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웬디 (2017)
우리네 세상엔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들이 산다.
자꾸 눈을 감으니까 마주하기 불편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는 장애를 가진 웬디가 자신이 푹 빠져있는 스타트렉의 새로운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LA 까지 먼 길을 스스로 나선다는 로드무비 형식의 영화이다. 어찌 보면 참 단순한 줄거리의 영화라고나 할까.
단순하지만 영화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고, 그래서 이 영화는 세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영화인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물론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 웬디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규칙이나 상식에 맞지 않을 때가 있지만 삶이라는 영화 안에서는 웬디가 중심이고, 주인공일 거다.
영화 내내 감독은 웬디가 어디가 아픈 건지 알려주지 않는다.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걸까. 짐작만 할 뿐이다. 어쩌면 보통 많은 사람들에겐 웬디가 이상해 보일지도, 우스워보일지도 모르지만 웬디의 입장에선 우리가 이상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영화 속 많은 사람들은 현실에서 그런 것처럼 "이상한" 웬디를 깔보기도, 속여먹으려고도 한다. 다름을 약점 삼고, 이상하다 치부해 버리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얼굴을 찌푸리게 되지만 그들은 사실 우리네 삶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얼굴이다. 영화를 보며 어느덧 웬디의 입장에서 웬디를 응원하고 목표에 완주하길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욕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정작 웬디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돈을 빼앗겨도, 대본이 다 날아가도. 나보다 낫구나. 문득 생각한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디가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던 것은 길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 때문일 거다. 동화처럼 착한 사람들만 영화에 나오는 건 아니지만 간간히 받았던 도움은 웬디가 계속 길을 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영화를 보며 우리가 인생을 따뜻하게 사는 법을 생각해 보았다. 영화는 단순한 걸 말해주는 것 아닐까.
조금 달라 보여도 사실 다를 게 없다고. 그리고 주변에 그림자처럼 사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주고, 손을 내밀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요즘 일하면서 더 많이 느끼는 건데, 어떻게 하든 평균에 맞추려는 노력은 많은 낙오자와 불행한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 남들 다 가는 대학은 나와야 한다던지, 반에서 몇 등 안에 들어야 한다던지, 어떤 수준의 회사는 다녀야 한다던지. 그런 "평균적인" 삶에 나 또는 내 자식을 끼워 맞추려 하는 게 얼마나 행복과는 상관없는 일인지. 웬디도 조금 다른 양식으로 살고 있지만, 사실 영화 속에서 평균적인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모두 그들의 삶을 살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니, 맘을 놓고 몸에 힘을 빼고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본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