 술은 60-80ml를 , 레드와인은 100-120ml를 제시했다. 알코올 섭취를 줄이면 암 발생 위험도 낮아지는데, 대략 간암은 21%, 대장 암은 31%, 유방암은 3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유럽 8개국의 정보를 토대로 추정한 내용이있다. 알코올이 암과 연관되는 퍼센트는 남자는 10%, 여자는 3%이었다. 알코올은 암에 따라 미치는 영향 정도가 다른데, 상부 호기 소화기관(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은 최고 44%, 간은 최고 33%, 대장은 최고 17%, 유방암은 5%의 확률이었다.
Cancer Research UK에서는 알코올의 영향이 확실한 7가지의 암에 대하여 알기 쉬운 그림을 제시했다. WCRF는 암에 대한 알코올의 영향은 7가지 암 이외에도 위암, 폐암, 췌장암, 피부암 등 다양하다고 한다.
흡연이 암에 관련이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흡연으로 매년 6백만 명의 사람이 사망하며, 간접흡연도 암을 유발한다. 영국의 경우 비 흡연자 폐암의 14-15% 정도가 간접흡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간접흡연은 집안, 그러니까 가정에서 특히 문제 된다.
담배를 피우면 적어도 10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데, 40세 이하일 때 끊으면 단축된 수명의 90%가 회복될 수 있다. 담배를 끊고 5년이 지나면 구강, 식도, 방광암 같은 위험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10년이 지나면 폐암의 위험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나는 아직 3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계속 조심에 조심을 해야 할 모양이다.
나는 담배와 술을 꽤나 오랜 기간 동안 동시에 즐겼다. 암에 걸려 둘 다 끊었고 적어도 담배와 술로 인하여 암이 재발될 우려에서는 해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IARC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여전히 담배와 술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이 재발하거나 이차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상태인 듯하다.
조금 더 경강심을 가지고 생활을 해야겠다. 좀 더 체중관리에 노력하고, 음식을 가려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