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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Apr 29. 2017

독일에서 지냅니다

가까이서 살짝 들여다본 저녁 식사

독일에서 아빠 생각이 제일 많이 날 때가 있다. 바로 식사 시간.


육류와 감자를 주로 먹는 독일에서 지낼 때면 아빠가 좋아하시던 음식들이 눈에 선하게 비친다. 난 고기를 먹지 않지만, 그래도 잘 먹고 지낸다. 독일에서 베지테리안이 굶지나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도 많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용 소시지, 햄, 너겟, 미트볼 등 다양하게 고기처럼 위장한 콩 요리가 있다. 그냥 먹을만한 게 아니라 정말 맛있다. 한국 가면 그리울 음식들. 

평범한 날의 저녁 식사

함께 지내는 친구 가족들과 먹은 저녁 식사 사진이다. 매일 이렇게 차려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모든 독일 가정이 저녁을 이렇게 푸짐하게 먹지도 않는다. 실제로 많은 독일 사람들은 저녁은 대충 먹는다고 한다. 그래도 내 친구의 아버지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시기 때문에 저녁을 잘 차려 주신다. 친구의 엄마는 요리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기 때문에 요리는 대부분 친구의 아빠 몫. 친구 아빠가 대부분 저녁을 하고 밥을 먹고 나면 부엌 정리까지 깔끔하게 하신다. 그리고 내게 자랑스럽게 하시는 말씀. "Meine Küche ist immer sauber!"(내 부엌은 늘 깨끗하지!) 다 먹은 음식을 정리하고 그릇까지 식기세척기에 넣어두는 모습이 새삼 자연스럽다. 


거의 3주의 시간을 이 집에서 보내면서 매 저녁 식사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은 치즈와 빵이다. 독일에서는 위에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갈색 빵을 많이 먹는데 흰 밀빵보다 포만감도 높다. 아침에는 이 빵을 먹어야 속이 든든하다. 그리고 나를 위해 생선을 준비해 주기도 하는데 대부분 훈제된 생선이다. 빵과 함께 먹는다. 빵에는 버터를 바르고 햄, 치즈, 생선 등을 함께 먹는다. 내 친구 아빠는 빵에 하몽을 많이 먹는다. 위에 햄처럼 나온 사진도 하몽이다. 

소시지 바비큐, 샐러드.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소시지도 많이 먹는다. 보통 소시지는 바비큐로 구워 먹는데 소시지, 빵, (구운) 치즈, 샐러드를 많이 먹었다. 내 몫은 고기로 만들지 않은 베지테리안 소시지. 엄청 맛있다. 친구 아빠가 구운 소시지들은 정말 먹음직스럽다. 전기 바비큐 그릴 말고 숯을 넣는 바비큐 구이에는 맥주를 솨아-넣어서 맥주 향이 고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고 한다. 그러면 육질도 부드럽고 냄새도 엄청 좋다고 한다. 


ⓒKimkim

보통 저녁 식사에는 샐러드가 많이 올라온다. 채소와 치즈를 넣은 샐러드에 샐러드 소스를 곁들인다. 금방 만든 샐러드는 아삭하고 신선하다. 음. 맛있어. 친구 S는 보통 샐러드 담당이다. 덕분에 난 옆에서 간단한 샐러드 레시피를 배웠다. 포인트는 샐러드에 들어갈 야채는 아주 대충 씻는다(!)는 것. 


ⓒKimkim

오늘 소시지를 먹을 때는 특별히 구운 바게트와 함께 먹었다. 식사에 올라오는 빵은 매번 다르다. 갈색 빵 Brot 같은 경우에는 보통 1유로가 안 되는 가격이고 대부분의 빵이 저렴하다. Brot 하나를 사면 세네 명은 거뜬히 한 끼 식사를 한다. 우리나라 쌀은 얼마 하더라. 


ⓒKimkim


바비큐로 구운 소시지. 이걸 아빠에게 맛 보여 주어야 할 텐데 늘 생각한다. 아빠가 옆에 있었으면 엄청 잘 드셨을 것 같다. 소시지 옆에 놓인 소스는 친구 아빠가 자부하는 특제 소스다. 케첩, 마요네즈, 머스터드소스, 커리 파우더를 넣는다. 


ⓒKimkim


늘 식사가 푸짐한 건 아니다. 이렇게 간단한 식사도 있다. 매쉬드 포테이토, 황도, 피시 케이크, 그리고 크림소스. 처음 독일에 왔을 때는 뭘 먹어도 포만감이 별로 들지 않을 때가 있었다. 쌀밥을 먹어야만 채워질 것 같은 허기였다. 그때 이런 저녁식사를 했다면 계속 간식을 찾았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됐는지 저녁은 이렇게 간단히만 먹어도 배 부르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지만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간식 타임을 가진 후 먹는 저녁이라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사실 난 간식으로도 늘 쉴 새 없이 먹는 것 같다. 


여기서 잘 먹고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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