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이사를 했다. 몸이 건강해져 직장 근처에 있는 거처를 정리하고 집에서 출퇴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루 1만 보가 가능해질 듯하고 돈도 절약되니 여러모로 득이다.
짐이 많지 않아 내 SUV로 짐을 옮기기로 했다. 접이식 카트 위에 한가득 짐을 올렸다. 아내는 대견한 눈으로 카트를 쳐다보며 말문을 열었다. ‘이 카트 없었으면 간병할 때 어쩔 뻔했는지 모르겠어. 참 대견한 물건이야.’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요양병원에서 집으로, 집에서 다시 병원으로. 항암 기간 중 카트는 물건 나르기 1등 공신이었다. 그때의 고마움을 아내는 잊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내가 고생 많았다. 아이들도 힘들었을 테고.
간병하는 가족을 위한 자료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미국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NCI) 자료가 잘 정리되었다는 느낌이다. 유감스럽게 우리나라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관련 자료가 없었다. 그나마 아산, 서울, 삼성 병원 같은 암으로 이름이 있는 병원에서는 간병하는 가족의 어려움에 대한 자료가 있었지만 NCI 자료에 비해 단편적이었다. 여기에서는 NCI 자료를 토대로 글을 쓴다.
암에 걸린 배우자, 자식, 부모, 형제의 간병을 하다 보면, 자신을 제처 두고 암 환자에게 집중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우며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상대를 돌 볼 수 없기에 자신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간병인이 겪는 어려움으로는 피로, 면역저하, 수면 문제, 고혈압, 식욕 또는 체중의 변화, 두통, 불안, 우울증 등이 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른 분이 있었다. 남편 암 수발을 하다 본인이 암에 걸린 분이었다. 남편은 암 투병 중 돌아가시고, 재산은 공중분해되고, 자신은 암에 걸리고. 또 한분은 남편 대신 사업체를 이끌고 계시던 분이다. 공장 일을 돌보고 퇴근해서 남편 곁을 지키시던 분. 스트레스와 피곤으로 남편보다 더 환자 같은 얼굴이었다. 아내도 간병에 지쳐, 비어 있던 옆 침대에서 주사를 맞으며 누웠던 적이 있었다.
환자는 배우자에게만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도움을 받는 데 부담이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하니. 이런 상황은 우리나 미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NCI에서는 간병을 하는 가족이 스스로 많은 것을 하려 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능한 빨리 친구나 다른 가족에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으며,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집안일, 아이 돌봄, 정보, 통원치료 등에 도움을 받을수 있다. 돈을 주고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자원봉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혹시나 모를 비상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의 목록을 만들어 놓으면 좋다.
NCI는 도와줄 거라 생각하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거부하는 사람에 대해도 언급했다. 시간이 없다거나, 암이 두렵다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나,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등의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진솔하게 대화를 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니다 싶으면 그냥 놔두는 것도 방편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원망이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좋을리 없다.
간병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든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다는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도움이된다, 더하여 암에 대한 지식과 환자에 대한 의학적 상황을 학습하고 이해하면 간병에 힘이 된다.
글을 쓰거나 일기를 쓰는 것이 간병인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경험에 대해 글을 쓴다든지, 가장 깊게 하는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거나,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간병하면서 챙길 사항은 다음과 같다.
- 건강상태를 항상 체크하고 검진을 받는다.
- 우울증과 불안의 징후를 유의한다.
- 스트레스는 다양한 감정이나 신체 변화를 유발할 수 있으니, 특이한 변화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의사와 상담한다.
- 약을 처방받으면 처방전에 따라 약을 복용한다.
- 건강한 식사가 중요한데, 잘 먹으면 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분한 수면이 어렵다면 짧은 낮잠이 활력을 줄 수 있다. 수면 부족이 계속되면 의사와 반드시 상의한다.
- 하루 15-30분 이상의 운동이 필요하다. 걷기, 수영, 달리기 뿐 아니라 계단 오르내리기, 청소도 몸을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하여 직업 등 개인 일을 모두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가급적 정기적인 활동 등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간병을 한다는 생각, 긍정적인 마음으로 간병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가욕하고 물건을 던지고 치료를 극렬히 거부하고. 마치 가족이나 의료진이 죄인인 마냥 행동하고.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기는 어렵다. 환자의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도 NCI에서 제시한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위한 내용을 정리하여 주었으면 한다. 암 환자에게 가족에 대한 교육도 해주고. 환자도 이런부분을 알아야 한다. 시야가 좁아지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암 환자가 이런 내용을 교육받지 못하면, 자신을 돌봐주는 가족과 불필요한 감정을 소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