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즐거움
나는 지금 Radebeul(라데보일)이라고 하는 동네에 살고 있다.
독일인 친구 집에 다행히 얹혀살 수 있게 되어 독일에서 지내는 세 달 동안의 시간을 이 동네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여긴 Dresden(드레스덴)에서 S-Bahn(우리나라로 치면 기차)으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고, 내 친구도 여긴 조금 큰 마을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시골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내 방 창문에는 가끔 말을 타고 다니는 아이들이 보이고 우리 옆집에는 작은 포니와 염소도 기른다.
친구의 부모님은 주말이면 열심히 정원을 가꾸신다. 평일에도 오후 2시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잠깐 잔 다음에는 정원을 가꾼다. 독일 가정집들의 정원은 겉으로 보기에도 예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더 크고 멋있다. 독일 사람들에게 정원을 가꾸는 건 어떤 사명같이 느껴지나 보다. 엄청나게 공을 들인다. 같이 독일어 학원을 다니는 친구는 독일 사람들을 보고 '자기 외모는 안 꾸미지만 정원은 꾸미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했다.
비가 오고 개인 날에 창문을 열면 풀내음이 상쾌하게 난다. 친구 집 정원은 너무 사랑스럽다.
정원이 큰 만큼 여러 나무와 꽃을 심었다. 허브도 많이 있다. 필요한 과일이나 허브, 야채를 가끔씩은 정원에서 따 오기도 하는 모습은 도시에서만 자란 내겐 참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풍경이다.
정원에는 각종 식물도 자라지만 동물도 많다.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이 어떤 나무고, 열매인지 나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한다. 어릴 때는 분명 꽃나무 이름과 생김새를 곧잘 외웠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에서 잘 보이는 식물이 아니면 잊게 된 것 같다.
어제는 정원에서 뱀이 나왔다고 한다. 사람을 해치는 뱀은 아니고 거미나 개구리를 잡아먹는 뱀이라던데 나는 못 봐서 정말 아쉽다. 대신 비가 오고 난 후에 정원에 이렇게 큰 달팽이들이 많이 보인다. 친구 엄마는 식물을 너무 많이 먹는다며 달팽이들을 가위로 잘라버린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는 저 달팽이들을 기를 목적으로(?) 돈주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실텐데.
친구네 집 정원에는 친구 아빠의 작업실이 있다. 여기에는 새집도 많이 지어놨는데 한 집에 작은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가까이 가면 아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고, 조금 기다리면 엄마 아빠 새들이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친구 아빠는 이 작업실에서 기타도 만들고, 집을 고치는 재료도 만들고 한다.
요즘은 내 친구도, 친구 언니도 다 커서 사용하지 않지만 친구가 어릴 때만 해도 이 카라반을 타고 여행을 했다고 한다. 카라반에 들어가 보니 이 층 침대, 침대, 식탁, 화장실, 부엌이 다 갖춰져 있다 (가지고싶다..). 유럽에서는 가족들이 카라반을 타고 여름방학 동안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고 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친구 아빠는 손자 손녀들이 생기면 다시 사용할 생각이라고 한다.
독일 사람들은 많이들 가족이 생기고, 작은 아이들이 태어나면 시골로 이사가 이런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사는 걸 희망한다고 한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새들이 지저귀고, 계절에 따라 다른 열매가 열리고 꽃이 피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이곳 사람들은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