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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Dec 31. 2017

꿈과 현실에 대한 그녀의 기억 - 프란시스 하

짧은 생각들

젊음과 상관없이 노련히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이런 인생은 벌써 두 번, 세 번째로 겪어본 것처럼 삶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안정된 항해를 해 가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난 참 실수도 많고 돌아가야 하는 길도 많이 만난다.


지난주에는 면접 탈락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 슬펐던 부분은 내가 벌써 탈락했을 거라는 상상을 스무 번도 넘게 했고, 거절당한 이 느낌이 익숙해졌다는 거다.


실패와 거절에 익숙해진 건 나의 탓일까, 우리네 사회의 탓일까


몇 주 전 [프란시스 하] 영화를 보았다. 좋은 영화라는 추천을 많이 들어왔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아 보지 않던 영화였다. 아마 흑백영화가 주는 고정관념 때문이었을까.

결론적으로는 적당한 때에 내게 위로를 주는 좋은 영화를 보았다. 나에게는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만큼 위로를 받았던 영화였다.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현대 무용 지망생이다. 무용 단원에서 수습생으로 근근이 벌어먹고 생활을 하는데 아직까지 인정받지 못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지도 못하는 처지이다. 나이는 20대 후반이지만 아직 어느 것 하나 이루어 놓지 못했다. 돈도, 꿈도, 사랑도 우정도 모두 미숙하다.


모든 사진 출처 프란시스 하 공식 홈페이지


-무슨 일 하세요?

-진짜 한심한 질문이네. 농담이에요. 설명하기 어려워요.

-복잡한 직업이라서요?

-왜냐면 진짜 하고 있는 아니라서요. 전 무용수예요.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소피가 초대받은 식사 자리에서 혼자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는 장면. "왜 저런 이야기까지 하는 거야" 하는 생각에 나까지 민망해지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나도 꼭 그렇다. 남들이 보는 내가 프란시스 같지 않았을까. 남들에게 뒤쳐져 보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나를 포장하지만 그런 모습마저도 어색해 보이는 그런 모습.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 영화다. 영화를 설명해주는 글에서 읽었는데 그건 아마 영화가 현재 시점이 아닌 과거를 회상하는 프란시스의 시점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화는 프란시스의 시점에서 왜곡되기도 하고, 과장되기도 한다. 영화 말미에 가서 프란시스는 결국 길고 힘겨웠던 방황을 끝내고 자신의 자리를 잡게 된다. 그 모든 시선이 프란시스가 하고 있는 회상의 시점이라니 나도 안도감이 든다. 나도 언젠간 내 자리를 잡을 수 있겠지?


많은 영화 후기에서 프란시스가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그런데 난 솔직히 프란시스가 답답했다.

내가 땅 위에 발을 붙이고 걷지 못하는 것처럼 프란시스도 현실이 아닌 꿈결을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좀 현실적으로 살 순 없을까. 프란시스가 답답했던 건 아마 프란시스를 통해 나를 보았기 때문일 거다.


어리석은 나의 젊은 날은 늘 어딘가 부딪히고 먼 길을 돌아간다.

어쩌면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 아닐 거다. 내가 이 사회에서 맞추어 살아가기 위해 깎이고 희생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거기엔 부조리도 있고 질서와 법칙도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늘 하는 바람이지만 2018년을 기다리는 지금도 그 바람을 다시 기도한다.

2018년에는 나의 길이 조금 더 명확해지고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리석어 보일 수 있지만 난 또 작은 희망을 기대한다. 우리 인생의 선배들이 하는 말도 귀담아 들어본다.


...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산다는 것, 박경리 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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