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글은 2010년 전후 일본의 저출산 관련 인터뷰, 기사 등을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2010년 일본은 20년 동안 이어지는 경기침체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시다 국장은 일본의 장기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는 이왕 저출산 대책을 만들바에는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싶었다. 각지에서 전문가들을 불러 모았다.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대책회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일본 경제가 다시 회복하는 데 있어, 저출산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입니다.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저출산이 어떻게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일본의 인구는 2007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면 소비도 따라서 줄게 되고, 특히 젊은 경제인구가 줄다 보니 국내 소비의 위축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수출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부분은 우리 일본이 장기침체가 계속되게 된 원인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동인력의 적어지게 됨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세금을 낼 사람은 줄고, 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늘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마구 올릴 수는 없는지라, 국가가 나랏빚을 져서 노인 복지에 충당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국가 부채는 일본 경제 회생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요. 악순환인 셈입니다.”
“정부는 저출산을 탈출하고자 10년 넘게 노력해 왔습니다. 12개월의 육아휴직을 주고, 그 기간 동안 월급 50%를 보전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장에 육아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치는 큰 기업체에서나 작동되고 있고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실행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정부는 좀 더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고 싶으나, 돈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가부채가 상당하고, 고령자 복지에 많은 예산이 충당되는 상황에서 저출산 대책에 예산을 쓸 여력이 부족합니다."
“이상 개략적으로 저출산 상황을 설명드렸습니다. 고견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심리학자인 노다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국장님, 우리 일본의 저출산 정책엔 큰 맹점이 있습니다. 기본을 외면한 채 헛다리를 집고 있는 셈이지요. 인구가 줄고, 출산이 안된다고 하셨는데 이는 당연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해서 살고 있고, 그들 중 상당수가 비좁은 아파트에 다닥다닥 붙어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어찌 애를 낳고 싶어 하겠습니다.”
“노다 박사님은 도시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은 게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부연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 그러면 여러분도 알고 계실만한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1957년 미국 국립 정신 건강연구소에서 생태학자 존 B 칼훈 박사는 인류 역사에 기억될 유명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생쥐를 한 실험인데요. 정해진 공간에 쥐의 개체수를 늘려나가면 어떻게 되는 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 160마리의 쥐를 넣었을 땐 번식이 활발히 일어났습니다. 개체수가 순식간에 불어났지요. 하지만 2200마리에 도달한 이후에는 쥐의 수가 오히려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수컷 쥐들은 번식에 소홀해지고, 암컷들은 새끼 쥐를 돌보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한창 쥐의 숫자가 많을 때 태어난 새끼 쥐들은 성인 쥐가 된 다음 특이한 성향을 보입니다. 짝짓기엔 관심을 없고 저 혼자 먹고사는 데에만 집중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본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도쿄, 오사카, 교토. 대도시에 몰려 사는 사람들의 인구밀도는 무척 높습니다.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그 외에 시간에도 지하철이 북적거립니다. 촘촘한 아파트에 따닥따닥 사람들이 숨 쉴 틈 없이 살고 있고요. 이렇게 사람들이 밀도 높게 살고 있는데, 애를 낳고 싶겠습니까? 인구가 줄어드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저 혼자 먹고사는 데에만 관심 있지, 결혼에 대해선 별생각 없어요. 게다가 사이버로 연애를 하고, 인형으로 애인을 삼고. ”
마시다 국장은 사람과 쥐를 비교한 것이 탐탁지 않았다. 그래도 일견 시사할만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지도 몰라 계속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럼 노다 박사님은 어떻게 해야 될 것 같습니까?”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의 출산율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보다 높다는 사실이 뒷받침을 하지요. 농촌도 도시만큼 기반시설을 갖추고, 도시보다 세금을 적게 내게 하고, 농촌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도시 젊은이들에게 싼값에 분양하고. 하는 식의 유인 정책이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뭐 환경론자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일본 국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산을 깎아서 평지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노다 박사님, 좋은 의견 감사한데요 역시 돈이 문제입니다. 가뜩이나 국가 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인데 농촌에 기반시설을 마련하고 산을 깎아 평지를 만들고.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겠지요. 중장기적으로는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당장에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시간에는 가급적 예산을 들이지 않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시다 국장은 예산이 적게 드는 아이디어가 교육분야에서 나올 것 같았다는 예감이 들었다. 학생수가 줄고 있는 마당에 교육 예산이 더 늘어나긴 어려울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교육전문가이신 오야마 박사님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오야마 박사는 안경을 고쳐 쓰고 자세를 바로 한 다음 마이크를 잡았다. 마음속에 눌러둔 속내를 풀어낼 표정이었다.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된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입시경쟁을 줄인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평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한다고도 하지요. 이런 것들이 다 헛소리란 걸 잘 아시면서도 아무런 소리를 못 내는 게 이상할 따름입니다. 솔직히 대부분 학부모와 학생들은 좋은 대학교가 사회적 신분상승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잖습니까. 이런 생각이 어디 쉽게 바뀌겠어요? 아무리 정책을 바꾸어도 ‘입시지옥’은 똑같습니다.”
