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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원인, 오염된 집안 공기

by 이타카

항암을 하고 생긴 신체의 변화 중, 가장 못마땅한 것이 호흡이다. 산소가 부족한 공간에 있으면 바로 가슴이 답답해진다. 공기의 질이 안 좋아도 그렇다. 냄새에 민감한 아내는 더하다. 조금이라도 불쾌한 냄새가 나면 창문을 연다.


이사를 가기로 했다. 아파트가 아니라 단독주택으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창호가 너무 좋아서인지, 창문을 닫으면 바로 갑갑해져서 환풍기를 틀거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있는 좋지 않은 물질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 같고. 단독주택이라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아내와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건강할 때야 민감하다 치부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내 몸 상태로는 모든 것을 조심하는 게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겸사겸사 WHO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10분도 안되어 얼굴이 굳어졌다. 집안의 공기오염은 생각한 것보다 심각했다.


WHO에 따르면 성인 폐암 사망의 17%는 등유, 목재, 숯, 석탄 같은 고체 연료를 사용한 요리로 인한 가정에서의 공기 오염이다. 요리를 하는 도중에 생기는 것인지라 여성이 남성보다 더 위험하다. 그 이외에도 폐렴의 27%, 뇌졸중의 18%, 만선 폐쇄성 폐 질환의 20%가 실내공기 오염이 원인이다. 또한 암중에서 비인두암과 후두암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집안 공기를 오염시키는 물질, 첫 번째는 벤젠이다. 잘 알려진 암 유발물질 벤젠. 특정 가구 재료 및 비닐, PVC, 고무 바닥재 등에 미량의 벤젠이 함유되어 있을 수 있다. 바닥용 접착제, 페인트, 목재 패널, 페인트 제거제 등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새 건물에 벤젠의 함량이 높을 수 있다. 차고에서는 가솔린 증기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실내 흡연도 원인이 되며, 모기 퇴치제에도 들어 있을 수 있다.


벤젠의 95-99%는 호흡과정을 통하여 흡수되는데, 캐나다 성인의 경우, 실외 공기에서 14μg/일, 실내공기에서 140μg/일, 음식과 식수에서 1.4μg/일이라고 한다. 미국의 평균 흡수량은 320μg/일이라는 조사가 있다. 흡연을 하게 되면 400-1800μg/일, 간접흡연은 14-50μg/일 수준의 벤젠을 흡수하게 된다.


포름알데히드는 암 유발물질 중 하나로 흡연, 난방, 요리 또는 양초나 향 연소 시 발생하는 물질이다. 가구 및 목재 보드, 합판 등 포름알데히드계 수지 함유 제품에서도 나온다. 페인트, 벽지, 접착제, 바니시 같은 DIY 제품에서도 방출된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HAs)도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고온에서 탄소질 물질의 연소과정에서 형성되는 환경오염물질이다. 흡연, 요리, 연료 및 벽난로, 향이나 양초 등에서 발생한다. 흡연자가 있는 집은 전체 PHA의 87% 이상이 흡연이 원인이다. 비흡연자 가정에서는 목재나 석탄 같은 고체 연료를 사용한 요리, 환기가 되지 않는 스토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암석은 일반적으로 1-3ppm 농도의 우라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우라늄의 붕괴 산물이 라듐 226(Radium-226)이다. 라돈은 토양에서 라듐이 붕괴 과정에서 생성되며, 토양의 균열을 통하여 가스 형태로 집으로 침투하여 실내에 집적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실내 공기의 1% 미만이 토양에서 유래된 공기지만, 지반 상황이나 주택에 따라 토양 가스가 실내 공기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라돈 수치가 높을 수 있다. 일반적인 건축자재는 라듐 함량이 낮지만, 명반, 화산 응회암, 인 석고 및 셰일 콘크리트 등에는 라듐 농도가 높다.


트리클로로에틸렌(TEC:Trichloroethylene)은 간암의 유발원으로 알려진 발암물질이다. 목재 광택제, 마감재, 윤활제, 접착제, 페인트 제거제 등을 통하여 실내의 TCE가 높아질 수 있으며, 식수가 오염되면 샤워, 세탁 과정에서 실내에 추가로 노출될 수 있다.


이외에도 일산화탄소, 나프탈렌, 이산화질소 등 오염물질이 실내공기에 있을 수 있다.


출처 : WHO guidelines for indoor air quarity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실내 공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발암물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 더 자주 환기시키고, 공기정화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괜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아니라, 몸이 아는 것이다. 실내공기가 좋아야 된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집안 공기를 깨끗이 할 수 있을까를 찾던 중, 하버드대학메디컬스쿨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찾았다. 우선 집안을 깨끗이 하라는 것이다. 먼지나 곰팡이를 줄이는 시작점이다. HEPA 필터가 장착된 청소기로 일주일에 적어도 한 두번 청소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식물은 가능한 실외에서 기르는 것을 권하고 있다. 특정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식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곰팡이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방시스템이 있다면 필터를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가능하면 공기청정기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지하실 또는 샤워실 같이 습한 곳은 곰팡이 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제습기 설치 등) 실내 공기는 자주 환기하는 것이 좋고 추운 겨울철이라도 환기해야 한다. 주방에는 후드 팬을 사용하여 요리 시 나오는 공기오염을 줄여야 한다.



암과 관련하여 바베큐 연기를 줄이는 방법을 제안한 전문가도 있었다.

1. 그릴 표면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하여 연기 줄이기.

2. 빨리 익을 수 있도록 얇게 고기를 썰기

3. 기름이 떨어져 더 많은 연기를 내는 지방 제거

4. 고기의 까맣게 된 부분 버리기

5. 붉은 고기는 완전히 익을 때(Well-done)까지 요리하지 않기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라돈 함량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고, 가구와 내장을 새로 하게 되면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물질이 더 나올 수 있을 듯싶다. 없었던 걱정이 생겼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나, 아니면 단독주택으로 가야 할까.


우려가 지나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생각이 깊어지면 괜한 우려까지 더해진다. 이제는 실내공기 오염이 문제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좀 더 자주 청소와 환기를 하고, 오염 원인을 차단하고,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연기가 많이 나는 굽는 요리는 최대한 줄이면 된다. 단독주택의 꿈은 계속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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