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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Jan 18. 2021

독일에서의 코로나, 차갑고 조용한 밤

한국에 있을 때는 독일의 코로나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늘 하면서 독일의 상황을 걱정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돌아와 생활하니 큰 불편함은 없었다. 12월부터 록다운이 심화되어 여행도, 쇼핑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 덕에 집에 틀혀박혀 핑계 없이 공부만 해야 하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학교도 가지 않고, 매일 강아지 산책을 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마트에서 장을 봐오는 일상은 그다지 나쁘게 여겨지지 않았고 오히려 규칙적인 일상에 익숙해졌다. 


록다운으로 텅 비어버린 시내.. 심지어 크리스마스 전이였지만 사람도, 이벤트도 없다


그렇지만 주변 학부생 친구들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이미 한국에 돌아가서 생활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한국보다 독일에 남아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독일은 학비가 없기 때문에 많은 유학생들이 부모님께 약간의 돈만 지원받거나, 생활이 넉넉지 않은 학생도 일단 와서 알바를 하면서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 H도 그런 케이스였다. 하지만 코로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만들었다. 일단 알바를 하던 가게,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H는 일자리를 잃었고 학업과 병행할만한 일자리를 다시 찾는 건 너무 어려웠다. 이제나, 저제나 나아지려나 겨우 겨우 버텼지만 쫓기듯 한국행을 선택해야 했다. 지난번 중고책 거래를 하느라 만났던 남학생도 생활비가 떨어져 한국으로 돌아간다 했었다. 다시 독일에 돌아오려면 천만 원은 넘는 돈을 슈페어콘토에 넣어와야 할 테니.. 한국에 가서 독일에서 생활할 돈을 다시 벌어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피해상인, 학부모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지만 유학생은 그 혜택의 테두리 밖에 놓여있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서도 처지는 갈린다. 부모에게서의 지원을 받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과 떠밀리듯 쫓겨나야 하는 사람. 누구나 장학금을 받고 공부할 수는 없으니 (그리고 학부생이 장학금을 받는 건 더 어렵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가족의 자본이 그들의 앞날을 결정하는 거다. 



 요즘 제일 맘 편한 아이들은 우리 강아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맘 편히 자는 걸 보면 괜스레 웃음이 난다. 나도 코로나로 어딜 가지 못하고 매일 함께 있어주고, 산책길엔 평소보다 사람이 더 없고, 아주 좋을 때 같다.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갑갑해질 때도 있지만 집 안에 틀혀박혀 지낼 때 종종 내 방이 요새같이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지금은 조용한 나날들이다. 친구들도 만나기 어렵고, 있던 친구도 한국으로 돌아가는 지금은 조금은 외로운 시간일 것이다. 난 오피스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따로 재택근무로 바꾸어 일할 것도 없고, 늘 그렇듯 집에서 공부한다. 하지만 원할 때 학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 떨 수 없고, 도서관도 마음대로 드나들기 어렵고 계획된 컨퍼런스는 모두 취소되고 여행도 어려운 이 때는 정말로 집에서 도를 닦는 마음으로 지내야 한다. 


온난화 현상이니, 재해니, 질병이니 하는 모든 것들이 요즘 우리 삶에 영향을 준다. 결국은 우리가 자초한 일인 걸까, 하는 푸념과 부정적인 생각이 들다가도 또 지금 누릴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한다. 지금 내게 있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코로나가 잘 알려줬으니까. 그리고 지금 어려움을 겪는 모든 친구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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