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kim Jan 14. 2018

전기차를 고려하는 당신이 알았으면 하는 사실

제주 후에 깨닫는 것들


부모님이 제주에 살고 계신다. 덕분에 나도 제주에 갈 일이 많아졌다.

제주도는 내게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이번 방문에는 처음으로 눈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되었다.


도로가 빙판길이 되어 버렸다

제주도에서 차를 렌트하는 일은 아주 쉽고 저렴하다. 

육지에서 차를 렌트하려면 저렴해도 하루 최소 5만 원 정도가 들지만 제주에서는 비수기에 경차를 1-2만 원이면 빌릴 수 있다. 그래서 제주에 있을 때는 렌터카를 많이 이용했는데 요즘 들어 제주에 전기차가 많이 보였다. 


"나도 한번 타볼까?"


전기차가 공해를 만들지 않아 환경에 더 좋다는 말을 이곳저곳에서 들은 터라 전기차 렌트를 알아보았다. 가격은 보통 일반 휘발유 소형차보다 1.5배 정도가 더 비쌌지만 기름값이 훨씬 적게 들었다. 


전기차를 타면 계기판에 이렇게 앞으로 몇 키로를 더 달릴 수 있는지 표시된다. 이 숫자는 에어컨을 켜면 줄어들기도 하고 엑셀을 너무 강하게 밟으면서 운전하면 더 빨리 줄어든다. 아, 그리고 좋은 것 하나는 액셀을 밟지 않고 달려도 되는 내리막길 같은 도로에서는 charge 표시가 되는데 그건 자가충전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제주 산간지역을 내려올 때 운전 가능한 km 수가 저절로 올라가는 걸 보면 재미나다. 


그리고 전기차는 기종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가 다르다. 내가 빌렸던 차는 아이오닉과 소울이었는데, 아이오닉은 250km 정도이고 소울은 150km였던 것 같다. 직접 타보면 100km 차이가 엄청나다. 그리고 충전을 할 때 완충을 선택해도 실제 충전은 항상 30km 정도를 남기고 끝났기 때문에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220km와 120km 정도였다. 여행을 위해 차를 빌린다면 150km는 늘 조금 불편하다.


전기차 충전기계는 서귀포 지역에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정작 필요할 때 충전소를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항상 주행 가능 거리가 50km 이하가 되기 전에 충전을 해 주는 게 좋다. 나는 전기차 렌트를 할 때 렌트카업체에서 하루 3000원에서 4000원씩 하는 전기차 충전카드를 받아오지 않았다. 하루 충전비가 3-4000원이면 휘발유 차량에 비해 저렴하지만 실제로 전기차 충전기계에서 내는 비용은 3000원보다 적을 때가 더 많다. 그냥 환경부 표시가 있는 충전기계를 찾아 신용카드를 내고 충전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충전시간은 보통 급속 충전기계에서 30분 정도 소요된다. 


여기까지는 전기차를 렌트한다면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다음 내용은 내가 이 포스트를 통해 진짜 전하고 싶은 내용이다. 만약 정말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용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 




처음 몇 번 제주에 갔을 때는 버스를 타고 서귀포 저 아래 동네까지 다녔는데 요즘은 면허가 없는 엄마 핑계를 대며 계속 렌터카를 이용했다. 그러면서도 환경오염에 가세하고 있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전기차를 타서 나의 죄책감을 덜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전기차는 정말 공해를 만들어내지 않는 친환경적인 차라는 그런 순진한 생각을 어떻게 결론으로 내린 걸까.

아마도 뉴스나 미디어 여기저기에서 떠들어대는 "전기차=친환경"이라는 문구가 내게 각인되었나 보다.


그렇게 몇 번 전기차를 렌트했다. 전기차는 일반 자동차 렌트보다 1.5배 정도 비싸지만(소형차/경차 대비) 주유비도 덜 들고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친환경"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되어 내가 누리는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았다.


그렇게 제주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고 문득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적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네이버에 아무리 물어도 제대로 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전기차=친환경"이라는 의미의 문구만 뉴스를 맴돌았다.


그래서 구글에 물어봤더니 쉽게 답이 나왔다.

BBC, the guardian 등에서 기사로도 이미 언급이 되었다.


http://www.bbc.com/news/magazine-22001356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ng-interactive/2017/dec/25/how-green-are-electric-cars

http://thegear.co.kr/11814


결론은, 지금 당장으로 보자면 꼭 그렇지도 않다.   

BBC 기사에서 말하길, 전기차가 친환경적인가를 확인하려면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1.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는가

2. 전기차를 이용할 때 쓰는 전기가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가


the guardian 기사를 통해 설명하자면 일반 휘발유 차량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Co2는 평균 5.6톤인 반면 전기차는 8.8톤이고 그중 거의 절반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란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전기의 생산 방식.

노르웨이처럼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면 모를까, 일본이나 중국, 또는 미국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대부분의 전기를 생산한다면 여전히 전기차를 타는 행위도 공해를 만들어내는 건 마찬가지이란다. 그저 차를 탈 때 매연이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거다.


에잇, 전기차를 타면 환경에 진짜 이로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었던 생각은 순진하고도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단순히 주입된 문구 뒤에는 다른 사람들의 많은 이익구조가 숨어있다.


전기차가 생산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정말 "친환경적인" 차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


우도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즐거움과 추억을 얻었던 자전거 여행


제주 여행에서 내게 남은 선택지는 얼마가 있는 걸까.
 편리함을 포기하고 여행할 수 있을까.


지금도 제주도에 가면 서울과는 다른 맑은 공기에 감탄을 하곤 한다. 그런데 제주에 더 오래 산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주의 공기도 많이 흐려진 거란다. 아마 거기엔 나의 한 자락 기여도 있던 것 같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선 우선 비행기 사용부터 줄여야 한다. 그러나 난 아직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소심하게 작은 것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련다.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할까 보다.

작가의 이전글 꿈과 현실에 대한 그녀의 기억 - 프란시스 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