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도가 서비스 위에 올라오는 순간들

by 진영규

모두가 이번엔 정말 사용자 중심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면, 사용자보다 내부의 다양한 입장이 더 크게 반영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 여정은 흐려지고, 결과물은 애초의 의도와 조금씩 멀어지기도 하죠.

기획 주체가 여러 팀으로 나뉘어 있을 경우, 각자의 우선순위와 시각이 겹치면서 조율은 더 복잡해집니다. 디자인 조직은 대개 하나이고, 이 모든 요구를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역할을 맡지만, 결정권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운영과 유지보수의 편의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조직 입장에서 효율적인 구조가 필요한 것은 현실입니다. 다만 그 기준이 사용자 관점과 어긋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일이 늘 과제로 남습니다.

그렇게 사용자보다 내부 요구가 더 앞설 때, 결국 우리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도를 출시하게 됩니다. UI 위에 남는 건 사용자 여정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와 이해관계가 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사용자 중심이라는 원칙을 실제 설계에 녹이려는 시도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UX의 역할도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역할이 아니라, ‘무엇을, 왜 만드는가’를 함께 결정하는 전략 파트너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UX가 방향을 설계할 수 있으려면, 더 일찍, 더 깊게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UX는 이미 정해진 것을 보기 좋게 만드는 부서가 아닙니다. 조직의 다양한 입장을 조율하면서도, 사용자의 흐름을 지켜내는 설계자이자 파트너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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