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통해서 생기는 기적

by 진영규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무가 뿌리를 통해 서로 소통한다는 연구를 읽고, 돌고래가 매우 복잡한 소리를 이용해 서로 감정과 정보를 교환한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문득 '왜 인간은 언어라는 걸 사용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는 참으로 신기한 도구입니다.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꽤나 불완전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결정적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이해되는 일은 드물고, 그래서 때로는 오해하고, 설명을 반복하고, 말보다 표정이나 맥락이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텔레파시나, 신경망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기능이 인간에게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모든 인간의 지능이 하나로 연결되고, 경험과 데이터가 자유롭게 공유된다면, 분명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인간다운 걸까 하는 질문도 들었습니다. 예전에 한 경영대학원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어떤 임원이 "직원들이 말한 그대로만 일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교수님은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그건 건강한 조직이 아닙니다. 일부의 자율성이 있어야 하고, 중간관리자나 개개인의 해석과 역량이 녹아들어야 조직이 다양성을 유지하며 살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리더가 다 하면 조직은 획일화되고 결국 무너집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간 언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라는 건 그 자체로 불완전하지만, 그 불완전함 안에서 각자의 해석이 일어나고, 거기서 새로운 관점이 피어나며, 결국 인류는 그 다양성과 차이를 기반으로 발전해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장면처럼, 모두가 하나가 되는 세계는 어쩌면 평화롭고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개성과 갈등, 배움과 창조의 여지가 사라지는 세계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지능이 완벽히 연결되어 있지 않기에, 우리는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설득하고 감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완벽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 그것이 인간의 언어이고, 또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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