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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y 17. 2017

안녕, 헝가리!

헝가리를 배우는 시간

독일에서의 생활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자신은 없지만 가게에서 가격을 묻고 물건을 사는 일은 독일어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독일어를 배우고, 독일어 수업 숙제를 하고, 친구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두 권 중 하나는 특별히 유머감각이 있는 작가가 쓴 책이었다. 영향을 받아 내 글에서도 그 유머감각이 비췰 수 있길 바라고 있다. 


한 달간의 독일에서 달콤하고 여유로운, 그러나 내적으로는 조금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헝가리에 있는 친구를 방문했다. 이미 3-4년 전부터 내게 헝가리를 놀러 오기를 제안했던 친구였는데 이제야 가게 되었다. 같은 유럽에 있어도 다른 나라를 가는 일은 돈과 시간을 잘 조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내가 지내고 있는 Radebeul이란 작은 도시는 Dresden 옆에 붙어있는데 여기는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와는 상당히 가깝다. 버스로도 6-7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고 이 거리는 같은 나라에 있는 프랑크푸르트보다도 더 가까운 거리다. 친구가 사는 도시는 Györ라는 곳이고 부다페스트와 오스트리아의 빈 중간 정도에 위치한 곳이다. 두 도시 모두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이에 갈 수 있다. 내가 헝가리에서 지내기로 약속한 시간은  Györ에서 이틀, 부다페스트에서 하루였다. 오래 여행할수록 돈도 많이 들고 일하는 친구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짧게 계획했다. 늘 그렇듯, '언젠가 또 갈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조금 있었다. 


친구를 처음 만난 곳은 한국이었다. 내 친구는 헝가리인이고, 한국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아직 내가 풋풋한 대학생일 때 여름 프로그램으로 방문한 내 친구를 공항에서 픽업하는 일을 맡았다. 그렇게 처음 만난 친구가 지금까지 연이 닿았던 것이다. 인생은 참 신기하다. 만남이 시작되었을 때는 잘 알지 못한 우리의 관계는 타이밍과 노력에 의해 계속 연결되고 그 깊이가 깊어졌다.


친구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

처음  Györ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간 곳은 한 고등학교였다. 기차역에서 만난 내 친구는 곧장 나를 학교로 데리고 갔다. 내 친구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여기 학생들에게도 방과 후 수업의 일환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날 내가 부탁받은 건 수업시간에 "나타나" 한국어로 대화를 조금 하고 한국에 대해 발표도 하는 일이었다. 많은 학생들에게 나는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이었던 것 같다.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관심도 많고 한국어도 곧잘 했다. 대학교를 한국에서 다니고 싶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과연 내가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을까? 


팔링카 - 헝가리 전통술


친구의 집으로 가자 친구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팔링가와 함께. 팔링가는 헝가리 전통 술인데 50도수가 훌쩍 넘는 술이다. 보통 배, 복숭아와 같은 과일로 만들고 친구의 아버지는 직접 술을 담그셨다고 한다. 환영 주로 꼭 마셔야 한다고 해서 잔을 들었는데 원샷하란다. 아니면 너무 독해 마실 수 없다고. 소주보다 훨씬 독하다.  친구 삼촌은 실제로 소주를 마시고 나서 '이걸 마시고 내가 뭘 느껴야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굴라쉬 만드는 과정


헝가리에 도착한 이튿날 점심은 굴라쉬와 빵을 만들어 먹었다. 빵은 반죽만 준비하면 그 후는 꽤 간단해 보였다. 반죽을 납작하고 동그랗게 만들고 여러 부분으로 잘라서 돌돌 말면 끝. 그리고 오븐에 구우면 노릇노릇한 빵이 되었다. 친구는 만들기 쉬우니 한국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생각하면 내가 빵을 구울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이 빵을 굴라쉬와 함께 먹었다. 헝가리는 다른 많은 유럽 나라들과 다르게 고춧가루, 고추장을 먹는 나라이다.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매콤하게 먹을 수 있다. 쌀밥을 말아먹고 싶은 모습이다 정말. 

헝가리의 전통


친구가 사는 마을은 Györ에서도 조금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헝가리에서 전통적으로 꾸며놓은 나무도 볼 수 있었다. 보통 헝가리 사람들은 미혼 여성이 있는 집 나무에 이렇게 꾸며놓는다고 한다. 남자들이 나무를 이렇게 꾸미는데, 나무를 꾸며준 남자 중 하나와 결혼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도 솔직히 대놓고 '나 솔로입니다' 하는 건 조금 부끄러운 거 같다. 내가 헝가리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나 보다. 


마을 표지판
Györ

Györ의 시내로 나가면 건물들이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꼭 드레스덴의 많은 건물들과 비슷하다. 거리는 쾌적하고 예쁘다. 


Györ


헝가리 상점에 표지판을 보면 가끔 이런 모양을 볼 수 있다. 바로 해당 상점에서 어떤 물건을 취급하는지 간판을 보고 알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간판이 이렇게 생겼다던데 이제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단다.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덕분에 거리도 더 예쁘다.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는 일은 가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Györ에서 얻은 즐거움은 헝가리를 아는 지식이었다. 이 넓은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된 것이 생겨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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