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나는 대체로 삶의 희망을 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잔잔한 감동과 의미에 앞으로 뻗어나갈 힘을 주는 영화를 말이다.
언젠가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을 본 적이 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내내 음식을 만들었다. 클라이맥스가 어디인지 느껴지지 않는 영화를 보며 졸음과 무료함이 아른거렸지만 따뜻한 이불속에서 영화를 끝까지 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얼마 전까지도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런 삶을 추구하며 사는 게 불가능한 걸까?'
'이런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
후자는 이루어졌다. 그리고 심지어 더 '재미'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그리고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임순례 감독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동화를 통해 살짝 엿보았다.
일본 영화에는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영화가 여럿 있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이다. [심야식당], [카모메 식당], [하와이안 레시피] 같은 영화도 잔잔하고 지루한 게 딱 내 취향이다. 이런 영화에는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 주인공에게 영웅이 되라고, 주인공이 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것 만으로도 난 마음이 풀어진다. 우린 이미 사회에서 '특별한 (혹은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입받으며 커오지 않았는가.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영화에서도 주인공에게 무엇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한국사회를 언듯 비춰가며 주인공에게 부여되는 이 '주인공 콤플렉스'는 그녀를 괴롭힌다. 우린 왜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 그리고 왜 우리가 가야 할 바람직한 길은 이미 타인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것일까.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청년들에게 주입된 바람직한 삶은 이런 것 아닐까. 시골에서 벗어나 대학을 나오고, 어엿한 직장을 가지고 적당한 때에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과 결혼하는 일. 그러나 재하(류준열)가 말하듯 그건 타인에 의한 삶일지도 모른다. 재하는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는 일을 선택했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재하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나 되는 단단한 삶을 찾았다. 혜원(김태리)도, 은숙(진기주)도 그 길을 더듬어 찾고 있는 거였다.
내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환상적인 동화라고 표현한 것은, 영화에서 비추는 시골에서의 삶의 모습을 현실의 투박하고 서툰 모습들은 모두 감추고 동화처럼 완벽하게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혜원(김태리)은 모든 요리를 예쁘게 만들어내고, 쉽게 해낸다. 요리하는 장면은 빈 속으로는 절대 보지 말라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보다도 더 나의 침샘을 돋운다. 혜원이 시골에 돌아왔을 때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들도 있다. 친구와 이웃, 작물과 음식이 모두 자연스레 존재하는 그곳은 바로 동화 속이다. 그래서 영화는 예쁘고 또 예쁘다.
그러나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잘 붙잡았다면 좋겠다.
난 이 말이 참 와 닿았다. 우리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숲이 필요하다는 것.
돌아갈 수 있는 숲이 내게는 있던가.
도시에서 나고자란 나에게는 혜원과 같은 숲은 없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여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나는 혜원이 부럽다. 그러나 혜원과는 다른 나만의 숲은 분명 존재한다. 아직 나의 의식 안에서는 찾아내지 못한 것 같지만. 내가 마음으로 안식할 수 있는 그곳과 사람들이 나만의 숲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