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개가 많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위미리에도 개들이 많이 보인다. 가끔은 혼자 유유히 돌아다니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산책하듯 여유롭게 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여러 달 전 엄마와 길을 걷는데 마주편 집 앞에 강아지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너무 귀여워 다가가고 싶었지만 강아지들은 이미 돌계단을 통해 바다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두 달 후 난 이 개들을 우리 집 근처에서 다시 만났다.
더 커서 이제 곧 강아지 티를 벗어버릴 모습이었다. 너무 반가워 한참을 쳐다보았다. 어딜 가니?
역시나, 또 바다로 놀러 가고 있었다. 한참 쳐다보았는데 바닷가에 먹을 거라도 숨겨놓았는지 꽤 멀리까지 나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여기 개들은 내게 별 관심이 없다. 간혹 가다 사람들에게 친절한 개들이 있긴 하지만 대게 내가 불러도 별 감흥을 보이지 않고 자기들 일이 중요해 보인다. 우리 엄마는 큰 개든 작은 개든 가리지 않고 무서워하는데 큰 개가 다가올 때 엄마가 무서워서 소리를 질러도 개들은 엄마를 쳐다도 보지않고 유유히 지나친다.
그렇지만 모든 개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것은 아니다. 묶여있는 개들도 꽤 많이 있다.
제주에는 떠돌이 개도 많고 유기견의 수도 많다.
지난해 서귀포시의 유기견이 5800여 마리였고 이중 45% 정도는 벌써 안락사되었다고 하니 여기도 개들의 천국은 될 수 없나 보다.
http://www.ihalla.com/read.php3?aid=1523271904591817048
그래도 마을을 유유자적 돌아다니고 자연을 뛰놀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개들을 보면 참 좋아 보인다. 도시의 개들은 누릴 수 없는 자유다. 마을에서 만나는 이곳의 많은 개들은 사회화가 잘 되어있다. 사람을 보아도 거부반응도 집착도 별로 하지 않는 게 좋아 보인다. 나와 같이 사는 두 마리의 강아지들에게는 결코 보이지 않는 젠틀함이다.
그래서 난 제주개들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