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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y 13. 2017

독일 가정집 구경하기

정원의 즐거움

나는 지금 Radebeul(라데보일)이라고 하는 동네에 살고 있다. 


독일인 친구 집에 다행히 얹혀살 수 있게 되어 독일에서 지내는 세 달 동안의 시간을 이 동네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여긴 Dresden(드레스덴)에서 S-Bahn(우리나라로 치면 기차)으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고, 내 친구도 여긴 조금 큰 마을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시골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내 방 창문에는 가끔 말을 타고 다니는 아이들이 보이고 우리 옆집에는 작은 포니와 염소도 기른다. 


친구의 부모님은 주말이면 열심히 정원을 가꾸신다. 평일에도 오후 2시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잠깐 잔 다음에는 정원을 가꾼다. 독일 가정집들의 정원은 겉으로 보기에도 예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더 크고 멋있다. 독일 사람들에게 정원을 가꾸는 건 어떤 사명같이 느껴지나 보다. 엄청나게 공을 들인다. 같이 독일어 학원을 다니는 친구는 독일 사람들을 보고 '자기 외모는 안 꾸미지만 정원은 꾸미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했다. 


비가 오고 개인 날에 창문을 열면 풀내음이 상쾌하게 난다. 친구 집 정원은 너무 사랑스럽다. 


여름이 가까이 온 정원
이게 모두 한 집의 정원이다
봄이 물씬 느껴지는 정원


정원이 큰 만큼 여러 나무와 꽃을 심었다. 허브도 많이 있다. 필요한 과일이나 허브, 야채를 가끔씩은 정원에서 따 오기도 하는 모습은 도시에서만 자란 내겐 참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풍경이다. 


허브- 독일어로는 설명을 들었지만 한국이름은 모르겠다. 레몬 향이 난다. 
엘더베리 나무(Elderberry)
엘더베리. 꽃도 쓰고, 열매도 쓸 수 있다
포도가 자라고 있다
사과나무 꽃
이게 무슨 꽃이냐면, 부추에서 나오는 꽃이다
Black Current
체리나무

정원에는 각종 식물도 자라지만 동물도 많다.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이 어떤 나무고, 열매인지 나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한다. 어릴 때는 분명 꽃나무 이름과 생김새를 곧잘 외웠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에서 잘 보이는 식물이 아니면 잊게 된 것 같다.



어제는 정원에서 뱀이 나왔다고 한다. 사람을 해치는 뱀은 아니고 거미나 개구리를 잡아먹는 뱀이라던데 나는 못 봐서 정말 아쉽다. 대신 비가 오고 난 후에 정원에 이렇게 큰 달팽이들이 많이 보인다. 친구 엄마는 식물을 너무 많이 먹는다며 달팽이들을 가위로 잘라버린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는 저 달팽이들을 기를 목적으로(?) 돈주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실텐데.


정원 작업실의 새집


친구네 집 정원에는 친구 아빠의 작업실이 있다. 여기에는 새집도 많이 지어놨는데 한 집에 작은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가까이 가면 아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고, 조금 기다리면 엄마 아빠 새들이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친구 아빠의 작업실

친구 아빠는 이 작업실에서 기타도 만들고, 집을 고치는 재료도 만들고 한다. 


카라반

요즘은 내 친구도, 친구 언니도 다 커서 사용하지 않지만 친구가 어릴 때만 해도 이 카라반을 타고 여행을 했다고 한다. 카라반에 들어가 보니 이 층 침대, 침대, 식탁, 화장실, 부엌이 다 갖춰져 있다 (가지고싶다..). 유럽에서는 가족들이 카라반을 타고 여름방학 동안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고 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친구 아빠는 손자 손녀들이 생기면 다시 사용할 생각이라고 한다. 


친구네 집 현관

독일 사람들은 많이들 가족이 생기고, 작은 아이들이 태어나면 시골로 이사가 이런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사는 걸 희망한다고 한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새들이 지저귀고, 계절에 따라 다른 열매가 열리고 꽃이 피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이곳 사람들은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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