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묘미
2015년도 여름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스페인은 매년 떠오르는 그리운 곳이 되었다.
스페인 여행이 끝난 후 몇 달 동안은 스페인의 뜨거웠던 열기와 기억을 잊지 못해 여기저기 여행의 추억담을 떠들고 다녔던 것 같다. 그러나 스페인을 다녀온 지 벌써 2년이 지난 지금은 기억은 흐려지고 40도가 넘었던 그때의 후덥지근한 열기만 몸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2015년 여름의 사진을 보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
왜 스페인일까? 왜 다시 가고 싶지?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사람 중 스페인을 나쁜 여행지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음식도 맛있고, 현지인들의 느긋함이 여행지에서 느끼고 싶은 여유로움으로 전달되기도 하는 것 같다. 춤, 노래, 건축, 자연환경. 어느 하나 여행지로서 부족한 것이 없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스페인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내게는 사람이었다.
스페인이 내게 찬란하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이유는 사람이었다. 눈을 마주쳤을 때 수줍지만 반짝이게 웃어주던 사람들과 따뜻하게 손 내밀어 준 사람들 때문에 그곳이 예쁘게 기억되었다. 스페인 여행이 아주 운이 좋았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인종차별을 경험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감사한 현지인들을 많이 만났으니. 세비야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나와 친구들이 버스가 끊긴 늦은 시간에 만난 한 가족이다. 택시를 어떻게 잡냐고 물어보자 큰 길가까지 나와서 손수 택시를 잡아주고 조심히 가라며 인사해주던 사람들. 기차 안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던 청년들. 내게 정겹게, 때로는 수줍게 말을 걸고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과 희망이 쌓이는 시간이었다. 서울 도시에서는 자주 느낄 수 없던 그런 감정이야말로 사람을 사랑하려는 나의 마음에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한 친구들이 있어서 특별한 여행이었다. 다른 나라, 다른 대륙에 살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자주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못하는 친구들이었다. 함께 모여 하루 종일을 붙어 다니고 깔깔거리며 떠들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즐거움이었다. 스페인을 함께 여행했던 친구 중 하나는 올해 싱가포르에서 결혼을 한다. 앞으로는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더 어렵겠지. 여행기간 동안 싸우기도 하고, 서로 진짜 미워하기도 했지만 돌아보니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일 뿐이었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인지, 더 그립고 다시 한번 더 해보고 싶다.
여행을 통해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키울 수 있었다. 그걸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여행이 스페인이었고, 그래서 난 스페인 여행이 너무도 소중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