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다시 보는 인간지능

by 진영규

ChatGPT가 등장한 지 3년, 이제 AI는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AI를 들여다볼수록, 오히려 인간지능이 더 대단해 보이기 시작합니다.

AI는 결국 인간지능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도 데이터를 학습하죠. 다만 우리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훨씬 더 다채롭고 복잡합니다. 직접 겪은 경험, 책과 영화들의 간접경험, 타인의 말, 우연히 본 이미지, 감정, 분위기, 맥락까지. 이 모든 것이 학습 재료가 됩니다. 인간은 이런 경험들을 쌓아두고, 적절한 순간에 꺼내서 직관적으로 판단합니다. 말처럼 단순한 일이 아닌데,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해내고 있죠.

에너지 효율성도 놀랍습니다. 우리는 '휴리스틱'을 사용해 정교하진 않지만 빠르게 결정을 내립니다. AI에게 한 문장 질문을 던지면 거대한 서버팜이 상당한 전력을 써서 답을 만들어내죠. 반면 인간은 밥 한 그릇 먹고도 하루 종일 수만 번의 판단과 결정을 내리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감정을 읽고, 상황에 맞는 유머까지 구사합니다. 정말 에너지 효율의 괴물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개성입니다. 사람마다 학습된 데이터가 다릅니다. 전공, 관심사, 자라온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똑같은 질문에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가끔은 기억이 모호해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요.

AI의 '할루시네이션' 현상도 사실 인간에게는 익숙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불확실함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신호를 보냅니다. 말투가 흐릿해지거나, 눈치를 보거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같은 뉘앙스를 남기죠. 확신이 없다는 걸 상대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심지어 애매한 표정 하나로 "나도 잘은 몰라"를 표현하는 능력까지. 이건 AI가 아직 흉내 내기 어려운 인간만의 기술입니다.

인공지능을 보면 인간이 만든 위대한 기술을 보는 동시에,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기술의 진보는, 인간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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