“대학입시센터를 통해 치르는 시험(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해 고액의 국영수 과외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요새 늘어나고 있는 고등학교 추천으로 좋은 대학을 입학하고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스펙을 쌓는데 눈이 벌게져 있고요.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학교라 불리는 부속고등학교(대학이 설치한 고등학교로 이에 입학을 하면 해당 대학에 합격하기에 유리함)에 들어가고자 초등학교 때부터 고액의 사교육을 불사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아이들 양육비가 지옥인 나라입니다.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노후를 대비할 돈 마저 몽땅 아이들 사교육비에 몰아넣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한번 아이를 낳게 되면 사교육비를 포함한 양육비가 어마어마한데, 누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겠습니다. 몇몇 지자체에선 아이를 낳으면 몇십만 엔(몇백만 원)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장난합니까! 굳이 사교육비를 지원할 생각이라면 한 아이당 1천만 엔(1억 7백만 원)은 지원해야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나랏빚이 세계 최고인 일본에서 그런 지원이 가능하겠습니까?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생각이 있으십니까?”
“이웃 한국에서 눈여겨볼 만한 정책이 있습니다. 과외금지. 1980년대에 과외금지를 전국적으로 실시해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확 줄이고, 아이들의 경쟁도 줄게 했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한국이 1980년대에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한 것을. 올림픽도 하고요. 그리고 과외금지를 하던 기간 동안엔 떨어지던 출산율이 약간이나마 상승했습니다. 그러니 우리 일본이 저출산을 탈출하여 다시금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강력한 과외금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시다 국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980년대 한국엔 독재자가 있으니 과외금지 같은 게 가능했던 것이었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인데 과외금지가 가능할 리 없었다. 현실에 맞춘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돈을 펑펑 써서 가능한 아이디어나,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아이디어 말고. 이때 사회학자인 하토야마 씨가 나섰다.
“마시다 국장님 저출산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다른 선진국을 볼 때, 저출산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관건은 경제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경제인구만 일정 수준 이상 되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마시다 국장은 아차 싶었다. 하토야마 씨가 무엇을 주장할지는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회의장 분위기를 어지럽힐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문호를 개방해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됩니다. 미국을 보세요. 수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잖아요. 우리 일본 국민도 미국으로 많이들 이민을 갔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미국에 간 일본 국민의 출산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아참 뭐 이건 오늘 회의의 요지가 아니니 넘어가기로 하고. 여하튼 우리 일본도 이민자들을 더 많이 더 빨리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니 하토야마 씨, 요새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슨 문제를 일으키는지 잘 아시잖아요. 온갖 강력범죄에 테러까지.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극렬한 테러분자가 들어오면 어쩌나 하면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들어오면 올수록 일본 사회는 엉망진창이 될 거예요.”
“오야마 박사님, 교육자란 분이 그리 편협한 생각을 합니까. 우리 일본의 이민정책은 그야말로 쇄국정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에도시대 때 쇄국정책을 펴다가 미국 페리 제독의 군대에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까. 개방만이 살길입니다.”
“어떻게 이민자 문제를 쇄국하고 비교합니까. 미국이야 이민정책이 성공했다지만, 유럽을 보세요. 유럽을. 이민자를 받아들여 얼마나 혼란스러운가를요.”
마시다 국장은 머리를 감싸 안았다. 이민자이야기는 꺼내지 말도록 했어야 했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갈길이 멀었다. 마시다 국장의 시름은 깊어갔다.
일본은 현재에도 장기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이 잃어버린 30년으로 확대된 모양새다.
이런 일본의 장기 경제 침체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중국이다. 이는 아시아 개발은행의 2015년 보고서‘일본 장기침체와 관련한 중국의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보면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은 출산율이 1.3 수준이란 발표가 있은 직후 난리가 났다. 이는 일본의 출산율 1.36과 비교해 차이가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중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 답이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전면적인 과외금지가 아닐까 싶다. 중국도 우리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출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 학부모들도 사교육비의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니 애들 학비 때문에 애를 낳는 것을 고민하는 일은 막자는 게 중국 정부의 생각일 것이다. 아마, 중국은 우리나라의 과외금지 시절의 자료를 분석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의 처지를 보자면 중국 생각할 때가 아니다. 2021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꼴찌다. 중국보다도 일본보다도 더 못한 게 현실이다.
2021년 우리나라의 출산대책 관련 예산이 46조라 한다. 혹자는 저출산 대책으로 지금까지 200조가 넘는 예산을 썼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초저출산의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일본을 장기침체의 늪으로 함몰시킨 저출산이다. 일본에 세계 제1의 부채국이 되게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저출산이다. 우리나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왜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기를 부담스러워하는가. 왜 젊은 세대가 결혼하기를 힘들어하는가. 이론이 아닌 현실적인 고민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