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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Nov 29. 2017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 어디쯤

소소한 태클 1

언젠가 헝가리 출신 친구와 시골 마을에 있는 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거기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반가웠는지 지나가며 말도 거시고, 친구의 한국어 실력에 칭찬도 해 주셨다. 그중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 

"어디에서 왔어?"

"헝가리요."

"거긴 어디야?"

"유럽에 있어요."

"오~ 유럽! 가만있어보자. 헝가리는 소득이 얼마나 되지?"


친구는 그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어르신들끼리 모여 헝가리가 한국보다 GDP가 높은지 핸드폰으로 검색하기 시작하셨다. 


"에이~ 한국 국민소득이 더 높구먼."




나의 헝가리 친구가 내게 자주 하는 불평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헝가리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거다. 헝가리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심지어 남아메리카에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헝가리에서는 헝가리 어를 사용한다고 말해도 끝까지 헝가리어가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게는 친구가 온 나라인 헝가리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 자랑을 늘어놓고, 또다시 한국의 역사만큼 슬픈 역사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많이 만났다고 한다. 내 친구는 말했다. 헝가리 역사도 그만큼 슬프고 끈질겼다고. 


한때는 나도 우리나라가 얼마나 훌륭한 문화와 인재를 가졌는지 자랑하고 싶어 했다. 초등학생 시절 외국에서 생활을 할 기회가 있을 때 되지도 않는 짧은 영어로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연설을 하곤 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모르는 나의 나라에 대해 자랑함으로써 내 존재도 인정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요즘 인기 있는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 대해 좋은 점을 늘어놓고 한국의 것이 얼마나 훌륭한지 이야기할수록 그 회에서 출연한 출연진들의 인기도가 올라가는 것 같았다. 기사에서는 그 출연진들이 얼마나 친근하고 다른 나라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진  훌륭한 외국인이라 떠들었다. 프로그램은 점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느끼는 장점을 펼쳐놓는 프로그램으로 변하는 것 같아 보였다. 


외국에서 생활하다 한국에 돌아오면 가장 진하게 느끼는 건 우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가, 내가 남들보다 잘나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존재여야 할 텐데.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면(面)"을 중시하는 이런 문화는 우리의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결정하는 순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국가적으로도 "면"은 강조되고 또 장려된다. 


출처 중앙일보 기사

트럼프가 방한했을 때 동시에 화제가 된 것은 주변 나라인 일본과 중국은 어떻게 그를 맞이했나였다. 뉴스를 틀면 하루 종일 그 이야기만 해 대는 바람에 자꾸만 짜증이 났다. 남들이 그를 어떻게 맞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물론 국제정치에서 다른 국가의 예우를 알아보는 건 필요하겠지만 이건 뭐 하루 종일 일본은 어떻게 했다더라, 중국은 어땠다더라. 마치 엄마가 내게 "누구는 어디서 직장을 다닌다더라." "누구는 어떤 사람이랑 결혼을 했다더라" 하루 종일 말하는 것 같았다(우리 엄마가 실제로 그런다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리고 그 모습이 내게도 있다) 이건 마치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 그 어디쯤 헤매고 있는 모양 같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종이 앞면과 뒷면 같은 사이 아닌가? 



우리네 사적이고 소소한 삶에서 필요한 건 이런 생각 아닐까.

우리는 어느 한 사람도 다른 사람의 길을 엎치락뒤치락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니라 모두 각자의 길과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볼 때에도 누구는 잘 사는 나라 사람, 누구는 못 사는 나라 사람 비교하지 않는 게 우리 정신 건강에 이롭다. 그러니 이 사람에게는 부러움과 열등감을 가지고 저 나라 사람에게는 우월감을 가지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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