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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r 05. 2018

여성으로서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라면

페미니즘 카페 두잉

언젠가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너무 극단적이야." "나는 여성이라서 차별받은 적이 없어."


순진하고 안일한 생각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를 마주할 나이가 되자 난 여성으로 세상을 산다는 게 얼마나 부당하고 또 두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너무 늦게 깨달았다. 벨 훅스의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걸 증명함으로써 내가 얼마나 쿨한 여성인지 남성들에게 증명하려고" 했던 나의 과거를 회개해야 했다.


여성은 가부장제의 사회 속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을 했고, 회사에서는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적은 임금을 받는 부당함을 경험했다. 아니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세기 들어서 남성의 폭력에 의해 죽거나 사라진 여성은 전쟁으로 죽은 남성의 수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폭력과 죽음에 당신은 괜찮은가?

http://www.nytimes.com/2009/08/23/magazine/23Women-t.html


여성으로서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해야 할 이야기도 많다. 지금까지 여성의 경험은 '사소한 것' 취급받아왔다. 나의 할머니는 늘 나와 엄마에게 자신이 다섯 아이들을 키우고 서점을 경영하며 가계를 유지할 동안 할아버지는 밖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느라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내가 아는 50대 이모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남편이 자신을 우는 아이들과 같은 방에 두고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다른 방에서 태평스레 잤던 일이 아직도 서운하다고 몇 번이고 내게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그저 이야기로 취급되었다.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살아온 이야기는 넋두리라는 단어로 설명되었고, 역사 중심에 서기엔 너무나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다. 그러나 왜 우리 삶의 경험은 인정받지 못해야 하는 걸까?


여성이기에 경험하는 일에 대해 터놓고 싶었다. 내가 경험하는 삶도 학문으로, 역사로 인정받았으면 했다. 그리고 난 대학원 동기 언니를 통해 이곳을 만났다.


Doing


서울에 위치한 페미니스트 북카페였다. 여기엔 많은 모임이 있었고 난 운 좋게 두 개의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 모임에서는 젠더이슈에 관심을 가지거나 여성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에 참여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카페에 처음 들어서면 만나는 포스터, 공지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은 여자가 아니라 여성들의 연대를 끊어내려 했던 어떤 협잡한 무리였을 거라 생각한다. 요즘 화두인 미투 운동만 해도 여성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며 함께할 거라고, 내가 당신의 편이라고 위로해준다. 이곳 두잉에서의 모임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비록 처음 만났고,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지만 우린 같은 경험을 공유하였고 그 이유로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응원해 주었다.


페미니스트 책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다
세미나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토론하고 공부한다

We should become a fortress to each other. 우리는 서로의 요새가 되어주어야 한다. 난 이 이야기를 이곳 모임에서 들었다. 당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소름이 돋았다. 우린 서로의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두잉에서는 더 이상 나의 경험이 숨겨야 하는 부끄럽거나 사소한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여성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지 못해 고민하는 중이라면 추천하는 곳이다.


우리의 말하기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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