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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Apr 19. 2018

제주에 오면 난 한량이고 싶다

여유가 괜찮은 이곳,

부모님이 제주로 이주한 지 어느덧 1년 고개를 넘어서며 내가 제주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제주를 알아가며, 제주생활에 정착해가는 부모님을 보며 나도 제주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게 된 것 같다. 여행이 아닌 정착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6개월 정도는 답답하고 도시가 그리웠던 것 같다. 육지에 사는 내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했을 제주행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느껴지던 우울감은 꽤 오래갔다. 겨울, 봄, 여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이 오고 이제 따뜻한 계절을 맞이하면서 제주에서의 생활이 좋아지고 있다. 위미리의 시골 내음을 드디어 맡게 되었다.

동백꽃 피는 3월


하지만 아직까지도 난 제주에서 지내는 내가 어리둥절하다.

제주는 어떤 곳이야? 누군가가 묻는다면 아직 말쑥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할 것 같다.


서귀포로 이사오며 단골로 다녀야지, 결심했던 카페는 요즘도 종종 찾게된다.


서울에서도 난 친구들에게 한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낸다.

난 야근도 않고, 업무 스트레스도 없고, 취업 스트레스도 없으니 그들의 눈에 그렇게 보이나 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에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왠지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

한량처럼 살면 인생의 루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에 오면 왜인지 모르게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들기 시작한다.

아. 여유롭게 살고 싶다.


아빠가 좋아하는 순두부집- 나도 이렇게 일하고 싶다
위미항



고양이





아빠가 집 앞 다리밑에 심어놓은 유채꽃


아직 제주가 어떤 곳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는 이야기해주고 싶다.

서울에서 무작정 매달렸던 욕심을 뒤돌아보게 해주는 섬이라고.

그리고 제주에서 만약 여행을 하게 된다면 서울에서 그랬던 것처럼 바쁘게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마을을 한 바퀴, 두 바퀴 돌아보면 새로운 감정과 생각이 올라올 거다. 차를 두고 하루 종일 짧은 동선으로 걸어보는 것도 너무 좋다.




우리집 마당에도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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