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열아홉 살 때부터 함께였던 두 마리 쌍둥이 강아지가 있었다. 노엘이 와 노아.
노엘이는 오랫동안 아픈 후 올해 1월 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늘 건강하고 씩씩했던 노아는 10월 초에 간암 추정진단을 받았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는데 점점 무너져가는 강아지를 보면서 이 아이를 보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있다.
일주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이 10월 초에 끝났고, 여행 후 노아의 배가 빵빵하게 불러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살이 찐 줄 알았는데 먹는 양에 비해 배만 많이 나와서 병원에 다녀왔다. 동네 수의사는 노아의 배를 초음파로 검진한 후 이곳에서는 해줄 것이 없다며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클리닉 (상급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초음파 검사를 다시 했고, 클리닉에서는 노아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당장 수술을 하자고 했다. 수술을 해도 살아날 확률은 적지만 해야 한다고 했고, 배를 열고 노아 간의 상태를 본 후 예후가 좋지 않을 것 같으면 그대로 안락사를 시킬 것이라고 했다.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일주일 이내 노아는 죽을 거라고도 했다. 천청벽력과 같은 소리에 그날 결정을 하지 못했다. 하루 고민을 한 후 그래도 마지막 희망이라니 수술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그다음 날 다시 병원에 갔다. 다른 의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또 다른 소견을 우리에게 내주었다. 수술은 너무 위험하고 추천하지 않는다. 아마 수술 도중에 죽을 확률이 높다.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고민해 보자.라고 했고, 나와 남편은 그래도 희망이 있는 줄 알고 좋아하며 노아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그렇지만 그날부터 노아는 모든 음식을 거부했고, 다음날 응급병원에 데려갔더니 복수천자를 해줬다. 복수 때문에 식욕이 떨어진 것 같다며 아마 천자 후에는 식욕이 올라갈 거라고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노아는 음식을 거부했다. 강급이 시작됐다. 그래도 그다음 날부터 기운을 많이 차려서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복수가 찼다. 맘이 급해져서 이런저런 식단을 고민하고 동종요법도 시작했다. 어제로 세 번째 복수천자를 해 주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천자만 해주면 그래도 우리 곁에 오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세 번째 복수천자 후 노아는 배 전체가 피멍으로 번졌고 상태도 좋지 않아 졌다.
지금까지 세 군데의 병원을 다녀왔는데 모두 강아지 안락사를 권했다. 노엘이도 결국 안락사를 하지 않고 하늘나라에 갔기 때문에 우린 안락사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노엘이를 돌봐주었던 동네 수의사가 했던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강아지가 더 이상 걷지 않고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한다면 안락사를 해 줘야 한다는 말.
노아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하늘나라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노아를 낫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노아가 우리의 곁을 떠난다는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하루하루 변해가는 노아를 보며 노아가 많이 아픈 상태이고 더 이상 나을 확률이 적다는 사실을 점점 받아들이고 있다.
노아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후로는 거의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 노아와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함께 동네 산책을 가고, 걷지 못하는 노아를 가방에 매고 자주 가던 카페에 앉아있고. 남편은 다음 주 일을 빼고 나와 노아와 함께해 주기로 했다.
노아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뭘까. 그걸 알 수 없으니 많은 강아지 보호자들이 안락사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도 노아가 조금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노아를 붙잡아둔 것이었고. 지난달에만 해도 같이 여행을 다니고 산책을 하고, 건강했던 노아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아프게 되니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가 함께 한 14년의 시간만큼 우린 서로를 더 믿게 되었고, 또 알게 되었는데. 네가 이제 곧 긴 여행을 떠난다니..
늘 내 옆에 있어주던 강아지가 더 이상 옆에 없다면 나는 잘 지낼 수 있을까. 노엘이가 힘겹게 하늘나라로 떠났고, 그 이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노아와 이별하는 게 자신이 없다. 노엘이는 오래 아파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정작 죽음이 닥쳐오니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건강하던 노아는..
강아지가 많이 아프다고 나의 생활이 무너지고 바뀌는걸 주변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는 좀 어렵다. 물론 독일 사람들이 한국보다는 조금 더 공감해 주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나 공적인 차원에서는 티를 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여기는 어떤 면에서 강아지의 삶을 더 냉정하게 바라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강아지가 더 이상 나아질 수 없고, 개의 삶의 질이 망가지고 있다고 여기면 안락사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노아를 잡고 놓아주지 못하는 나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슬픔은 이해해 주지만,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은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10년, 독일에서 3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나는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는데, 노아는 어땠을까. 이곳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결국 노아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일테니 내가 결정해야 한다고. 난 잘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노아에게. 나의 삶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