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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Jul 22. 2018

몸에 관하여

요즘은 외부에서 화장실에 가기 싫다. 이전에도 화장실은 우리 집 화장실만 좋아했지만 그 증상이 더 심해졌다. 

어딘가 나를 찍고 있을 것 같은 꺼림칙함 때문이다. 외부에서 화장실에 가게 되면 화장실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다 들여다보는 것 같다. 몰카 찌르개를 사야 하나,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인터넷에 올라온 화장실 몰카 구별법, 확인법, 대처 등등 많은 게시글들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넘쳐나는 몰카를 반증하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몰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심해야 하지만 아직 희소한 일이라 여겼는데 이제는 어느 화장실에 가던 어딘가 나를 향해 초점을 두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성적 대상화된 여성의 몸. 그리고 여성 혐오를 잘 보여주는 게 화장실 몰카가 아닐까 생각한다. 화장실 몰카를 찍고 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정말 무엇일까, 이전에 친구들과 종종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번에 공유받은 기사를 읽고 뜨악할 수밖에 없었다.

머니 투데이 기사 출처.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52308303973371

기사를 읽어보니 화장실 몰카를 보는 이유는 자신이 평소에는 '쉽게 건들 수 없는' 여성의 몰카 영상을 봄으로써 그들에 대한 열등감을 씻어내고 '남자로서'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무의식에 상처를 입힌 여성에게 '수치'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여성 혐오, 여성의 몸에 대한 대상화 모두 발견된다.


언젠가 독일에서 친구 가족들과 몸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것이 기억이 났다. 우리가 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하여.


독일 사우나는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다른 모양이다.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모두 옷을 입지 않고 한 방에서 사우나를 즐긴다. 처음 독일인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거부감이 들었다. 민망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렇지만 친구 부모님은 내게 설명해 주셨다.


"우리는 그냥 누구의 몸이든 몸을 자연의 일부로 볼 뿐이야. 그러니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몸을 벗는 게 야하거나 이상하지 않지. 어떤 사람의 몸도 완벽한 모양일 수는 없고 어딘가 모난 부분이 있으니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다른 사람의 몸을 선망의 대상으로 볼 필요도 없어."


독일은 누디즘(Nudism)의 국가다.

https://edition.cnn.com/travel/article/naked-germany/index.html 

분단된 독일이었을 때 동독의 Freikörperkultur(Free body Culture)를 필두로 누디즘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베를린 구 동독 박물관에 갔을 때도 Freikörperkultur 에 대한 설명을 본 적 있는데 그때 사람들은 대대적으로 이 운동을 펼쳤다. 사회주의 동독 시대에 옷을 입지 않는다는 건 자유를 의미했다. 이제  Freikörperkultur 운동은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는 중이지만 사람들은 이제 옷을 입지 않고 일광욕을 하고, 휴일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독일의 누디즘은 전혀 에로틱 하지도, 성적이지도 않다. 사람들은 자연의 일부가 된 기분을 느끼고 편안함을 공유한다.


독일의 누드비치, 누드 공원 등이 많은 이유가 역사적이고 문화적이란 걸 다른 나라 사람들은 알았을까? 언젠가 유럽에 있는 누드 비치 이야기가 나왔는데 거기 있던 사람들이 '몸 좀 만들어서 가야겠다' 혹은 '진짜 눈호강'이라는 식의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우리가 몸을 바라보는 시각과 독일 많은 사람들이 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독일에서 호스텔을 이용했을 때 지내던 공용 샤워실은 남, 녀가 나뉘어 있긴 했지만 문고리도, 자물쇠도 없었고 샤워 커튼으로 샤워 부스만 닫을 수 있었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몸을 씻었고 두려움이나 위험을 느끼지 않았다.  몸에 대해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내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믿음을 주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여성들이 윗옷을 벗으며 시위를 했고,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는 우리네 사회의 이중적인 모습을 꼬집었다. 이때 인터넷에서 이 여성들을 비난하는 댓글을 많이 보게 되었다.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느니. 다른 사람들에게 수치감과 불쾌감을 준다느니. 하지만. 정작 변해야 할 것은 우리의 시각 아니던가.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984631&memberNo=15470144&vType=VERTICAL


몸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다면 화장실 몰카를 걱정할 일도, 찍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사라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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